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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 실적이 좋아야 세금도 많이 낸다

논설 위원I 2018.03.20 06:00:00
지난해 10대 그룹 상장사가 낸 법인세가 17조 554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한다. 전년보다 무려 72% 늘어난 규모라니, 그만큼 경영 실적이 양호했음을 말해준다. 이런 흐름을 견인한 회사는 반도체 호황에 힘입은 삼성전자(7조 7330억원)와 SK하이닉스(2조 9612억원)다. 이들 두 회사의 법인세는 전년의 전체 법인세수(52조 1000억원)에 비해서도 20.5%에 이르는 규모다. 사드보복 등으로 전년보다 납부액이 32.8% 줄어든 현대자동차그룹과도 대비를 이룬다.

이러한 현상에서 기업 실적이 좋아야 세금도 많이 거둘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거듭 확인하게 된다. 삼성그룹은 유효세율이 전년보다 1.9%포인트 낮아졌지만 법인세 납부액은 104.3%가 늘어났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유효세율이 0.5%포인트 높게 적용됐음에도 불구하고 세액은 되레 줄어들었다. 법인세액이 세율보다 기업 실적에 더 좌우되기 마련이라는 얘기다. 세수를 늘리려면 법인세율을 올릴 게 아니라 기업들이 실적을 올릴 수 있도록 기업친화적 환경을 조성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운다.

다른 나라들이 세계경제 회복세를 타기 위해 법인세율 인하, 규제개혁, 노동시장 유연화 등에 나서는 데서도 이런 흐름을 엿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미국, 일본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 결과 해외에 나갔다 국내로 되돌아오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일자리도 저절로 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반대 움직임이다. 기업들이 해외로 나감에 따라 고용사정은 자꾸 악화하는 추세다.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기업 부담이 늘어나면서 바깥으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여건이 문제다.

정부는 기업들의 고충과 애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더 늦어지기 전에 현재 추진되고 있는 일련의 기업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아무리 올려도 기업 실적이 나쁘면 세수는 오히려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경영 여건이 악화하게 된다면 일자리 사정도 마찬가지다.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정책 개발에 눈을 돌려야 한다. 더구나 각국 사이의 무역장벽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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