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확정까지 한달 남았는데…표준감사시간 진통 예고

이명철 기자I 2019.01.28 05:30:00

기업 “표본기업·통계모형 산정 과정·근거 공개해야”
중소회계법인 “경력 오래된 시니어 가중치 적어”
수정안 발표에도 이견…일선 기업 혼란 해소 시급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외부감사에 필요한 시간을 규정한 표준감사시간제 도입이 진통을 겪고 있다. 초안을 내놓은 후 다시 수정안을 공개했지만 기업 단체는 물론 회계업계 내부의 수정 요구가 이어져서다. 최종안 공표까지 한달여 남겨놓은 상황에서 이해 당사자간 이견 봉합이 필수라는 지적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지난 22일 표준감사시간 제정안을 발표했다. 표준감사시간 대상 기업을 9개 그룹으로 세분화하고 대형 상장사인 그룹 1~2는 올해부터 100% 적용하고 나머지 그룹은 단계별로 적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달 11일 초안을 발표했을 때에는 6개 그룹으로 나눴지만 좀 더 세분화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중소기업들은 당장 표준감사시간을 도입하는 것이 쉽다는 의견에 개별자산 200억원 미만 비상장사인 그룹9는 아예 적용 시점을 2022년으로 유예했다.

다만 기업들은 제정안에 대해 여전히 고쳐야 할 부분이 많다는 입장이어서 논쟁이 예고된다.

기업측에서 가장 큰 지적 중 하나는 기업 분류와 감사시간 산정의 근거다. 그룹별 평균 감사시간을 산출하기 위해 표본기업 대상으로 통계모형을 만들었는데 어떤 기업을 표본으로 꼽아 어떤 통계를 적용했는지 공개하라는 것이다. 현재 자산에 따라 9개로 나눠진 그룹도 기업별 특성을 살려 좀 더 세분화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 기업단체 관계자는 “한공회는 한국회계학회 검증을 거쳤다는 입장이지만 그것은 학술적인 입장에서 본 것일 뿐”이라며 “실제로 직접 적용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표준감사시간심의위원회에서는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코스닥협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 기업단체가 포함됐지만 이들의 의견이 크게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제정안 발표 전 18일 열린 심의위에서는 기업측이 수정안이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다고 반발하면서 당초 예정됐던 표결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계법인 사이에서는 표준감사시간 산출에 활용되는 감사인숙련도를 두고 불만이 나왔다. 감사인숙련도에 포함되는 경력별가중치에서는 경력 15년 이상 회계사의 가중치가 경력 2년 이상 6년 미만대비 1.2배로 설정됐다. 국내 빅4 회계법인의 경우 공인회계사 합격자 대부분을 채용해 저연차 회계사들을 많이 둔 반면 나머지 로컬 회계법인은 경력이 오래된 회계사 비중이 높은 편이다.

한 중소회계법인 대표는 “업무 경력이 오래된 시니어 회계사들을 수습을 막 끝낸 주니어들과 사실상 비슷하게 보고 있는 것”이라며 “로컬회계법인보다 경력이 짧은 회계사들이 많은 빅4 회계법인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라고 비판했다.

당장 올해부터 표준감사시간이 적용되지만 거듭된 논란에 적용·유예 대상조차 확정되지 않아 일선 기업들의 혼란은 커지고 있다. 논란을 빨리 수습하고 최종안을 확정해 업계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공회는 내달 11일까지 제정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한 후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최중경 한공회 회장은 제정안 발표 당시 “회계 정보이용자의 폭넓은 의견을 구하기 위한 초안으로 단계적 적용방향 등은 모두 조정 가능하다”며 적극적인 협조 의지를 나타냈다.

김의형 한국회계기준원장은 “회계개혁의 완성을 위해서는 기업과 감사인 모두의 절대적인 시간과 노력의 투입이 중요하다”며 “표준시간제 도입이 신속히 결정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