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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두 곳에서, 36개만···'너 이 옷 없지?' 한정판의 마력

최은영 기자I 2015.10.08 06:00:00

장소 한정하고 물량 제한하고
강도 세지는 패션업계 '제한 마케팅' 열풍
유니클로 '르메르' 등 웃돈 붙어 팔리기도

지난 2일 유니클로 명동 중앙점 매장 앞에 ‘유니클로 앤드 르메르’ 콜라보레이션 컬렉션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사진=유니클로)
[이데일리 최은영 기자] 지난 2일 서울 유니클로 명동 중앙점. 매장 문이 열리기 3시간 전부터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더니 30m 가까이 길게 줄을 늘어섰다. 유니클로 측은 이날 명동 중앙점에 700명, 잠실 월드타워점에 300명 등 대기인원이 1000명에 달한 것으로 추산했다. 모바일 쇼핑객인 ‘엄지족’들의 구매 열기도 뜨거웠다. 오전 8시부터 판매가 시작된 온라인 매장에서는 3분 만에 품절 상품이 나오기 시작해 1시간 만에 동이 난 품목이 속출했다. 반나절도 안 돼 여성의류 3분의 2, 남성 의류 3분의 1 가량이 소진됐다.

유니클로와 에르메스의 만남, ‘유니클로 앤드 르메르’ 협업 상품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단 두 곳에서만 판매합니다.” “딱 36개만 살 수 있어요.”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옷이 아닌 희소성 있는 옷. 최근 패션업계에 ‘제한 마케팅’ 열풍이 불고 있다. 단순히 수량을 한정하던 것에서 더 나아가 판매 기간을 못 박고 장소를 제한하는 등 압박의 강도는 날로 세지고 있다.

최근 애플은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와 협업해 만든 ‘애플워치 에르메스’를 출시했다. 애플워치 에르메스는 기존 애플워치에 시계 줄만 에르메스 디자인이 적용된 상품이다. 판매가는 시계 하나에 145만~199만원에 달한다. 이 상품은 전 세계적으로 일부 애플 직영점과 에르메스 매장, 소수의 전문매장과 백화점에서만 판매되는데 국내 판매처는 럭셔리 전문 복합매장 분더샵 청담과 메종 에르메스 도산
국내 단 36개만 수입돼 오는 13일부터 선착순 판매 되는 클락스 ‘데저트 부츠’ 패키지. 가격은 38만8000원이다.
파크 단 두 곳으로 제한됐다.

그런가 하면 영국 캐주얼 신발 브랜드 클락스는 대표 상품인 ‘데저트 부츠’ 출시 65주년을 기념해 최근 한정판 패키지를 출시했는데 국내에는 단 36세트, 그것도 직영점인 종로 클락스 매장에서만 선착순 판매한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이중 1호 제품은 한국의 셀러브리티 1명을 데저트 부츠 아이콘으로 선정해 증정하니 정확히는 딱 35명에게만 기회가 주어지는 셈이다. 아직 판매가 시작되기 전이거나 초기로 반응을 말하기는 이르지만 이 두 제품은 ‘한정판’이라는 세 글자 덕에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지라도 브랜드와 제품을 알리는 데에는 성공한 셈이다.

한정판 마케팅은 새로운 판매 전략은 아니다. 최근에는 대상이 명품에서 일반 브랜드로 확장되고 기간과 수량 등 제한의 범위가 좁혀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럴수록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는 커진다. 희소성이 클수록 소장가치가 높다고 인식되기 때문이다.

유니클로가 최근 출시한 르메르 협업 상품은 첫날 매장에서 정가에 구입해 추후 같은 상품을 인터넷에서 웃돈을 붙여 파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 한정판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 돈벌이에 나선 것이다.

한정판의 매력으로는 아무나 경험할 수 없는 희소성, 그것을 손에 넣었을 때의 성취감, 우월함 등이 꼽힌다. 기업 입장에서는 홍수처럼 쏟아지는 제품들 속에서 관심을 받고 소비자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것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니클로와 H&M 등과 같은 SPA 의류 브랜드다. 이 두 업체는 일찍부터 칼 라거펠트, 알렉산더 왕, 질 샌더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 아티스트와 협업해 관련 상품을 한정 수량 판매하며 ‘SPA는 저렴하다’는 편견을 깨고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한정판은 판매 수량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매출 증가 보다는 소비자의 이목을 끌고 브랜드를 홍보하는 마케팅 효과가 더 크다”며 “극소수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함이 한정판 마케팅의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국내 단 두 곳에서만 판매되는 애플워치 에르메스. 시계 줄만 에르메스 디자인이 적용됐을 뿐인데 가격은 일반 애플워치보다 100만원 가량이 비싸다.(사진=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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