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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파워시프트]아빠는 내집 살지만..아들은 룸메이트와 '셰어하우스'

박종오 기자I 2015.01.06 03:30:00

50대 대출 끼고 집 구매 "은퇴 후 전원주택 살고파"
40대 "매매보다 임차" 수익형부동산 투자 선호
학자금 대출·취업난 20대 나눠쓰는 '셰어하우스' 인기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집을 보유하는 시대에서 세놓고 빌려 쓰는 시대로의 주택 패러다임 전환은 전 세대를 관통하는 커다란 흐름이다. 주택 구매력이 떨어지는 청년세대 뿐 아니라 그들의 삼촌·부모세대도 집에 대한 인식을 차츰 바꾸고 있다.

◇월세 사는 아들 “친구들과 같이 살아요”

직장인 정민규(가명·34)씨에게 집은 곧 ‘방’이다. 서른한 살에 독립한 이래 그는 줄곧 서울 동작구의 방 한 칸짜리 원룸에서 살고 있다. 방 둘·셋 딸린 아파트는 그에게 ‘살(buy) 수 없는 것’이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값은 평균 4억9893만원이다.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5년을 모아야 한다. .

정씨는 ‘에코세대(1979~1992년 출생)’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자녀 세대라는 뜻이다. 전체 인구의 19%(954만명)를 차지하는 이들의 경우 학자금 대출, 취업난, 집값 부담으로 인해 남의 집에 세 들어 사는 기간이 길어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세 젊은 층의 자가 점유율(자기가 소유한 집에 사는 비율)은 1990년 8.4%에서 2010년 5.6%로 떨어졌다. 25~29세의 20대 후반 층도 같은 기간 16%에서 14.5%로 감소했다. 전체 자가 점유율이 49.9%에서 54.2%로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에코세대는 전체의 42.5%가 보증부 월세로 거주한다. 집 살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전세는 31%, 자가는 15.4%에 불과하다.

최근 에코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셰어하우스’(share house)나 ‘협동조합 주택’ 등은 이런 특성을 반영한 신개념 주거 유형이다. 방은 따로 쓰면서 거실·주방 등을 입주자들이 공유하거나 조합이 주택을 빌려 조합원들에게 싸게 세놓는 식이다.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도심에서 주거비 부담은 줄이면서 공공임대주택보다 자기 필요에 맞는 주거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내집 가진 아빠 “전원주택 갈아타고 파”

공무원 이형석(가명·53)씨에게 집이란 ‘40평형(132㎡)대 아파트’였다. 정씨의 아버지뻘인 그는 2000년대 초반 대출을 끼고 경기 용인시에 중대형 아파트를 사들인 전형적인 베이비붐 세대다.

총 695만명(인구의 14.5%)에 이르는 베이비부머는 ‘내 집’에 대한 애착이 유달리 강하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2012년 베이비부머 56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이들의 자가 보유율은 81.1%에 달했다. 이들은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던 경제 호황기에 주택을 매입해 앉아서 자산을 불리는 혜택을 누렸다. 전체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약 70%에 이를 만큼 쏠림 현상이 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이씨의 꿈은 은퇴 후 지금 사는 아파트를 임대하거나 팔고 경기도에 소형 단독주택을 마련하는 것이다. 같은 조사에서 베이비부머의 51.1%도 이씨처럼 “은퇴 후 집을 처분하겠다”고 답했다. “안락한 노후 생활을 위해 이주하겠다”(49.8%)는 것이다. 다만 응답자의 92.3%는 은퇴 후에도 자가 주택에 거주하길 희망했다. 전인수 국민은행 차장은 “향후 베이비부머가 갈아탈 수 있는 수도권 인근 중소형 아파트나 도심 주변의 전원주택 등이 인기를 끌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세 사는 삼촌, 수익형 부동산 투자 선호 높아

이 둘 사이에는 ‘낀 세대’가 있다. 전체 인구의 12%(605만명)를 점유한 2차 베이비붐 세대(1968~1974년생)다. 1990년대 이른바 ‘X세대’로 불린 이들은 사회 진출 초기에 외환위기를 겪으며 경제 활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집 살 돈을 모으기도 전에 주택 가격이 급등한 탓에 이전 세대만큼 부동산시장 호황의 혜택을 누리지도 못했다.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이들의 자가 거주 비율은 약 41%로 전체 평균보다 약 13%포인트 낮았다. 반면 전세와 월세 거주 비율은 각각 34%, 22%로 6년 전 같은 연령대보다 5%포인트, 3%포인트 높아졌다.

전세를 선호하고 오피스텔 같은 임대사업 투자 의지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도 이 세대의 특징이다. 이종아 KB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시장 호황기를 거친 전 세대와 달리 2차 베이비부머들은 단순히 집을 늘리기보다 여유 자금을 임대사업 등 재테크 목적으로 사용하려는 트렌드 변화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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