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뚝섬 한강공원은 우리들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수영복 몸매를 자랑하던 한강 해수욕장이었고, 그 옛날 마포나루는 새우젓 상인들의 우렁찬 소리가 오고가는 떠들썩한 장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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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도폐기 된 하수처리장이 선유도로 탈바꿈하면서 계절마다 사람들을 불러 모으지만 양화나루터에 돛단배가 정박하던 시절, 선유도가 서른 가구 남짓 옹기종기 마을을 이루던 선유봉이었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만 아는 이야기다.
양화나루터에서 선유봉을 오가는 배도 있었다고 하니, 뱃사공 노 저었던 나룻배는 지금의 한강공원양화지구와 선유도를 잇는 무지개다리로 변한 셈이다. 아낙들이 빨래를 널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았던 한강변의 노란 모래밭은 수풀이 우거진 양화공원으로 탈바꿈했다.
다른 한강시민공원과는 달리 잡초가 무성해 어디든 돗자리를 펴면 폭신한 잔디밭이다.넘실거리는 한강 위로 강바람이 휘이 지나가고, 그곳에서 한가로이 선유도를 바라보면 그 옛날 풍류를 즐겼을 선비가 부럽지 않다.
한강고수부지로 통칭됐던 한강둔치는 이제 12개의 한강시민공원으로 밤낮없는 시민들의 휴식처가 됐다. 한강을 있는 최초의 교량인 한강철교가 생기면서 교통의 혁신이 이뤄졌고, 제3한강교로 불렸던 한남대교는 참외밭, 땅콩밭 뿐이던 강남의 개발을 몰고 왔다.
서울사람이라면 아침저녁으로 마주치는 흔하디 흔한 한강이지만, 우리는 세계 어느 강보다 크고 아름다운 한강을 제대로 보고 즐길 줄 모른다. 제법 차가워진 바람과 달걀노른자처럼 곱게 풀어지는 저녁노을은 도심속에서 반짝이는 한강 위에서 한 폭의 그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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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을 던지면 한가득 물고기가 잡혀 올라올 것 같은 광나루지구엔 가을만 되면 특별한 풍경이 연출된다. 코끝에 찬 기운이 서리면 어김없이 옷을 갈아입는 그 곳엔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진풍경, 가을 억새밭이 물결을 이룬다.
광나루 한강공원은 여의도지구나 반포지구처럼 반듯하고 아기자기한 멋은 없지만 겨울철새가 매년 빠지지 않고 찾는 생태보존지구다. 거친 자연의 숨결은 잔잔한 한강의 물결과 어우러져 자꾸만 휴대폰과 카메라를 꺼내게 만든다.
옛 나루터의 이름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광나루에는 서울시에서 선정한 걷고싶은 다리, 광진교가 한강을 가르고 있다. 한강을 걸어서 건널 수 있도록 조성한 광진교는 한강공원에서 바라보는 한강과는 또 다른 멋을 선사한다.
그동안 늘 가던 한강만 찾았다면 이제는 이야기가 살아 숨쉬는 한강을 거닐어 보자. 아는 만큼 보이는 한강에는 우리가 몰랐던 놀라운 낭만이 숨겨져 있다.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