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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보다 못한 韓 유리천장지수…“男 역차별? 다양성 위한 시대 요구”(종합)

송이라 기자I 2019.02.18 18:37:56

여가부, 롯데·LG·포스코 등 재계 女임원·멘토 간담회
女 고위관리직 목표제 추진…"20대 남성 역차별·지나친 규제 우려, 현실과 달라"
재계 "女 임원 확대, 단순 배려 아닌 생존요건"
"임원할당제는 단기적 처방…육아인프라·女 인력개발 토양 조성"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유리천장을 깬 여성임원 및 멘토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18일 정부가 추진하는 ‘여성 고위관리직 목표제’에 대해 “현재 제일 약자라고 하는 20대 남성들은 역차별이라 하고 지나치게 기업을 규제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며 “하지만 이는 현실과 다르다. 전 세계적으로 다양성에 대한 고민과 변화가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여가부가 여러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기금의 투자시 기업이 자율적으로 정한 여성임원 목표를 달성하면 정부가 인센티브를 주기로 한 여성 고위관리직 목표제를 변함없이 추진해 나가기로 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진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유리천장을 깬 기업 여성임원 및 멘토 간담회’를 갖고 “대한민국 경제는 성장했고 문화도 발전하고 있는데 유독 유리천장지수는 몇년째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매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를 대상으로 발표하는 유리천장지수에서 한국은 최근 6년 연속 29개국 중 꼴찌를 차지했다. 지난해 이사회(임원) 여성 비율은 2.1%로 28위인 일본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지난달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가 발표한 전세계지수(ACWI)에 포함된 54개국 중에서도 한국은 주요 기업들의 이사회와 감사위원회 여성비율이 2.3%로 53위를 차지했다. 중동국가인 카타르가 54위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꼴찌다.

진 장관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경제에서의 여성 역할을 강조하고 나선 지 4년 만에 늘 우리보다 뒤에 있던 일본이 우리를 앞섰다”며 “전 세계적으로 다양성에 대한 고민과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여가부는 문재인 정부 집권 첫 해인 지난 2017년 여성가족부는 공공부문 여성 대표성 제고방안을 마련해 공무원과 공기업, 교원, 군인, 경찰 등 공공부문 각 분야의 여성임원 비율을 오는 2022년까지 20%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운데 이어 올해는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기금의 투자를 결정할 때 기업이 자율적으로 정한 여성임원 목표를 달성하면 정부가 인센티브를 주는 여성 고위관리직 목표제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남성 역차별이나 지나친 기업 규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간담회에는 백승훈 롯데호텔 상무, 한성희 포스코 부사장, 김현중 풀무원 부사장과 이미향 KT 상무, 박철용 LG전자 전무 등 국내 주요 기업에서 최근 승진한 여성임원 12명과 그들의 사내 멘토 멘토 5명이 참석했다. 내로라하는 기업에서 참석한 이들은 간담회가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도착해 작심한 듯 자신들의 경험담과 기업 현장 이야기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먼저 현장에서 느끼는 여성임원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백승훈 롯데호텔 상무는 “기업이 내부 조직문화와 인사역량에서 반드시 확보해야 할 키워드는 다양성”이라며 “다양성 확보는 단순히 여성에 대한 형식적 배려가 아닌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요건”이라고 주장했다.

한성희 포스코 부사장도 “여성 임원 확대는 경영진 의사결정시 다양한 시각을 제시해 집단지성을 높이고 여성이 가진 소통능력은 회사 주요 일꾼인 밀레니얼 세대를 부드럽게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라며 여성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여성임원 목표제가 사실상 인위적인 여성 할당에 의한 규제인지에 대한 의견도 쏟아졌다. 대다수 임원들은 자연스러운 경쟁을 위해서는 먼저 육아 인프라 확대가 필요하며 그 전까지는 인위적으로라도 의사결정권자 위치인 여성 임원을 키워야 한다고 봤다. 다만 할당제는 단기적 처방일 뿐 장기적 해법은 아니라는 인식이 많았다.

정유진 삼성전자 상무는 “우리 때 여성이 20%가 입사했는데 지금 여성 임원은 20%가 안된다. 이유는 여성들이 자녀를 키우면서 길게는 1년을 비우기 때문”이라며 “능력있는 여자 후배들이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어려워진다. 아빠가 같이 애를 키울 수 있는 정책이 중요하다. 그런 정책을 장려해준다면 얼마든지 한국 여성들도 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임원 할당제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동기들 중 부장급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많아 여성을 뽑으면 남성이 피해를 보는 과정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은정 LG전자 상무는 “나 역시 아이를 키우는 문제가 제 커리어에서 가장 흔들리는 지점이었다”며 “여성인력 확대를 위해서는 어린이집과 방과후학교 등 자녀양육 문제에 대한 사회적,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현미 롯데호텔 상무는 “여성 임원이 자유로운 경쟁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을 때까지 당분간 일정 비율까지는 의무사항으로 가이드라인을 주는게 맞다”고 제안했다.

박철용 LG전자 전무는 “임원비율을 할당하는건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이라며 “그들이 여성이기 때문에 임원이 된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무는 “여성은 열정과 소통능력, 섬세함 등 장점이 있다”며 “능력 있는 여성을 조기에 발견해 육성하는 게 필요하고 육아는 남자도 똑같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희 메리츠종금증권 전무 역시 “육아휴직 기간을 확대하고 사내 어린이집 설치 의무화가 필요하다”며 “또 여성임원 비율을 달성했을 때 기업에 확실한 세제혜택이나 경영지표 개선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미향 KT 상무는 “여성임원 할당제는 단기적으로 필요하다”며 “그보다는 능력 있는 여성들이 임원으로 성장할 수 토양을 마련해주고 육아를 해결해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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