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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인구 첫 감소…10년 뒤엔 일손없어 공장 문닫는다

김정남 기자I 2017.03.08 16:19:47

생산가능인구 감소, 日 만성 장기침체 큰 원인
韓 인구절벽 강도 더 세…"청년인력 확보 고민"

LG경제연구원이 한국은행 통계를 이용해 추계한 우리나라 잠재성장률 추이다. 2020년 이후 잠재성장률은 1%대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특히 노동부문의 감소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출처=LG경제연구원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일본의 유명 덮밥체인점인 스키야. 이 업체는 지난 2014년 2~4월 약 250개 점포의 문을 닫거나 영업시간을 줄였다. 유명한 일화다.

그 이유는 놀랍게도 ‘일손 부족’에 있었다. 아르바이트 시급을 1500엔(약 1만5000원)까지 올렸지만 그래도 사람을 구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 업체 뿐만 아니다. 이자카야 체인점인 와타미가 아르바이트생 부족으로 점포를 대거 폐쇄한 것도 두고두고 회자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은 “지금도 일본의 인력난 문제는 심각한 상태”라고 했다. 현재 일본에는 248만명의 일손이 부족하며 2025년에는 그 수치가 583만명으로 급증할 것이라는 통계도 있다. 최근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의 조사를 보면, 인력 부족을 겪는 기업들의 45% 이상은 수요 증가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 발단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은 이때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8726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본격 감소하기 시작했다. 2015년 생산가능인구가 7682만명이었으니, 10년새 1000만명 넘게 줄어든 것이다.

‘일할 수 있는’ 인구가 급감하자, 산업 현장부터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하소연이 급증했다고 한다. 경제성장 동력을 야금야금 좀먹는 인구구조의 변화는 단박에 경제를 덮치는 단기 쇼크보다 더 무섭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손 부족’ 시달리는 日

LG경제연구원이 8일 ‘생산가능인구 감소 시대의 경제 성장’ 보고서에서 제시한 일본 사례는 우리 경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장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후미오 하야시와 에드워드 프레스콧의 일본 장기불황 연구에 따르면, 1980년대에 비해 1990년대 일본의 잠재성장률이 3%포인트가량 하락한 데는 노동부문의 감소가 1%포인트 떨어뜨리는 역할을 했다.

박상준 와세다대 교수의 저서 ‘불황터널’도 일본의 현재를 잘 보여주고 있다. “최근 일본에는 신규 대졸자의 고용시장이 호황이다보니 최종 면접이 끝나고 나면 학생들에게 이메일이 오기 시작합니다. 어디에 취업이 됐다는 소식입니다.” 구직자 입장에서는 호황일 수 있지만, 구인자 입장에서는 불황일 수 있다. 이지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이는 경제 전체로 보면 산업 경쟁력 저하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주장도 있다”고 말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의 후폭풍은 일본 뿐만 아니다. 2010년대 남유럽 재정위기도 인구구조의 변화와 직결돼 있다. 2008년 포르투갈을 시작으로 아일랜드 스페인 그리스 등은 위기를 겪었는데, 이는 1980년대 이후 출산율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팔팔한’ 20~30대의 인구 감소로 이어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생산가능인구가 주력 소비 연령대라는 점도 주목할 만한 포인트다.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던 각국 전례에서 소비 위축은 주요 요인이었기 때문이다. 사회 전반이 축 가라앉는 디플레이션(만성적인 물가 하락)은 일본의 고질병 중 고질병으로 꼽힌다.

◇韓 인구절벽 강도 더 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더 심각한 상황이라는 게 통계로 증명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는 10년 뒤 지금보다 6.8%, 20년 뒤 17.8% 각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유럽 국가들 제외하면 가장 빠른 감소 속도다. 이를테면 생산가능인구가 10% 줄어드는데 일본이 17년, 독일이 26년 각각 걸렸는데, 우리나라는 12년에 불과한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인한 경제·사회적 문제점이 주요국보다 높은 강도로 나타날 것이며, 이에 적응할 시간도 더 적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인력난이 빨리 도래해 성장을 제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우리 경제의 만성 침체는 더 심화할 것이라는데 이견이 별로 없다. LG경제연구원은 2020~2024년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1.9%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근태 수석연구위원은 “당분간은 수요 위축 현상이 지속되면서 취업 어려움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지만 조만간 인력 부족이, 특히 신산업을 이끌 청년 인력의 부족이 성장을 짓누를 것”이라면서 “청년 인력의 확보 방안을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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