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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걱이는 스튜어드십코드]기금위 독립 미룬채…주주권행사 엑셀부터 밟나

박정수 기자I 2019.01.25 05:30:00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적용 놓고 불협화음
한진칼 주주권행사 여부 판단
기금위→수탁위, 다시 기금위로
文 대통령 "위법 때 행사" 강조하지만
독립성 없는 기금위는 책임 회피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라는 칼을 빼들었지만 행사 여부와 범위를 두고 핑퐁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기금운용위원회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에 공을 넘기고, 수탁위에는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다시 기금운용위로 결정권을 넘기는 식이다.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 결정 과정에서 이같은 현상이 빚어졌다.

주주활동 기준이나 범위, 절차 등을 검토하고 중요 의결권과 주주활동 이행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만든 수탁위가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결국 논란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전문성과 독립성이 담보되지 않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구조상 이같은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4일 보건복지부는 다음 주에 실무평가위원회와 기금운용위를 열어 ‘대한항공·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 및 행사 시 그 범위’ 등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기금운용위가 깊이 있는 논의를 해야 한다며 지난 16일 수탁위로 넘겼더니 진전 없이 다시 기금위원들이 재논의하게 된 것이다. 심지어 전문위원회의 합의된 의견을 기금위에 보고하지 않고 위원들 각자의 의견을 그대로 기금위에 보고하기로 했다.

공교롭게도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주재 회의에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대해 언급한 날 수탁위가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에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면서 엇박자를 내는 것처럼 비치기도 했다. 또 정부가 대기업에 대한 경영간섭을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대되기도 했다. 청와대가 이날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의 전제조건으로 대기업·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을 언급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한 대학 교수는 “대통령이 적극적 주주권 행사의 필요성을 강조하면 수탁위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청와대 해명은 아직도 국민연금 기금위 독립성이 취약하다고 보여주는 하나의 예”라고 지적했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에 따른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의 효과를 두고도 논란이 크지만 기본적으로 의사결정 구조에 문제가 많다는 시각도 높다. 복지부가 지난 10월 독립성 확보를 외치면서 기금위 운영개선방안까지 마련했지만, 여전히 다양한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연구소 연구원은 “주주 의사 표현 확대라는 방향성은 정부와 국민연금이 일치한다”면서 “하지만 국민연금의 점진적 접근과 정부의 급진적 의지의 차이에서 엇박자가 난 것처럼 보인다”고 평했다.

특히 한 대학 교수는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주주권행사는 오히려 정경 유착의 빌미가 될 수 있다”면서 “국민연금 독립성이 확보될 때까지 위탁사에게 의견을 맡기거나 상시 감독하는 민간 위원회를 통해 의사 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자료: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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