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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금속 품은 '잿빛 재앙' 폐속 침투... 삼겹살 말고 물 8잔 이상 마시세요

이순용 기자I 2018.03.26 11:05:12

각종 호흡기질환을 일으키며 증상이 지속되면 만성 폐렴으로 발전 할 수 있어 주의
노인 등 고위험군은 사망까지도 가능.... 폐렴구균백신 접종이 예방에 도움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은밀한 살인자’, ‘잿빛 재앙’, ‘죽음의 먼지’ 등은 미세먼지를 가리키는 말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4년 한해 동안 미세먼지로 인해 기대수명보다 일찍 사망한 사람이 전 세계적으로 700만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또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2013년 미세먼지를 인간에게 암을 일으키는 ‘1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1998년부터 OECD가 조사한 초미세먼지 노출도에서 우리나라가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으며 특히 가장 최근 결과에서는 조사 이래 가장 나쁜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미세먼지 경보가 서울 등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에 내려졌다. 이에 정부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차량 2부제를 실시했다. 거리의 시민들은 황사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에 나서는 등 미세먼지로 인한 생활에 불편이 크다.

미세먼지는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 1㎛는 1000분의 1㎜) 이하인 매우 작은 물질로 황산염, 질산염, 암모니아 등의 이온 성분과 금속화합물, 탄소화합물 등 유해물질로 이뤄졌다.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지만 석유나 석탄 등의 화석연료, 자동차 매연 등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미세먼지가 몸속으로 침투하면 미세먼지 속의 중금속 물질들이 신체 기관 곳곳을 돌아다니며 알레르기성 결막염, 비염, 호흡기질환, 탈모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그중에서 호흡기는 미세먼지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미세먼지로 인해 후두염, 폐렴, 천식, 기관지염 등의 호흡기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데, 증상을 오래 지속하면 만성 기관지염, 폐렴으로 진행할 수 있다. 특히 사람의 폐포까지 깊숙하게 침투, 기관지와 폐에 쌓이는 초미세먼지는 각종 호흡기 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몸의 면역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 미세먼지, 천식과 호흡곤란 유발

일반적으로 호흡기를 통해 몸 안으로 들어온 먼지는 1차로 코털, 2차로 기관지 섬모에서 걸러진다. 그래도 걸러지지 않은 미세먼지는 폐포에 달라붙어 각종 호흡기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며 몸의 면역 기능을 떨어뜨린다. 몸에 한번 들어온 미세먼지는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대부분 계속 남아있다. 이렇게 기관지나 폐에 쌓인 미세먼지는 코나 기도점막에 자극을 줘 비염, 중이염, 후두염, 기관지염, 천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킨다. 또 미세먼지의 독성물질이 모세혈관에 유입돼 혈액의 점도가 증가, 혈관을 수축시키고 심혈관에 영향을 준다.

미세먼지에 의한 자극은 개인에 따라 차이가 크다. 최정희 한림대동탄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보통 사람에게는 가벼운 자극에 불과할 수 있지만 비염이나 천식과 같은 알레르기성 기도질환을 가진 환자나 만성 폐질환에 의해 폐기능이 저하된 사람에게는 매우 심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대개 콧물, 재채기, 코막힘 증상이 심해지거나 기침과 객담이 증가하고 호흡곤란 증상이 악화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호흡곤란의 악화는 입원을 요할 정도로 심각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세먼지가 고농도로 상승할 때에는 노인, 어린이, 호흡기질환자 및 심혈관질환자는 실외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부득이하게 외출해야하는 경우엔 보건용 마스크, 긴소매 의복 등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또 학교에서는 실외활동을 자제하고, 외출 후 귀가 시에는 반드시 손발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장시간 외출 시에는 대기오염도 실시간공개시스템인 에어코리아(www.airkorea.or.kr)에서 실시간 대기정보를 확인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루에 물 8잔 이상을 마시는 등 충분한 수분 섭취를 통해 목과 코, 피부를 보호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황사나 먼지를 많이 들이킨 날엔 삽겹살을 구워먹기도 하는데, 사실상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삽겹살의 기름이 미세먼지와 흡착해 몸안으로 더 잘 되게 할 수 있다.

최정희 교수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면 기관지점막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고 유해물질을 빨리 배출할 수 있다”며 “섬유질이 많은 잡곡밥이나 과일, 야채를 충분히 섭취해 장운동을 활성화시키면 도움이 되고, 과일이나 야채의 항산화물질이 산화스트레스를 막아주는 것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65세 이상 노인 폐렴으로 이어질 수도

대개 겨울이 지나면 폐렴이 유행하지 않을 것이라 안심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봄철에도 폐렴에 대한 안심은 금물이다. 폐렴은 봄철 환절기에 다시 한 번 유행한다.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큰 날씨와 미세먼지 등으로 인해 폐의 점막이 쉽게 손상되고 인체 면역력이 약해져 호흡기질환 발생이 높아지는 것이다. 여기에 2차적으로 세균이 침범해 폐렴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폐렴은 65세 이상 노인이나 만성질환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최정희 교수는 “봄철에는 다른 호흡기질환이 유행한 직후부터 한 달 정도 뒤까지 계속 폐렴환자가 발생하는 양상을 보인다”며 “가족단위 나들이객이 많아지는봄에는 야외활동이 늘어나면서 대중이 모이는 곳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만큼 감염질환에 걸릴 확률도 높아지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감기 등 호흡기 질환의 예방을 위해서는 가급적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하는 것이 좋다. 봄나들이 철이라 외출을 피할 수 없다면, 야외활동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도록 한다. 손을 씻을 때에는 비누칠 후 적어도 30초 이상 구석구석 마찰하며 씻도록 한다. 충분한 수면과 균형 있는 영양섭취, 규칙적인 운동은 기본이고, 평소 구강청결에도 신경 써야 한다. 노인이나 소아의 경우 체온조절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목욕 후에는 재빨리 물기를 닦아내도록 한다.

최 교수는 “매년 폐렴은 호흡기질환 유행 이후에 5월까지 지속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가족행사나 야외활동이 많은 봄철에 감기 등의 호흡기질환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65세 이상 노인이나 만성질환자와 같은 고위험군은 폐렴으로 진행될 수 있으니 미리 폐렴구균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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