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R&D·저출생 예산 늘리며 건전재정 기조…부처별 예산 대수술 불가피

조용석 기자I 2024.05.20 05:00:00

재정전략회의서 2025년도 예산편성 방향 논의
尹 “R&D 예타 전면폐지”…순수연구 R&D 탄력
저출생, 취약계층 지원, 의료개혁 예산 필요
건전재정 기조도 유지…“신규 증액사업 불가”
내년 의무지출만 26조↑…지출조정 거셀 듯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정부가 내년(2025년) 예산편성시 연구개발(R&D), 저출생대응, 의료개혁 관련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히 논란이 됐던 R&D 사업에 대해서는 예비타당성 조사제도 전면 폐지까지 약속하는 등 강력하게 힘을 싣는다는 계획이다. 다만 건전재정 기조도 유지하기로 한 만큼, 정부 국정과제에 투입할 재정 마련을 위한 부처별 예산 대수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R&D 예타 제외 추진…순수연구 R&D 탄력 전망

19일 여당·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R&D 외에도 △저출생 극복 △어려운 학생 및 취약계층 지원 △의료 5대 개혁 등에 대한 투자를 강조했다. 국가재정전략회의란 예산편성을 앞두고 재정운용 방향을 결정하기 위한 최고 회의체로,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고 국무총리·국무위원 외에 국민의힘 대표격인 황우여 비대위원장, 추경호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가 참여한다.

올해 재정전략회의에서 가장 강조된 부분은 R&D다. 정부는 올해 R&D 예산을 26조5000억원으로 책정, 전년(31조1000억원) 대비 14.8% 감축했다. 3년 전인 2021년(27조5000억원)대비로도 줄어든 규모다. 정부는 나눠먹기식 예산을 감축한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과학기술계와 사전소통이 부족했던 데다 미래 성장동력까지 훼손한다는 비판이 거셌다.

이에 올초부터 역대 최대 수준의 R&D 예산 책정을 예고했던 정부는 재정전략회의에서도 이같은 방향성을 강조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R&D 예타 전면폐지”까지 언급했다. 예타란 총 사업비 500억원(국고지원 300억원 이상) 이상이 투입되는 사업의 정책적·경제적 타당성을 사전에 검증·평가하는 제도다. R&D 예타가 면제되면 경제적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던 순수 R&D 사업이 대거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R&D는 크게 순수연구·장비구축·건설공사 등으로 나뉘는데, 정부는 이중 건설공사를 제외한 순수 및 장비구축 분야의 예타를 면제하는 방향으로 국가재정법 개정을 추진할 전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R&D 예타를 면제하더라도 과학전문기관의 전문검토 기능을 강화하면 우려하는 예산누수 사태는 없을 것”이라며 “또 법 개정전에도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치면 예타를 면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재정법 38조 2항 10조에 따르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해 국무회의를 거쳐 확정된 사업은 예타를 면제할 수 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아울러 이날 회의에서는 앞서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에서 약속했던 어려운 학생을 위한 장학금 확충 및 취약계층의 기초연금, 생활급여 확대 등에 재정투입을 강화키로 했다. 저출생 극복을 위한 예산은 재정투입을 강화하는 동시에 효율성 제고를 위한 재검토도 병행한다. △전공의 수련 국가 책임제 △지역 의료 발전 기금 신설 △필수 의료 재정지원 확대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을 위한 보상 재원 확충 △필수 의료 R&D 등 5대 의료개혁 예산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직접 “차질없는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적극적 예산투입을 강조했다.



尹 “각 부처 지출 줄여라”…부처별 고강도 예산조정 불가피

정부는 R&D 사업을 포함한 주요 국정과제에 대한 재정투입을 강조하면서도 건전재정 기조는 유지할 것도 확인했다. 주요 국정과제에 대한 재정 신규투입에 복지·이자 등과 같이 줄일 수 없는 의무지출 증가분을 고려하면 기존 부처별 사업예산을 감축·축소해야 건전재정 기조를 지킬 수 있다.

정부가 발표한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도 의무지출 예상액은 373조3000억원으로 올해(347조4000억원) 대비 무려 25조9000억원(7.5%)이 증가한다. 올해 전체 예산(총지출·656조6000억원)이 전년 대비 약 18조원 증가에 그쳤던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보다 훨씬 강력한 긴축운용이 필요한 셈이다. 올해는 의무지출 예산이 지난해(340조3000억원) 대비 약 7조원만 증가했기에 그나마 의무지출 확대에 대한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재정전략회의에서는 대통령이 앞장서서 부처별 강력한 예산 구조조정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부처 예산을 편성할 때는 키울 사업과 줄일 사업을 잘 구분하라”며 “각 부처가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도 예산 증가분이 모두 의무지출에 해당해 신규 증액사업이 사실상 불가하다”며 “부처별로 덜어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윤 대통령은 사전소통 부족으로 더욱 마찰이 컸던 R&D 사태가 재현되지 않도록 부처가 앞장서서 설득에 나설 것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는 내년 세수에 대해서도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처별 예산 재구조화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정 분야의 집중 구조조정보다는 전체 분야에서 줄일 수 있는 부분을 찾아서 적극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