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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대상 이 작품] 취준생·비정규직…꿈꾸니까 청춘이다

문화부 기자I 2015.10.22 06:15:00

- 심사위원 리뷰
뮤지컬 '무한동력'
주호민 동명웹툰 원작
크고 작은 바퀴 설치
멈추지 않는 꿈 표현

뮤지컬 ‘무한동력’의 한 장면(사진=마케팅컴퍼니 아침).


[유희성 연출가 겸 청강문화산업대 뮤지컬스쿨 원장] 뮤지컬 ‘무한동력’(9월 4일∼내년 1월 3일 대학로 TOM 1관)은 2008년 ‘네이버 웹툰’에 연재한 주호민 작가의 동명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2009년 단행본으로 출간했던 것을 웹툰으로 바꿔 연재를 시작하면서 2012년 네이버웹툰 평점 9.9점, 매회 댓글 수 1만건 이상, SNS드라마 누적 조회수 550만건이라는 신기록을 세우며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뮤지컬은 얼마 전 웹툰을 드라마화한 ‘미생’이 직장·사회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소시민의 꿈을 방영해 엄청난 공감대를 얻어낸 것처럼 취업준비생과 공무원준비생, 비정규직, 고3 수험생, 사춘기소년 등이 괴짜발명가 하숙집에 모여 부대끼면서 벌이는 소박하지만 가슴 훈훈한 꿈과 희망을 노래한다.

대기업 입사가 꿈인 ‘정선재’가 기괴하리만치 커다란 무한동력의 구조물이 있는 하숙집에 들어서면서부터 뮤지컬은 시작한다. 하지만 꿈의 무한동력은 제대로 굴러가지 못한다. 그러나 6명의 각기 다른 캐릭터는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주며 사람과 사람을 연결한다. 지금 심하게 고통받는 자에게 “해뜨기 직전이 제일 어둡다”며 다독이며 결코 꿈을 포기하지 않는 그들을 통해 선재의 꿈 또한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봐 줄 수 있는 소박한 꿈으로 바뀌어간다. 작품은 꿈의 무한동력이 비록 고철로 만들어졌다 해도 아직 뛰고 있을 심장, 멈추지 않은 당신의 무한동력은 재충전할 수 있다고 노래한다.

원작의 정서와 상태를 차용한 무대 대신 캐릭터별 넘버와 가사는 또 다른 날개다. 내일의 꿈과 환상을 교차하며 현실의 버거움을 감싸는 시적 가사는 4인조 라이브밴드와 함께 세련되고 감각적인 음악으로 부드럽고 유려하게 춤을 춘다.

뮤지컬 ‘무한동력’의 한 장면(사진=마케팅컴퍼니 아침).


크고 작은 바퀴를 구현해 마치 세련된 설치미술처럼 보이지만 무대는 인생도 언젠가는 굴러가다가 멈춰버리는 삶의 흔적 같은 몽타주일 뿐이라고 말한다. 간절히 원해도 되돌릴 수 없는 청춘처럼 더 이상 굴러가지 않는 지난날의 꿈의 조각퍼즐을 풀어내는 듯하다. 하나의 세트로 채웠지만 다분히 입체적인 것도 강점이다. 마치 테슬라가 발명한 병렬식 전기가 오늘날까지 환하게 빛나듯 마지막에 꿈의 무한동력을 발산해내는 바퀴들이 통쾌하게 굴러갈 때는 벅찬 환희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라이선스 뮤지컬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소박하지만 진정성 있는 이야기는 돋보인다. 바로 우리 주변의 이야기로 정서를 공유할 수 있는 추천할 만한 뮤지컬이 탄생한 것 같아 보는 내내 가슴이 훈훈하다.

그들은 우리에게 위로와 용기의 말을 춤과 노래로 전한다. 아직 가난하고 배고프고 갖춰지지 않은 이루지 못한 꿈이 있더라도 결코 멈추지 말라고. 당신의 심장이 바로 무한동력, 당신의 무한동력은 꿈을 잃지 않은 당신의 심장이라고.

뮤지컬 ‘무한동력’의 한 장면(사진=마케팅컴퍼니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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