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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문현답]“화장실 배관 뚫은 경험담에 면접관들 고개 끄덕이더군요"

김소연 기자I 2018.01.22 06:00:00

가천대 최동연씨 “건설현장서 아이디어로 배관문제 해결”
“다른 지원자 현장 잘 몰라…현장실습으로 면접 자신감”
가천대 장기현장실습 참여 학생 중 78%가 취업에 성공

가천대 실내건축학과 학생들의 수업 현장 사진. (사진=가천대)
청년 실업률이 9.9%까지 치솟으면서 역대 최악의 취업난에 직면하고 있다. 기업들은 경력 위주로 인력을 채용, 취업준비생들을 절망케 하고 있다. 대학 등 교육·훈련기관은 청년 취업전선에서 첨병 역할을 한다. 대학이 어떤 교육을 시키느냐에 따라 취업 문턱은 낮아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최악의 청년 취업난을 뚫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는 대학이 늘고 있다. 본지는 ‘취업문제, 현장에 답이 있다’는 주제로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대학의 노력을 소개한다.<편집자 주>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입사 면접때 현장실습 당시 경험을 얘기하니 면접관들의 시선이 일제히 제게 쏠렸어요. 4학년 때 건설현장으로 실습을 나가 화장실 배관 막힘의 원인인 ‘역(逆)경사 현상’을 해결했다고 얘기했더니 면접관들은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다음 달 가천대 건축설비공학과를 졸업하는 최동연(24)씨는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금성백조주택에서 현장실습을 했다. 일반적인 3~4주의 단기 현장실습이 아닌 4개월간 김포 한강신도시 구래역 인근 아파트 신축공사 건설 현장에 투입돼 직원처럼 일했다. 그는 “하루 평균 3만보를 걸어야 하는 일정 탓에 힘이 들었지만 직무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있는 값진 시간이었다”고 돌이켰다.

당시 최씨가 실습을 나간 공사현장에선 배관이 아래가 아닌 위쪽으로 항해 하수가 역류하는 ‘역(逆)경사 현상’이 문제가 됐다. 그는 화장실 욕조 하단에 받침대를 설치, 배관을 위치를 높여 막힘 현상을 해결하자고 아이디어를 냈다. 현장에서는 그의 아이디어가 채택됐고 배관 막힘현상을 해결할 수 있었다. 최씨는 “4개월간의 실습기간 중 가장 보람 있던 순간”이라고 말했다.

최 씨는 최근 롯데건설 입사를 확정했다. 그가 맡은 업무는 기계설비 시공 관리다. 현장실습 때 경험이 도움이 됐다.

최 씨는 “면접장에서 만난 다른 지원자들이 해당 직무를 잘 모르는 것 같아 혹시나 했는데 졸업 전에 합격해 기쁘다”며 “건설 현장에서의 4개월이 취업시장에서는 ‘신의 한 수’였다”고 했다.

가천대는 지난 2015년 4월 고용노동부·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하는 ‘IPP형 일학습병행제 사업’(IPP사업, Industry Professional Practice)에 선정됐다.

IPP사업은 2015년 대학·기업 간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됐다. 3~4학년 학생이 학기 중에 최대 10개월 간 전공 관련 현장에서 직무를 배우고 계절학기 때 이론 수업을 들으면 학점을 이수할 수 있다. 짧은 현장실습 기간으로 내실을 키우지 못한다는 지적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됐다.

IPP 사업 선정 후 실습에 참여한 가천대 학생들은 취업률에서 가시적 성과를 보이고 있다. 장기실습을 나갔던 지난해 2월·8월 졸업자 112명 중에선 87명(77.7%)이 취업에 성공했다. 이는 가천대 전체 취업률(68%)을 10%포인트 가까이 앞서는 성과다.

IPP 사업의 안착을 위해 가천대는 ‘주임·PD(Project Director)교수제’를 운영 중이다. 각 트랙별로 PD교수 12명을 임명, 이들이 학생과 기업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하도록 했다. PD교수는 학생들이 IPP 사업에 적극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참여 학생들을 상담·관리한다. 직접 기업을 방문해 지도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한기태 IPP사업단장(컴퓨터공학과 교수)은 “학과 전임교수가 학생의 진로에 맞게 기업을 추천하는 등 좋은 기업과 우수 학생을 연결하는 노력을 한다”며 “기업의 업무와 적성에 맞는 학생을 연결시켜주면 학생·기업 모두 만족도가 상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참여 기업도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천대 학생들을 현장실습생으로 받고 있는 조광원 비투엔(IT 서비스 기업) 대표는 “신입 직원 채용 당시 인재채용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IPP 사업을 알게 돼 우수 학생을 추천받을 수 있었다”며 “실습 기간 동안 참여 학생의 인성·역량 등을 검증할 수 있어 일반 채용보다 교육시간·교육비 감소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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