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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RN에 가다]②전세계 연구진 한 곳에.."빅 패밀리"

김혜미 기자I 2013.11.11 00:42:36

CMS·ALICE 실험 참여연구자만 5600명..'공유의 장'
연구만을 위한 최적의 시설..데이터분석 작업 계속돼

[제네바=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가 뭐냐고요? 물리학 연구를 하기 위한 기초연구센터죠. 전 세계 각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함께 일합니다.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겠죠.”

지난 2일 스위스 제네바 공항에서 기자와 만난 독일인 케르스틴 오텐베르스(50)씨는 ‘CERN이 뭔지 아느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답했다. 수학과 물리학 교사인 그는 마침 CERN에서 진행되는 교육 프로그램에 참석했다가 귀국하는 길이었다. 그는 “유럽인들의 절반 이상이 CERN에 대해 알고 있다. 특히 지난해 힉스 입자가 발견된 뒤로는 최소한 60% 이상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연구단지 내에서 연구를 진행하는 공식 인원만 약 3000명, 직·간접적으로 연구에 참여하는 인원까지 포함하면 약 1만 명에 이르는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CERN은 많은 유럽인들에게 자랑스런 기초과학 연구의 중심지다.

힉스 입자를 발견한 지 1년3개월, 처음 힉스 입자를 이론화한 피터 힉스 교수가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지 약 20일 정도 뒤인 지난달 말 찾아간 CERN은 조용하고 한적했다. 식사나 휴식을 위해 마련된 카페테리아와 일부 건물 1층 휴게실 외에는 저마다 작은 연구실에서 자료 분석에 몰두하고 있었다.

연구동인 40동(왼쪽)과 단기 투숙객을 위한 호스텔인 39동. 가운데에는 인도에서 기증받은 조각상이 있다.(사진 : 김혜미 기자)
CERN 내 연구의 대부분은 예측궤도와 실험내용이 일치하는지를 살펴보는 자료 분석이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프랑스에 걸쳐 27km에 이르는 거대강입자가속기(LHC)를 통해 CMS와 아틀라스(ATLAS), 앨리스(ALICE), LHCb 등 각 검출기에서 포착된 신호들은 모두 지상데이터센터인 ‘티어0(Tier0)’으로 수집된다. 여기서 나온 데이터들은 걸러져 한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에 위치한 ‘티어1(Tier1)’으로, 여기서 또 다시 걸러진 데이터는 ‘티어2(Tier2)’로 보내진다.

우리나라가 제작, CMS 검출기의 전방에 설치한 뮤온입자 검출기(최수용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제공)
즉 LHC가 가동될 때 각 검출기들은 실험 용도에 맞는 신호를 Tier1으로 보내는데, 수많은 연구자들이 이 데이터를 분석해 힉스 입자를 비롯한 우주의 신비를 밝혀내는 셈이다. CMS검출기의 경우 중앙의 실리콘 기반 검출기와 뮤온입자 검출기, 프리샤워 검출기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번에 힉스 입자가 발견된 검출기가 바로 한국 연구팀이 일부 부품을 제작한 뮤온입자 검출기다.

현재 LHC는 성능 업그레이드를 위해 가동을 중단했지만, 데이터 분석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 유학생인 김범규(31)씨는 “LHC 가동은 중단됐지만 워낙 데이터가 방대하기 때문에 분석 작업은 계속된다”고 설명했다.

점심시간 카페테리아의 모습. 연구자들은 흩어져 연구하다가 식사시간이 되면 카페테리아에 모인다.(사진 : 김혜미 기자)
CERN은 연구자들에게 최적의 연구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모든 여건을 갖추고 있다. 단지 내 곳곳에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자전거가 비치돼 있고, 단기 방문자를 위한 호스텔 3개 동과 장기 방문자를 위한 호스텔도 마련돼 있다. 음악과 영화, 스포츠 등 각종 취미와 문화활동을 즐길 수 있는 클럽 활동도 활발하다. 월드와이드웹(WWW)의 탄생지인 만큼 이용자 등록만 하면 무료로 무선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다.

CERN의 가장 큰 장점은 전세계 연구자들이 한 곳에 모여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CMS와 ALICE 실험에 참여하는 전세계 인원 수만 해도 각각 3600명과 2000명 가량이다. ATLAS팀 소속 연구자인 중국계 미국인 하우두펑(27)씨는 “기본적으로 조직이 잘 구축되어 있고 업무 흐름도 매우 명쾌하다. 암흑물질 등 물리학 연구에 몰두하기엔 최적의 장소”라며 “연구경쟁력을 위해서도 와 볼만한 곳”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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