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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금리가 대세…역전현상 장기화되나

장순원 기자I 2019.02.18 06:00:00

KB국민, 고정금리 2.84~4.34% vs 변동금리 3.36~4.86%
7월 도입 신코픽스 효과 반감 전망도
은행권 "수익성 타격 없을 듯" 안도

[그래픽=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봄 이사철을 앞두고 주택담보대출을 알아보던 30대 직장인 김도윤(가명) 씨는 고민 끝에 고정금리 대출을 받기로 했다. 금리가 0.5%포인트가량 낮았기 때문이다. 2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으려던 그는 변동금리와 비교하면 연간 약 100만원의 이자를 아낄 수 있다는 은행원의 설명을 듣고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은행 가계대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상품 가운데 고정금리와 변동금리의 차이가 벌어지면서 고객들이 고정금리로 급격히 움직이고 있다. 금리변동기에 최소 5년간 금리가 움직일 위험이 없는데다 이자 부담도 확 떨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변동금리의 매력이 떨어지면서 올해 하반기 나오는 신(新) 코픽스 지수의 효과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격차 더 벌어지는 고정-변동금리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에서 주택담보대출을 가장 많이 취급하는 KB국민은행은 혼합(5년 고정) 금리형 대출 상품의 금리를 이번주부터 연 2.81~4.31%로 책정했다. 전주와 비교해 0.03%포인트 내려갔다. 이 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5년 만기 은행채 금리가 소폭 떨어지자 이를 반영했다. 반면 다달이 금리가 바뀌는 코픽스(잔액 기준) 금리는 3.38~4.88%로 고시하며 전보다 0.02%포인트 올렸다. 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가 종전 1.99%에서 2.01%로 0.02%포인트 상승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고정형과 변동형 금리차이는 최저금리를 기준으로 0.57%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현재 금리만 따지면 고정형 대출을 받는 게 훨씬 유리하다는 뜻이다. 이런 광경은 국민은행뿐 아니라 신한·우리은행을 포함해 주요 시중은행도 비슷한 상황이다.

통상 은행에서 취급하는 고정금리는 변동금리보다 조금 높게 유지된다. 변동형은 단기물과 연동하고 고정형은 만기가 긴 5년짜리 은행채를 기준으로 삼는데, 채권의 만기가 길면 금리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년 하반기부터 단기물 금리는 올라간 대신 장기물 금리는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확 떨어지면서 고정과 변동 금리 역전이란 기현상이 벌어졌고 최근 들어서는 금리 차가 더 커진 것.

은행을 찾는 고객들도 대출이자가 싼 고정금리 상품으로 대거 움직이고 있다. 은행권 가계대출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작년 1월 고정금리 비중은 28.8%에 불과했으나 작년 말에는 35.2%로 급증했다. 반면 코픽스 연동을 포함한 수신금리연동(변동금리)대출은 42.8%에서 38.4%로 내려왔다.

시중은행 창구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 창구를 찾았다 금리 차를 보고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고객이 늘었다”고 했다.

◇新코픽스 효과 반감…표정관리 들어간 은행권

은행권에서는 고정금리 선호 분위기가 당분간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금리 차가 더 벌어지지는 않더라도 고정금리 대출이 변동금리보다 낮은 상황이 유지될 것으로 보여서다. 일단 미국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쪽으로 돌아서며 단기금리 인상 압력은 줄었다고 해도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해 장기금리 하락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또 내년부터 국내에서 시행되는 예대율(예금액 대비 대출비율) 규제 강화를 대비해 수신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큰데, 이렇게 되면 은행 조달금리가 올라가 자연스럽게 코픽스를 포함한 변동대출 금리가 올라간다.

이런 상황을 반기는 것은 은행권이다. 하반기 도입되는 신코픽스 지수를 기반으로 한 변동대출의 파급효과가 줄 수 있어서다. 금융위원회는 7월부터 잔액 코픽스 금리를 산출할 때 요구불 예금 등을 포함하도록 해 소비자들의 금리부담을 현재보다 0.27%포인트 줄이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직접적인 금리 인하 효과가 1000억원, 고금리대출을 받은 가계가 새 코픽스 기반 대출로 갈아타는 등의 간접적인 효과를 고려하면 1조원 규모의 이자 절감 효과가 나온다고 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7월부터 변경된 코픽스를 적용할 경우 신규 변동금리 가계대출의 금리는 하락하지만, 은행의 실제 자금조달 비용에는 변화가 없다”며 “은행권 수익을 희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가계대출 가운데 덩치가 가장 큰 주담대에서 고정금리가 0.5~0.6% 안팎 낮게 유지되면 변동금리가 떨어진다고 해도 갈아탈 필요가 크지 않게 된다. 자연스럽게 신코픽스의 직·간접적 효과도 반감될 것이란게 은행권의 예상이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새 코픽스 금리가 도입된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커지면서 은행 수익성에 별다른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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