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냅타임] '데이트 폭력'…인식 낮고 피해신고도 적어

김민지 기자I 2018.10.01 08:00:05


(사진=이미지투데이)


지난 3월 부산에서 한 남성이 기절한 여성의 머리채를 잡고 끓고 가는 CCTV 장면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데이트 폭력에 대한 두려움을 고조시켰다. 경찰청에서 발표한 지난해 데이트 폭력 피해자 수는 무려 1만303명. 3명 중 1명이 폭력을 당했고 한 해 평균 46명이 사망했다.

데이트 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확산하고 있지만 여전히 낮은 인식과 적은 피해신고로 가려져 있다. 데이트 폭력 근절을 위한 삼진아웃제가 실행됐지만 여성들은 여전히 불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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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스트레스도 데이트 폭력

언어적·성적·경제적·심리적 유형의 폭력 피해는 신체적 폭력보다 더 자주, 더 많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최근 ‘데이트 폭력 피해 실태조사’를 한 결과 여성응답자의 62.6%가 남자친구나 애인으로부터 의상 지적·연락 강요·모임 감시와 같은 통제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다음으로 성적 폭력 피해 48.8%, 언어·정서·경제적 폭력 피해 45.9%, 신체적 폭력 피해 18.5% 순으로 나타났다.

과거 남자친구의 통제를 경험했던 김지희(28)씨는 “전 남자친구가 다른 남자와 연락하지 말라고 화를 내다 결국 분을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었다”며 “신체적 폭력을 가하지 않았더라도 스트레스를 주거나 공포를 느끼게 하는 것도 데이트 폭력”이라고 말했다.

홍영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학자마다 데이트 폭력의 기준은 다르지만 대화를 통해 이견을 조율해도 성별 구분 없이 상대방을 ‘강압적’으로 통제를 하는 것은 데이트 폭력의 시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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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폭력 피해 신고율 낮아…'미화한 폭력' 인식하지 못해

한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다른 남자를 만나지 못하게 통제하거나 억지로 키스를 하는 장면, 침대에 눕히는 장면, 저항하려는 여주인공을 힘으로 제압하는 장면이 종종 연출된다.

시청자들은 이를 보면서 드라마 속 스토리에 빠져 남자 주인공의 행동에 대해 데이트 폭력이라 느끼지 못한다. 연출된 장면은 엄연히 데이트 폭력이지만 폭력이라고 인식하기 어렵다.

대학생 이성연(24)씨는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나오는 행동으로 느껴진다”며 “스토리와 엮이다 보니 그러한 행동이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여성은 남자친구나 애인으로부터 통제 피해를 본 후에도 데이트 폭력이라고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이 대부분이다. 그저 ‘사랑하니까 그러겠지’라며 스스로 위안을 삼거나 당연한 행동의 결과로 받아들이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다.

실제로 ‘여성의전화’가 조사한 결과 이러한 남자친구나 애인의 행동 통제에 대해 여성응답자의 38.9%가 폭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심지어 35.8%가 ‘아무렇지도 않았다’와 32.1%는 ‘나를 사랑한다고 느꼈다’고 응답했다.

피해 여성의 64.9%가 신고 없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피해를 본 후 신고했다고 답한 응답자 중 53.3%는 경찰이 사건처리 방식에서 사소한 일로 치부했다고 응답했다.

배개화 단국대 교양학과 교수는 “남자가 여자에게 폭력을 가할 때는 자기보다 약한 여자에게 분노와 좌절감을 푸는 것이다. 데이트 폭력은 명백한 범죄일 뿐 거기에 사랑은 없다”며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는 가혹한 행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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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아웃제…“두 번 맞는 거까지는 참으라고?”

부산 데이트 폭력 사건을 기점으로 데이트 폭력을 단절시키기 위해 적용한 ‘삼진아웃제’를 둘러싸고 20~30대 여성들은 아직도 불만이다.

삼진아웃제는 △같은 피해자에게 세 번 이상 범행 시 원칙적으로 정식 기소 △피해자와 합의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된 사건도 삼진아웃에 포함 △두 번째 저지른 범행이라도 처음보다 죄질이 나쁘면 기소나 구속 고려 △데이트 폭력을 3회 이상 저지른 가해자를 무조건 처벌해서 범행 대응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이뤄진 제도다.

회사원 조보경(27)씨는 “폭력을 저지른 가해자에게 세 번의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냐”며 “폭행범을 감옥에 보내는데 세 번이나 맞아야 한다니 두 번의 폭력은 괜찮다는 의도인지 제도에 허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대검찰청은 ‘삼진아웃제’에 대해 오히려 사건처리기준을 강화한 제도라고 반박했다. 친분이 있는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인 만큼 합의가 원활하게 이뤄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한 전력도 누범 횟수에 포함하기 때문이다.

이민 변호사는 “삼진아웃제의 도입은 데이트 폭력의 적극적인 처벌을 강화시킨 것은 사실”이라며 “단지 삼진아웃이라는 ‘용어에서 비롯된 오해’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하지만 삼진아웃제만으로 데이트 폭력을 근절시킬 수 없어 범죄의 종류를 세분화하거나 세 번의 기회 없이 한번에 처벌할 수 있는 특별법을 도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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