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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 덕 칼럼]‘일자리 봄’에 재 뿌리는 정책들

남궁 덕 기자I 2018.03.23 05:30:00
[남궁 덕 콘텐츠전략실장]봄이 가까이 온 듯한데 꽃샘추위가 시샘한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다. ‘일자리 봄’이 아직 찾아오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고 있지만, 한국의 작년 15∼24세 청년실업률은 10.3%로 좀체 개선되지 않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7년째 떨어지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정부는 ◇공공일자리 81만개를 확충하고 ◇혁신형 창업을 촉진하고 ◇차별 없는 일터를 조성하는 정책으로 일자리 봄을 앞당기겠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여기에 큰 구멍이 뚫려있다. 일자리를 만드는 주역이 누구인지, 그들을 어떻게 뛰게 만들어야 하는지가 빠져있다.

일자리 창출의 주역은 두말할 것도 없이 기업인이다. 그들이 지금 심각한 번민과 좌절감에 빠져있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는 기업인들의 곡(哭) 소리를 전한다. 본인들의 요청으로 익명 처리한다.

A 사장은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지키지 않는 기업주에 징역형을 처할 수 있다는 내용을 보고 분노를 느꼈다”며 “과태료 정도로 계도하면 되지 왜 징역형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관련법은 특별한 사유 없이 52시간 초과 근무를 시키는 사업장은 적발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연평균 노동시간이 가장 긴 나라다. 제도 도입 배경이다. “법 취지는 다 알고 있지만 사업주를 감옥에 보낼 수 있다는 걸 법에 명시하는 것은 기업인들을 싸잡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무슨 영화를 보려고 이 땅에서 사업을 해야 하는지 답답할 뿐이다. 경제 정책의 방향이 바뀌지 않으면 해외로 사업장을 아예 옮기는 걸 심각하게 고민할 거다.”

업력 30년 기업을 이끌고 있는 B 사장은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 종업원들을 위한다는 게 최저임금제도인데, 그걸 일률적으로 올리면 전 직원들의 임금을 한꺼번에 올리게 돼서 결국 기존 인력의 업무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일자리를 늘리는 것과 반대 방향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가 한꺼번에 오면 종업원 봉급봉투가 두툼해지고 저녁이 있는 삶이 올 것으로 착각하지만, 회사 입장에선 비용 급상승으로 일자리를 늘릴 수 없다. 현실을 알고 정책 처방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B 사장은 “회사는 매출이 늘어나면서 성장하게 마련인데, 충분한 자양분과 규모를 갖춘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임직원의 피와 눈물, 희생으로 이른바 데스밸리(성장 정체 죽음의 계곡)를 넘어설 수 있다. 자칫 실수하는 사업주를 종업원이 고발하고, 경우에 따라 인식 구속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건 혼신일체로 뛸 수 없게 만들 것이다.”

C 사장은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에서 탈출한 것이나 미국 중서부의 ‘러스트 벨트’(제조업 사양화로 불황을 맞았던 지역)가 부활하고 있는 건 기업인을 뛰게 만든 결과”라며 “양질의 일자리는 기업에서 나온다는 점을 정책 당국자들이 명심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제도는 초반에 혼란이 있는 법인데 시행 전에 호들갑을 떤다는 말이 당국에서 들리고 있다”며 “탁상행정인지 아닌지는 곧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아르바이트생이 줄어드는 등 되레 소외계층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걸 염두에 둔 발언 같다. 근로시간 단축 법안이 통과된 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엔 급여가 줄어드는 중소기업 재직자들와 가족의 반대 의견 많이 올라와있다. “근로시간 단축은 서민 위한 법이 아니다. 생산직 근로자를 외변하는 법이며 가난이 대물림되는 하향평준화 법률이다. 월급이 줄면 생활비를 어떻게 충당하느냐” 등의 볼멘 목소리다.

기업인은 물론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성장통을 감수하면서 새 시장에 도전하던 그들이 이 땅에서 사업하기 글러먹었다고 생각을 굳히게 되면 양극화 해소와 균형성장 혁신성장 어떤 가치도 공염불이 될 공산이 크다. 기업인을 화나게 하는 법은 손질하는 게 맞다. 기업인의 마음을 녹여줘야 일자리 봄이 온다. <콘텐츠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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