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여행] 무르익은 봄길따라 제주의 '색(色)'에 빠지다

강경록 기자I 2019.04.05 05:00:00
가시리의 조랑말체험공원 일원에도 드넓은 유채꽃밭이 펼쳐져 있다. 제주도 유채꽃 축제가 이곳에서 열린다.


[제주=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완연한 봄이다. 꽃샘 추위도 지나고 일교차가 있기는 하지만 두꺼운 외투가 거추장스러울 정도다. 봄이 가장 먼저 도착한 제주는 봄이 만개했다. 따사로운 햇살과 함께 겨우내 잠자던 생명이 잠에서 깨어난다. 제주의 청정 봄빛을 찾아 나선 길. 섬 구석구석 두 발로 걷고, 차로 이동하며 둘러본 제주는 이미 봄이 한창이었다. 한겨울에도 붉은 꽃송이를 여는 동백이나, 봄을 알리는 매화, 노란 산수유는 이미 꽃잎을 떨구고 열매 맺기에 분주하다. 화사한 노란 유채꽃도 제주도에선 이미 흔한 풍경이 됐다. 지금은 봄의 절정을 알리는 벚꽃도 화사한 자태로 봄꽃다운 모습을 드러냈다. 진짜 봄이 온 것이다. 제주의 화려한 봄 풍경 속으로 들어가 본다.

벚꽃 흐드러지게 핀 전농로


◇화려한 자태로 봄의 절정을 알리다

벚꽃 흐드러지게 핀 전농로
봄이 절정을 알리는 벚꽃이 화려한 자태를 드러냈다. 지난주부터 꽃봉오리들이 줄줄이 터지기 시작했다. 제주 벚꽃감상지로 빠짐없이 등장하는 곳이 전농로다. 구도심에 있는 전농로는 KAL호텔 사거리에서 남성오거리까지 약 1.2km에 이르는 왕복 2차선 도로. 수십 년 된 왕벚나무들이 줄지서 서 있어 해마다 봄이면 벚꽃이 만발해 멋진 장관을 연출한다. 가지마다 수북하게 벚꽃이 피어나면서 황홀한 벚꽃터널이 만들어진다. 초입에는 100년 가까이 되는 아름드리 왕벚나무들이 있다. 왕벚나무는 일반 벚나무와 달리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 제주도와 전라북도 대둔산에서만 자생하는 우리나라 특산종이다. 차를 타고 달려도 좋지만, 벚꽃향기를 맡아가며 음미하듯 천천히 걷는 것이 더욱 낭만적이다.

제주 신화가 깃든 ‘삼성혈’도 명소 중 하나다. KAL호텔 사거리에서 전농로 반대 방향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역사 유적지, 삼성혈이다. 탐라국의 시조인 삼신인이 처음 나타난 제주도 원주민의 전설적인 발상지이다. 설화에 따르면 4300여년 전 제주도에 사람이 살지 않았던 먼 옛날 한라산의 신령한 기운을 받고 세 개의 구멍에서 고을나, 양을나, 부을나라는 세 명의 성인이 솟아났다. 그 자리가 바로 지금의 삼성혈이다. 삼신인은 벽랑국에서 온 세 명의 공주와 혼인해 각자 부락을 이루며 살다가 탐라국을 세우면서 비로소 역사에 등장했다. 유적지 안에 벼슬 품(品) 자 모양을 한 세 개의 구멍이 지금도 잘 보존돼 있다. 삼성혈 위로 가지를 낮게 드리운 벚나무들은 성스러운 공간을 지키는 수호신이다. 꽃이 만개할 때면 태초의 신화가 깃든 이곳은 더욱더 신비롭고 엄숙한 분위기를 띤다. 주변에 오래된 벚나무와 사철 푸른 수목들이 작은 숲을 이루고 있어 느긋하게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벚꽃과 유채꽃이 같이 피어나는 녹산로


◇제주를 샛노랗게 물들이다

제주도의 봄은 유채꽃과 함께 찾아든다. 제주의 푸른 바다와 검은빛 돌담과 한데 어우러진 유채꽃은 절로 탄성을 자아낸다. 바닷바람 속에 풍겨오는 아릿한 유채꽃 향기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산방산 주변, 성산 일출봉 주변, 가시리 녹산로 등이 대표적인 유채꽃 명소다.

가장 유명한 유채꽃밭은 성산의 유채꽃 재배단지다. 고성 교차로에서 일출봉으로 가는 일출로를 따라가다 보면 길 양쪽으로 노란색의 유채꽃 단지가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일출 명소와 사진 촬영지로 잘 알려진 광치기 해변 바로 옆이어서 국내외 관광객들로 늘 붐빈다. 지금 광치기 해변은 노랗게 피어오른 유채꽃이 한창이다.

