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임상실패, 더 이상 놀랍지 않다`…바이오株 무덤덤

김대웅 기자I 2019.09.24 18:41:11

헬릭스미스 대형 악재 불구 바이오株 '선방'
"잇단 악재 겪으며 내성 생겨…오히려 저가매수 기회"
공매도는 미리 알았다? 발표 직전 공매도 급증 논란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김대웅 기자] 우려했던 바이오주(株) 쇼크는 없었다. 헬릭스미스(084990)의 임상 실패 소식에 투자자들이 긴장의 수위를 높였지만 신라젠(215600) 때와 달리 시장은 개별 악재로 받아들였다. 일각에서는 불확실성 해소로 인한 제약·바이오주 매수 기회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다만 발표 직전 급증한 공매도는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 헬릭스미스 하한가 충격…업계 파장은 없어

24일 코스닥 시장은 개장 전부터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시가총액 2위인 헬릭스미스가 전날 장 마감 후 사실상 임상 실패를 선언하는 공시를 내놨기 때문이다. 지난달 신라젠 사태 때에는 코스닥 시장 전체가 출렁거릴 정도로 여파가 컸다.

헬릭스미스는 엔젠시스(VM202-DPN) 임상 3상 결과 1차 평가지표인 3개월 통증감소효과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일부 환자에서 위약(가짜약)과 약물 혼용 가능성이 발견됐다”며 “현재의 데이터만으로는 혼용 피험자에 대한 정확한 확인이 불가능해 별도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선영 대표는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머리를 숙였다. 그는 “명확한 결론 도출이 불가능하게 됐다”며 “어이없는 일이 발생해 송구함을 금치 못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소식에 헬릭스미스 주가는 장 출발부터 하한가로 곤두박질쳤다. 17만1400원이었던 주가가 순식간에 12만원으로 떨어지며 코스닥 시총 순위도 2위에서 5위로 내려갔다.

하지만 여타 바이오 기업들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장 초반 셀트리온(068270)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 한미약품(128940)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신라젠(215600) 셀리버리(268600) 올릭스(226950) 등 주요 바이오 기업들이 일제히 하락세로 출발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대체로 상승 반전하거나 하락폭을 크게 줄인 채 거래를 마쳤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의 의약품 지수와 코스닥시장의 제약업지수도 약보합세로 마치며 선방했다.

코오롱티슈진, 에이치엘비, 신라젠 등의 사태를 겪으며 그동안 내성이 생긴데다 이제 더이상 나올 대형 악재가 없다는 인식에 오히려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것이다. 올 들어 작지 않은 하락폭을 보인 만큼 저가 매력이 높아졌기 때문에 이제 낙폭이 과도했던 종목들의 본격적인 반등을 기대해 볼 만하다는 시각이 우세한 상황이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헬릭스미스의 임상 3상 결과발표를 제약바이오 섹터 내 마지막 남은 불확실성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며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고 플랫폼 기술이 동반되는 바이오 기업에 대한 저점 매수를 고려해야 할 시기”라고 진단했다.

◇ 또 공매도의 승리…발표직전 급증 ‘의구심’

제약·바이오 업계도 한 시름을 덜었다는 반응이다. 한 바이오업체 IR 담당자는 “전날 저녁 헬릭스미스의 공시 이후 업계 전반에 여파가 클 것 같아 밤잠이 안 올 정도였다”며 “시장이 선반영했다고 인식하며 우려했던 상황이 발행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털어놨다.

임상 결과와 무관하게 헬릭스미스의 주가 거품이 빠질 것으로 예상됐다는 반응도 나왔다. 또 다른 바이오 상장사 관계자는 “헬릭스미스가 개발하는 신약은 임상에 성공해도 시판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시장 규모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며 “임상 결과가 어떻든 재료 소멸로 주가를 부정적으로 내다본 투자자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신라젠, 에이치엘비에 이어 이번 헬릭스미스도 실망스러운 임상 결과 발표 직전에 공매도가 크게 늘었다는 점은 논란이 되고 있다. 사전에 임상실패 정보를 취득한 측에서 주가 하락에 거액을 베팅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실제로 최근 헬릭스미스의 공매도 규모는 하루 200억원을 웃돌며 전체 거래의 30%를 넘나들었고 대차잔고비율 역대 최고 수준인 37%대로 치솟았다. 신라젠 역시 임상실패 발표 직전 공매도가 가파르게 늘며 대차잔고비율이 43% 넘어서기도 했고 에이치엘비도 유사한 흐름을 보인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매도 세력이 사전에 정보를 알았는지 아니면 발표가 임박하자 실패에 베팅한 것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발표 직전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공매도 물량이 미심쩍은 것은 사실”이라며 “결과적으로 이번에도 다수의 개미가 희생양이 된 채 외국계 공매도의 완승으로 끝나게 됐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