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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핫플] 레트로 감성 물씬…영화 ‘1987’ 촬영지, 목포 '연희네슈퍼'

김명상 기자I 2024.02.11 06:00:00
목포 서산동의 ‘연희네슈퍼’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탁하고 치니 억 하고 죽었다”

2017년에 개봉한 영화 ‘1987’은 고(故)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시작으로 6월 항쟁까지 이어지는 1987년의 시대적 흐름을 담은 작품이다. 한국 현대사의 분수령이 된 시절의 가슴 아픈 사건을 조명해 723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등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낭만 가득한 항구도시 목포의 서산동에는 영화 ‘1987’의 촬영지 중 하나로 유명한 ‘연희네슈퍼’가 있다. 영화에서 대학생 연희(김태리 분)가 엄마, 외삼촌과 함께 살던 장소로 나오는 곳이다. 원래 문구사가 있던 자리를 개조했다. 영화 촬영이 끝나고 사라질 뻔했으나 제작사와 협의해 지금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

연희네슈퍼 앞에는 영화 ‘1987’의 촬영지임을 홍보하는 입간판이 서 있어서 찾기가 쉽다. 1987년 이한열 열사의 사망 사건을 다룬 당시의 신문도 볼 수 있다. 신문 1면에는 ‘최루탄 맞은 연세대생 사경’이라는 제목과 함께 피 흘리며 동료의 품에 안겨 있는 열사의 사진도 게재돼 있어 참혹했던 현장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한다.
1980년대 가게 분위기를 재현한 ‘연희네슈퍼’ 내부 (사진=한국관광공사)
내부에는 동네에 흔하게 있던 1980년대 구멍가게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영화 속 소품을 비롯해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과자, 포스터, 달력, 흘러간 브랜드의 제품 등이 가득하다. 지금도 판매 중인 과자의 옛날 포장을 비교할 수 있는 점도 흥미롭다.

슈퍼 주변에는 쫀디기를 파는 가게부터 문구사 세탁소, 아이스크림 판매점 등이 있어서 하나의 추억 관광지를 형성하고 있다. 의상실에서 옷을 빌리면 레트로 감성이 가득한 사진 촬영도 가능하다.

연희네슈퍼는 세대를 아우르는 관광지로 제격인 곳이다. 가게 주변에는 예전 시절을 모르는 젊은이들이 호기심 어린 눈을 반짝이며 내부를 찍고, 어른들은 옛날 기억을 회상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영화 ‘1987’ 포스터
영화 속에서 연희는 이한열(강동원 분)에게 “데모하러 가요?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나요?“라고 질문한다. 패배주의라기보다는 당시 사람들의 보편적인 생각이었으리라. 연희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자유를 공기처럼 누리고 있는 지금의 시대가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연희네슈퍼는 영화 ‘1987’을 감명 깊게 본 이들은 물론,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도 옛 추억을 즐기기 위한 레트로 여행지가 되어준다. 가까이에 있는 서산동 시화골목도 함께 둘러보면 좋다. 80년대 감성의 포스터와 벽보, 각종 벽화와 글귀 등이 수놓인 예쁜 골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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