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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朴이 정유라 말 사주라 해..알려지면 탄핵감' 언급"

한광범 기자I 2017.09.29 20:57:59

'삼성 승마지원 핵심증인' 박원오, 朴·崔 재판서 증언
"박상진 '입조심하지 않으면 죽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그동안 일부러 숨겨..제 변호사가 말렸지만 처음 밝혀"
박근혜·최순실 공모관계 성립 핵심 증언 가능성

사진 왼쪽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비선실세 최순실씨.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대한승마협회장이었던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지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뜻이었다고 말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박 전 사장이 지원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될 수 있다고 염려했다는 증언도 함께 공개됐다. 이번 진술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승마지원 공모관계 성립의 핵심 증거가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는 이 같은 내용을 증언했다. 박 전 전무는 과거 정씨의 승마 후견인으로 활동하며 삼성의 승마 지원과 관련해 최씨 대리인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그는 직접 삼성과 승마 지원에 대한 협상 및 계약을 하기도 했다.

박 전 전무는 최씨와 삼성전자가 최씨 실소유의 독일 코어스포츠(이후 비덱스포츠로 개명)와의 213억원 규모의 용역계약 체결 4개월 후인 2015년 12월 최씨의 자금 전용 문제로 사이가 틀어져 홀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이날 법정에서 귀국 후 박 전 사장과의 만난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박 전 전무에 따르면 그는 2015년 12월 귀국 후 박 전 사장 요청으로 지난해 1월말경 박 전 사장을 만났다.

만남에서 박 전 전무가 첫마디로 “독일 일을 잘 챙겨보십시오. 제가 손을 떼고 왔습니다”라고 건넸다. 이는 삼성이 용역대금으로 지원한 자금을 최씨가 임의로 사용하고 있으니 잘 살펴보라는 취지의 말이었다.

이에 박 전 사장은 “독일 얘기는 하지 말고 아시아승마연맹 이야기만 하자. VIP(대통령)가 말을 사주라고 한 것이다. 세상에 알려지면 탄핵감”이라며 “앞으로 당신도 입조심해라. 입 다물고 있어라.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박 전 사장은 이어 “제 일정이 빡빡하지만 한 달에 한 번이라도 꼭 만나서 점심이든 저녁이든 하자”고 말했다. 박 전 전무는 이에 대해 법정에서 “박 전 사장이 저를 관리하는 식으로 얘기를 했다”고 부연했다.

이번 증언은 국정농단 사건 이후 처음 나왔다. 검찰의 공소장에도 적시돼 있지 않은 내용이다. 박 전 전무는 이와 관련해 “조사받을 당시 검사님이 물어보지 않았고 당시엔 제가 어려운 시절이었다”며 “굳이 이런 얘기를 해 복잡하는 하는 게 안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목이 안 좋아서 말을 못 하여 조사를 빨리 끝내고 집에 가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증언이 공개되자 최씨 측은 당혹해했다. 최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오늘 법정에 나오기 전에 검사들을 만난 적 있느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박 전 전무는 “없다”며 “(이전 증언에선) 제 변호사가 얘기하지 말라고 해서 안 했다. 검사가 물어보기에 제가 실언을 했구나 생각하면서도 얘기를 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이 변호사는 “변호사가 누구냐”고 따져 물으며 “박상진 전 사장은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전혀 없다, 박 전 사장은 말을 사자라고 했다는 자체를 모른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전 전무는 “그건 이 변호사님 말씀”이라고 일축했다. 검찰과 특검도 “박 전 사장이 (모른다고) 얘기를 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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