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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전경련 산하 'FKI미디어' 청산절차 밟는다

윤종성 기자I 2018.01.22 05:50:00

국정농단 주역 오명 쓴 전경련
유일한 자회사 잃고 최악의 위기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출판 자회사인 FKI미디어가 재정 악화로 결국 문을 닫는다.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국정농단 주역이라는 오명을 쓴 전경련은 유일한 자회사까지 잃게 되면서 최악의 위기에 내몰렸다.

전경련 관계자는 21일 “FKI미디어가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면서 “이달 중으로 청산에 필요한 서류 작업 등을 끝내면 폐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FKI미디어는 전경련의 단행본 출판업무를 도맡았던 자회사다. 김영희 대표이사가 2012년부터 6년째 이끌고 있다. 지난해에도 △대한민국을 말하다 △2030 한국경제론 △CEO를 위한 인문학 △여성창업노트 △에너지 빅뱅 등 다수의 경제·경영 서적을 출판했다.

전경련을 버팀목 삼아 안정적인 수익을 올렸던 FKI미디어는 지난 2016년말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뒤로 삐걱되기 시작했다. 전체 회비의 70% 가량을 담당했던 삼성과 현대차(005380), SK, LG(003550) 등 4대그룹의 탈퇴로 예산이 급격히 쪼그라든 전경련이 단행본 등의 출판 발주를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매출의 상당액을 전경련에 의존했던 FKI미디어에게는 ‘직격탄’이었다. FKI미디어는 문재인 정부의 노골적인 ‘패싱(passing·배제)’으로 전경련의 위상과 역할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더 이상 사업을 영위하기 힘들다고 결론 낸 것으로 파악된다.

10여 명 가량의 FKI미디어 직원들에게는 해고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희 대표는 본인의 영문 이니셜을 딴 YH미디어를 설립, 1~2명의 직원만 두고 FKI미디어가 했던 전경련의 단행본 출판업무를 승계할 예정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FKI미디어가 지난해 손익분기점을 조금 웃도는 수준의 이익을 냈지만, 올해는 전경련 사정이 더욱 악화돼 적자 전환이 불가피하다”면서 “실적이 반등할 여지가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자산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회사를 청산하기로 결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전경련 내부적으로는 FKI미디어의 청산을 계기로 다시 한번 극도의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그간 전경련은 ‘한국기업연합회(한기련)’로의 개명 시도와 인원 감축 등 고강도 쇄신을 통해 ‘정경유착의 온상’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려 애썼지만, 현 정권의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적폐’로 낙인찍힌 전경련은 현 정권 하에서는 사실상 회생이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미 경제사절단 구성부터 대(對) 정부 창구 역할에 이르기까지 전경련이 해오던 대부분의 역할이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로 넘어간 상태다.

전경련 일각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전경련 행사에 두 차례나 참석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기대섞인 전망을 내놓기도 하지만, 문 대통령과 정부 부처 장관들은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어 관계 개선은 요원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이달말 열리는 이사회와 내달중 개최되는 정기총회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전경련 관계자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60% 가량의 직원을 내보내는 등 조직을 쇄신했지만, 남아있는 직원들은 고용 불안과 임금 삭감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면서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여주려 해도 정부 외면이 계속되고 있어 물꼬를 트기 힘들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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