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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입법보고서]양육비 안 주는 부모, 운전면허 정지한다면?

조용석 기자I 2019.12.07 06:00:00

美, 양육비 불이행 시 운전·사업·전문직 면허증 등 제재
1998년 美 모든 주에 도입…법적논쟁 있었으나 인정돼
정춘숙·송희경 의원 법안 발의했으나 국회 계류 중
부당결부금지원칙 위배 된다는 의견도

(자료 = 입법조사처)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이혼율 증가와 더불어 양육비 지급에 대한 문제도 커지고 있다. 양육비를 고의로 지급하지 않는 이의 운전면허 등 각종 면허를 제재하는 미국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단 여론도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 소속 허민숙 입법조사관은 최근 ‘양육비 이행 강화 방안: 운전면허 제재 관련 미국 사례분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현안분석)를 통해 양육비 미지급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소개했다.

미국은 1990년대부터 주정부별로 양육비 이행 강화 방안으로 면허증 제재 조치를 취했다. 제재 대상이 되는 면허증은 운전면허증, 사업면허증, 직업면허증, 전문직 면허증 등이다.

미국 연방정부는 1996년 법을 제정해 모든 주 정부에게 양육비 이행을 강화하기 위한 면허증 제재 방안을 마련토록 했고, 이를 통해 1998년부터 미국의 모든 50개 주는 양육비 지급 불이행 시 면허증 및 허가증을 제한·정지·취소할 수 있는 법적·행정적 조항을 갖추게 됐다.

제재 수준은 주 정부별로 양육비 연체 기간과 금액에 따라 다르다. 아이다호주는 90일 또는 2000달러 이상 양육비 연체에 대해 21일 이내 연체금 납부, 지급계획 제출 등을 하지 않으면 사업·운전·직업·전문·총기 면허증을 취소한다. 위스콘신주는 90일 연체 또는 소환 불응 시 운전·직업·전문·여가 면허증을 5년 내에서 제재한다.

한국도 정당한 사유 없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모에 대해 여성가족부 장관이 경찰에 운전 면허취소 또는 1년 범위 내 정지 처분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했으나 계류 중이다. 또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도 양육비 불이행 부모에 대해 여성가족부 장관이 출국금지 및 운전면허 정지를 법무부와 경찰에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나 이 역시 계류 중이다.

양육비 미지급 제재 수단으로 운전면허 정지 및 취소하는 것은 부당결부금지 원칙을 위반한 것이란 의견도 있다. 부당결부금지란 행정기관이 행정 활동을 하면서 실질적인 관련이 없는 반대급부와 결부시켜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예를 들어 교통법규를 위반한 이에 대한 제재로 엉뚱하게 비영리 단체 활동을 금지할 수 없단 얘기다.

미국도 이에 대한 법적인 논쟁이 있었으나 합당하다고 판단했다. 미 사법부는 정부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이들을 대신해 세금으로 지원해야 하는데, 만약 면허 정지 등을 통해 양육비 이행률이 높아진다면 정부의 이익에 부합 한다고 봤다. 또 양육비 불이행자의 전문직 자격 취소에 대해서도 ‘자녀를 제대로 부양하지 않았다면 전문가로서 자질과 적합성이 결여된 것’으로 정당하다 판단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양육비를 납부하지 않은 행위와 운전면허 정지 및 출국금지의 상관성은 운전 및 출국행위가 양육비 지급 능력을 증명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검토해 볼 수 있다”며 “양육비 미납자를 제재하기 위한 이 같은 조치는 양육비 이행강화라는 행정작용 목적 범위 내에서 부과된 것으로 볼 여지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보고서는 “미국 사례와 같이 양육비 완납, 지급 약정 등의 요건 준수에 따라 임시면허증 발급 또는 제재 유예기간 부여 등의 절차를 마련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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