산방산 주변은 가족 단위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아름다운 절경과 용머리 해안 산책로, 하멜 상선 전시관 등을 같이 둘러볼 수 있다. 우뚝 솟은 산방산을 뒤로한 채 파란 바다, 맑은 하늘이 어우러져 제주다운 사진을 담을 수 있다. 다만, 성산과 산방산 주변의 유채꽃밭은 개인 소유의 농지이기에 한 사람당 1000원 입장료를 받는다.

아직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엉덩물 계곡


입장료을 받지 않는 곳도 많다. 대표적인 곳이 녹산로다. 길 양쪽 가득히 유채꽃과 벚꽃이 자리한 봄의 진풍경을 만날 수 있다. 중간쯤에 자리한 큰사슴이오름(대록산)은 오름을 가득 채운 유채꽃의 물결과 멀리 물빛 고운 바다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지는 최고의 경관을 자랑한다. 가시리의 조랑말체험공원 일원에도 드넓은 유채꽃밭이 펼쳐져 있다. 엉덩물계곡도 입장료가 없다.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 한적한 산책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옛부터 큰 바위가 많고 지형이 험해서 물을 찾는 동물들도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물을 마시지 못하고 언덕 위에서 엉덩이를 들이밀고 볼 일만 보고 돌아갔다고 해서 엉덩물계곡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잘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계곡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면서 만개한 유채꽃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송악산방산해안도로에 핀 유채꽃


◇이곳에선 나도 SNS스타

해안도로는 제주를 찾는 여행객들의 필수 여행 코스다. 걷거나 자전거나 차를 타며 바다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절로 ‘힐링’이 된다. 그중 인생 사진 찍기 좋은 해안도로는 ‘도두 무지개도로’다. 제주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약 20분 정도 거리의 제주시 도두1동에 있는 구간이다. 왜 무지개색일까. 방호벽의 경우 일반적으로 노란색과 검은색 빗살무늬로 도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곳의 방호벽은 침체한 동네를 활성화하기 위해, 화사한 무지개색으로 칠한다. 그 덕분에 주변 해변과 어우러져 그림 같은 경관을 만들어내 새로운 명소로 재탄생했다.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여행객들


신창해안도로도 사진 찍기 좋은 명소다. 저 멀리 얼핏 풍차 같아 보이는 새하얀 풍력발전기 수십대가 바다 위에서 유유히 돌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 보면, 파란 하늘과 바다와 현무암이 어우러진 낭만적인 풍경에 저절로 카메라를 갖다 대기 마련이다. 한경면 신창리는 제주에서 가장 강한 바람이 부는 곳이다. 이 때문에 한국남부발전의 한경풍력발전소 단지를 조성했다. 거대한 쇳덩어리로 치부할 수도 있는 이 풍력발전기 덕에 신창리에서 용수리까지 이어진 약 6km 구간의 신창해안도로는 여느 곳과는 다른 이색적인 풍경을 갖게 됐다. 풍력발전 단지를 다 둘러봤으면 인근에 있는 싱계물공원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일몰시간 때면 바다풍차와 어우러진 낙조를 관람하려는 관람객들로 성황을 이룬다.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이름난 ‘용머리해안’


용머리 해안은 경관이 수려해 광고나 영화 촬영 명소로 잘 알려진 곳이다. 산방산 앞자락에 위치한 용머리 해안은 언덕의 모양이 용이 머리를 들고 바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닮았다 해 붙여졌다. 전설에 의하면 용머리가 왕이 날 훌륭한 형세임을 안 진시황이 호종단을 보내어 용의 꼬리부분과 잔등 부분을 칼로 끊어 버렸는데 이때 용머리해안에는 피가 흘러내렸고 산방산은 괴로운 울음을 며칠째 계속했다고 한다. 이 곳은 수천만년 동안 쌓이고 쌓여 이루어진 사암층 중 하나이다. 길이 30~50m의 절벽이 마치 물결 치듯 굽어져 있으며 해안 절벽을 모진 파도가 때려서 만들어 놓은 모습이 절경이다.

도두 무지개해안도로


◇여행팁= 한국관광공사 제주지사가 봄여행주간과 연계해 사진 여행과 관련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준비했다. 사진작가와 떠나는 ‘제주담은 감성도시락’과 사진여행 이벤트인 ‘제주를 닮고, 제주를 담다’ 등에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아울러 관광공사 제주지사는 지난해 말 인증사진 명소로 총 40개소를 선정해 리플릿을 선보인 바 있다. 제주 동서남북권의 명소들을 계절별로 나눴다. 봄 명소로는 섭지코지, 가파도, 상효원, 마방목지 등이 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