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는 이 같은 내용을 증언했다. 박 전 전무는 과거 정씨의 승마 후견인으로 활동하며 삼성의 승마 지원과 관련해 최씨 대리인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그는 직접 삼성과 승마 지원에 대한 협상 및 계약을 하기도 했다.
박 전 전무는 최씨와 삼성전자가 최씨 실소유의 독일 코어스포츠(이후 비덱스포츠로 개명)와의 213억원 규모의 용역계약 체결 4개월 후인 2015년 12월 최씨의 자금 전용 문제로 사이가 틀어져 홀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이날 법정에서 귀국 후 박 전 사장과의 만난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박 전 전무에 따르면 그는 2015년 12월 귀국 후 박 전 사장 요청으로 지난해 1월말경 박 전 사장을 만났다.
만남에서 박 전 전무가 첫마디로 “독일 일을 잘 챙겨보십시오. 제가 손을 떼고 왔습니다”라고 건넸다. 이는 삼성이 용역대금으로 지원한 자금을 최씨가 임의로 사용하고 있으니 잘 살펴보라는 취지의 말이었다.
이에 박 전 사장은 “독일 얘기는 하지 말고 아시아승마연맹 이야기만 하자. VIP(대통령)가 말을 사주라고 한 것이다. 세상에 알려지면 탄핵감”이라며 “앞으로 당신도 입조심해라. 입 다물고 있어라.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박 전 사장은 이어 “제 일정이 빡빡하지만 한 달에 한 번이라도 꼭 만나서 점심이든 저녁이든 하자”고 말했다. 박 전 전무는 이에 대해 법정에서 “박 전 사장이 저를 관리하는 식으로 얘기를 했다”고 부연했다.
이번 증언은 국정농단 사건 이후 처음 나왔다. 검찰의 공소장에도 적시돼 있지 않은 내용이다. 박 전 전무는 이와 관련해 “조사받을 당시 검사님이 물어보지 않았고 당시엔 제가 어려운 시절이었다”며 “굳이 이런 얘기를 해 복잡하는 하는 게 안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목이 안 좋아서 말을 못 하여 조사를 빨리 끝내고 집에 가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증언이 공개되자 최씨 측은 당혹해했다. 최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오늘 법정에 나오기 전에 검사들을 만난 적 있느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박 전 전무는 “없다”며 “(이전 증언에선) 제 변호사가 얘기하지 말라고 해서 안 했다. 검사가 물어보기에 제가 실언을 했구나 생각하면서도 얘기를 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이 변호사는 “변호사가 누구냐”고 따져 물으며 “박상진 전 사장은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전혀 없다, 박 전 사장은 말을 사자라고 했다는 자체를 모른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전 전무는 “그건 이 변호사님 말씀”이라고 일축했다. 검찰과 특검도 “박 전 사장이 (모른다고) 얘기를 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