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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차 방위비협상]②美무기구매 내세운 文…협상카드 될까?

김관용 기자I 2019.09.24 17:16:45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
트럼프, "韓, 美 최대 군사장비 구매국" 치켜세워
文, 지난 10년 및 향후 3년 무기구매 관련 설명
현재 13조~14조원 어치 계약, 미국산 추가 구매 예상

우리 공군의 첫 스텔스전투기 F-35A가 지난 3월 29일 오후 공군 청주기지에 착륙 후 공군 요원의 통제에 따라 지상에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오후(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미국산 무기구매의 ‘큰 손’이라고 치켜세워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미국산 무기 구매 등으로 한미동맹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각인시켜 방위비분담금 인상폭을 낮추는 전략을 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전 모두발언을 통해 “한국의 무기 구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자 한다”면서 “한국은 미국의 가장 큰 군사 장비 구매국 중 하나고, 우리는 매우 잘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회담 후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합리적 수준의 공평한 (방위비) 분담을 강조했다”면서 “우리 정부 들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국방예산과 미국산 무기 구매 증가, 분담금의 꾸준한 상승 등으로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등에 기여한 점을 상세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한국 정부의 무기구매와 관련, 지난 10년간 현황과 향후 3년간 계획을 밝혔다”면서 “두 정상이 11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상호 호혜적이고 만족할 만한 결과를 도출해 한미동맹이 더욱 강화되도록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주요 무기 구매국 지위를 지렛대 삼아 방위비분담금의 인상폭을 줄이는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이 공공연하게 얘기했던 방위비 50억 달러(약 6조원) 인상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무기구매에서 국외 구매국으로는 미국이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방기술품질원이 지난 1월 발간한 ‘세계 방산시장 연감’의 ‘미국 2008∼2017년 무기수출 현황’ 편에 따르면 미국은 10년간 한국에 67억3100만 달러(약 7조6000억원) 어치의 무기를 판매했다. 방위사업청이 개청한 2006년 이후 지금까지 계약한 것까지 합하면 40조원이 넘는 미국산 군사 장비를 구매한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 공군이 도입할 미 노스럽그러먼의 글로벌호크 비행 모습 [사진=노스럽그러먼]
실제로 총사업비 7조4000억원을 들여 F-35A 스텔스 전투기 40대를 미국에서 도입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총 10여대 가량이 청주 공군기지에 도착한다. 미국산 고고도 무인정찰기(HUAV)인 글로벌호크 4대도 8800억원에 도입하기로 결정해 12월께 1호기가 한국에 도착한다. 작년에는 사업비 1조9000억원 규모의 차기 해상초계기로 미국산 포세이돈(P-8A) 6대를 선택했다.

또 1조7000억원 규모의 KF-16 134대의 성능개량이 진행되고 있고, 1~2조원대로 추산되는 패트리엇 성능개량과 탄 도입 사업도 진행 중이다. 이들 대형 무기사업에만 13조~14조원이 투입되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같은 미국산 무기 구매 규모를 설명하면서 방위비분담금의 합리적 인상을 요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우리 군은 향후 전자전기 6대와 공중조기경보통제기 2대, AH-64E 아파치 가디언급 공격헬기 24대, 해상작전헬기 2차 사업 12대, 해병대 상륙공격헬기 24대 등 대형 무기 구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무기 리스트는 거론하진 않았지만, 앞으로 3년 내 진행될 전력 증강 방향을 설명한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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