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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 김홍도의 화실에 초대 받았다면?

김용운 기자I 2014.11.14 06:41:30

남경민 '풍경 속에 머물다' 전
김홍도·신윤복 등 조선후기 화가 작업실 상상 옮겨
동·서양 화법 묘한 공존 이뤄
사비나미술관 12월19일까지

남경민 ‘초대받은 N-김홍도 화방을 거닐다’(사진=사비나미술관).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사료에 따르면 단원 김홍도는 음악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림을 그릴 때 클래식음악을 들으면서 그렸다. 김홍도도 음악을 들으며 작업을 했을 듯해서다.”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등은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화가들이다. 이들은 각기 조선의 화풍을 이어가면서 독특한 개성으로 한국 회화사에 걸작을 남겼다. 서울 종로구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서양화가 남경민의 ‘풍경 속에 머물다’ 전은 조선 후기를 빛냈던 바로 그 선배 화가들의 작업실을 상상하며 그들과 교감해 그린 회화 14점을 볼 수 있는 자리다.

남 작가는 그간 마티즈, 호크니, 세잔 등 서양미술사에 등장하는 화가들의 작업실을 다양한 자료로 연구하고 상상해 그린 ‘화가의 방’ 연작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2007년 겸재 정선의 민화 화첩을 접한 후부터 대상을 바꿨다. 다른 나라의 화가가 아닌 조선 화가들의 작업 공간을 화폭에 담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남 작가는 서양화의 원근법이 아닌 한국화에서 볼 수 있는 다시점 구도를 사용하고 민화에서 볼 수 있는 한국화 그리기 화법을 적용했다. 그림 속 책이나 화분, 악기, 불상, 꽃병 등 대부분의 사물에는 명암이나 그림자를 생략해 입체감을 줄이는 대신 양감을 더했다. 얼핏 보면 동·서양의 혼재된 화법으로 혼란스럽지만, 자세히 보면 동·서양의 화법이 묘한 공존을 이루며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덕분에 남 작가의 작품은 18세기 민화처럼 보이기도 하고 현대 작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품 ‘초대받은 N-김홍도 화방을 거닐다’는 김홍도의 작업실에 초대받아 간 것을 가정하고 그렸다. 남 작가는 이 작품 안에 비파와 생황, 거문고 등을 배치했다. 김홍도 관련 사료를 조사해보니 그가 음악을 즐겼다고 해서다. 김홍도가 생존 당시에는 있지도 않았던 커피주전자 등도 그려넣었다. 작업실에 찾아갔다면 김홍도가 후배 화가를 위해 커피 한 잔 내주지 않았을까를 상상해서다. 이처럼 시공을 초월한 소품을 그림 속에 다수 배치해 18세기의 김홍도와 21세기의 남 작가가 한 공간에 공존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규장각 안에서 부용정을 바라보다’에서도 김홍도의 ‘규장각도’와 ‘세발향로’, 외규장각의 풍경을 담은 ‘강화부 궁전도’ 등을 토대로 해골과 모래시계 등 작가가 오브제로 삼은 소품을 넣었다. 규장각은 정조가 창덕궁 후원에 지은 학술·정책연구기관으로 조선 후기의 개혁정치를 구상한 곳이다. 그러나 정조의 꿈은 이뤄지지 못했다. 그림을 보고 있자면 정조가 보았던 부용정의 풍경과 더불어 그의 마음도 저릿하게 전해온다. 12월 19일까지. 성인 3000원, 청소년 2000원. 02-736-4371.

남경민 ‘규장각 안에서 부용정을 바라다보다’( 사진=사비나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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