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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거점병원 진단시약 동났다

조선일보 기자I 2009.10.31 10:26:00
[조선일보 제공] 지난 29일 경기도의 A거점병원은 아침부터 초비상이 걸렸다. 보름 전까지만 해도 하루 20~30여명에 불과했던 신종플루 의심환자들이 이번 주 들어 400~500명씩 몰려오면서 진단시약(바이러스 양성 여부를 확인하는 데 쓰는 시약)이 동났기 때문이다.

병원은 부랴부랴 시약 제조업체에 추가 물량을 요청했고 가까스로 5일분을 받아와 검사를 이어갈 수 있었다. 병원 관계자는 "환자가 이 정도로 몰릴지 몰라 미리 시약을 구해놓지 못했다"고 말했다.

◆검사 장비 확보 비상

확진환자가 하루 1만명 안팎씩 나올 정도로 신종플루 환자가 급증하면서 거점병원들은 신종플루 검사장비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검사를 위해 사용하는 장비는 RT-PCR 장비와 진단 키트, 진단시약 등이다. 특히 진단시약의 경우 이번 주 들어 국내 공급업체의 재고량은 사실상 바닥난 상태다.

국내에서 사용하는 검사 장비를 공급하는 업체는 한국로슈와 LG생명과학, 바이오니아, 씨젠 등이다. 비상 생산 시스템을 갖추고 해외 수입물량도 늘리고 있지만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해내기 힘든 실정이다.

씨젠 관계자는 "이번 주 들어 국내 생산업체의 물량은 완전히 동난 상태로 보면 된다"며 "다음 주 시약을 만드는 원료를 확보해야 추가 생산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물량을 가져오는 한국로슈 관계자는 "다음 주쯤 해외에서 물량을 들여오는데 평소보다 주당 2만피트(8만명분)를 늘려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대형 거점병원들의 경우, 검사 수요 증가에 대비해 미리 진단시약을 확보해 놓은 곳이 많아 검사 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형병원들도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경우에 대비해 추가 물량 확보에 나선 상태다. 경기도 일산 명지병원 안광용 팀장은 "진단시약과 RT-PCR 장비 등을 추가로 구입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지만 공급이 충분치 않다"고 했다. 서울대병원은 "아직까지 부족한 상황은 아니지만 지금 추세가 이어지면 물량이 부족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검사 장비가 없는 중소 병원들의 경우 임상검진센터, 녹십자의료재단, 네오인 등에 의뢰에 검사하고 있지만 의뢰 건수가 폭증하면서 검사 결과가 나오는 데만 3~5일 이상 걸리는 상황도 속출하고 있다. 타미플루를 감염 후 48시간 이내에 복용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검사 결과가 늦어지면 환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문 닫는 학원도 2배로 늘어

신종플루로 인해 학교뿐 아니라 문을 닫는 학원 수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임시로 문을 닫은 학원 수는 전국적으로 333곳으로 지난 21일(135곳)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늘었다. 교과부는 신종플루로 학교가 휴업하면 인근 학원 역시 휴원할 것을 교육청을 통해 강하게 권고하고, 학교에서 환자가 발생하면 해당 학생이 다니는 학원에도 알리도록 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자녀가 신종플루 증상이 있으면 학원에도 가지 않도록 학부모들이 협조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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