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기촉법 대안 '구조조정협약' 내달 1일 시행…'반쪽짜리' 운영 불가피

김경은 기자I 2018.07.22 12:00:00

현재 채권은행 신용평가 대상 기업 첫 적용할 듯
387개 금융사 조기 협약 가입 적극 추진
법률 공백에 따른 특례ㆍ제재는 불가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내달 1일부터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하 기촉법)이 지난달 말 효력을 상실한데따라 채권금융기관 기업구조조정업무 운영협약(이하 협약)이 본격 시행된다.

기업구조조정 주요 수단인 워크아웃 제도를 대체하기 위한 채권금융기관간의 자율적 협약으로 기촉법과 최대한 유사한 방식으로 구조조정이 가능토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법률에 근거하지 않아 특혜나 제재 등은 협약에 반영할 수 없어 기촉법을 보완하기에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국회와 협력해 가급적 빨리 기촉법 재입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여당의 기촉법 연장에 대한 반대가 커 당분간 법적 공백 상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내달 1일부터 구조조정 협약 시행키로…기촉법 공백 피해 최소화

23일 6개 금융협회와 주요 금융기관 등으로 구성된 채권금융기관 기업구조조정업무 운영협약 제정 TF(태스크포스)는 지난 20일 전체회의를 개최해 협약을 확정하고 향후 추진계획을 밝혔다. 협약은 지난달 30일 기촉법 실효에 따른 기업구조조정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촉법의 내용을 최대한 반영토록 했다.

은행연합회, 금투협회, 생·손보협회,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등 6개 금융협회와 주요 금융기관 등 22개 금융기관은 조기협약 가입에 적극 동참키로 합의했다. 협약 가입 대상 금융기관은 총 387개사다. 협약 관리·운영 기구는 채권금융기관상설협의회, 협약운영회 및 채권금융기관 조정위원회로 구성된다.

이달 말까지 금융기관 협약 가입을 완료하고 내달 1일부터 협약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협약은 새로운 기업구조조정 관련 법률이 제정·시행되면 효력을 상실한다.

채권은행 신용평가위험이 진행 중인 기업들이 첫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용평가 결과는 7월 말~8월 초쯤 발표된다. 신용위험등급은 A~D등급으로 나뉘는데 C등급 기업은 워크아웃을 D등급 기업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절차를 밟는다. 지난해의 경우 25개 대기업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돼 이중 13곳(C등급)이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금융당국은 기촉법 공백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빠른 기일 내에 협약을 시행하는데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2006년 기촉법 공백기에 6개 기업이 자율협약을 추진했지만 2곳만 자율협약이 체결되고 4개 기업은 법정관리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기촉법과 차이점은

‘구조조정 운영협약’은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참여해 기업구조조정 근거 규정을 만드는 것으로 채권금융기관의 100% 동의와 은행 중심인 자율협약(채권은행협약에 비해 75%의 동의만 얻으면 안건의 의결이 가능하다. 다만 법적 강제성은 없어 채권단 중 일부가 구조조정안에 반대해 발을 빼더라도 강제할 방법은 없다.

제1차 협의회 소집 통보시 주채권은행의 채권행사 유예 요구에도 채권을 행사한 경우 공동관리절차 개시 후 지체 없이 원상회복토록하고 손해배상책임(위약금)을 부과키로 했다.

그러나 기촉법에 근거한 워크아웃과 달리 출자전환 시 출자제한(15%) 예외 인정 등의 특례를 적용할 수 없고 워크아웃 절차 위반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시정요구 및 제재가 불가능하다. 아울러 협의회 의결에 대한 미이행 제재도 위약금과 손해배상금을 동시에 부과할 수 있는 기촉법과 달리 협약은 위약금을 납부하면 손해배상책임은 면제된다. 과태료 부과도 불가능하다. 채권행사 원상회복 의무를 위반하면 금융채권 미신고 등에 대해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가 가능하다.

구조조정 절차는 기촉법의 절차를 그대로 반영해 운영된다. 상시평가 운영협약에 따라 채권은행의 신용위험 평과 결과 등을 감안해 주채권은행이 부실징후기업을 선정, 기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 주채권은행은 제1차 협의회 소집 통보시에 채권행사 유예 요구가 가능하다. 워크아웃 신청일로부터 14일이내에 협의회 소집을 통보, 통보를 받은날부터 14일(최장 28일) 이내에 1차 협의회에서 신용공여액(의결권) 기준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 공동관리절차 개시 가부를 의결한다. 협의회 의결에 반대한 채권금융기관은 7일 이내에 서면으로 채권매수청구가 가능하다.

◇법률 공백 언제까지

2001년 8월 제정된 기촉법은 기업 구조조정의 대표적 수단 중 하나인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의 근거법으로 지난달 말 법적 시효(2년6개월)가 끝나 효력을 상실했다. 워크아웃은 채권단의 75%만 동의하면 구조조정을 하면서도 신규자금 수혈도 가능해 부실기업을 효과적으로 회생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운영 과정에서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반영돼 관치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현 여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이 일몰연장을 반대한 이유다. 기촉법은 한시법 형태로 운영되며 5번에 걸쳐 재입법과 기한 연장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지난 2006년 1월부터 약 2년간, 2011년과 2016년에 각각 4개월과 2개월씩 기촉법이 실효된 바 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협약이 기촉법과 동일한 수준의 법적 구속력을 갖지 못하지만 지금은 비상상황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이러한 임시방편을 통해서라도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위는 국회와 긴밀히 협조해 기촉법이 재입법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