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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용의 軍界一學]군부정권의 잔재 '위수령', 68년만에 폐지

김관용 기자I 2018.07.01 12:02:54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1987년 민주항쟁 이후 30여년을 지나오는 동안 군부정권의 ‘적폐’가 대부분 청산됐지만 여전히 잔재로 남아있는게 있습니다. ‘위수령’(衛戍令)이 대표적입니다. 이 위수령이 폐지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집니다. 국방부는 7월 4일부터 8월 13일 위수령 폐지령안의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관련 규정을 없앤다는 계획입니다.

위수령은 경찰을 대신해 육군 병력이 특정 지역에 주둔하면서 치안을 유지 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치안 유지에 군 병력을 동원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계엄령’과 유사하지만, 위수령은 일부 지역에 국한된 반면 계엄령은 전국적 규모의 혼란과 큰 사태에 발동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위수령은 당초 광복 후 정국이 혼란할 당시 군의 치안유지를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1965년 한·일협정 체결로 촉발된 학생운동 진압 과정에서 당시 서울시장이 경찰병력으로 치안유지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군에 병력을 요청하면서 위수령이 발동돼 주목받게 됩니다. 박정희 정부는 이를 계기로 1970년 4월 위수령 관련 법적 근거를 새롭게 마련합니다. 이게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위수령입니다.

위수령의 특징은 대통령의 명령만으로 치안 유지에 육군 병력을 동원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입니다. 대통령이 국회 동의 없이 군대를 동원할 수 있는 유일한 법령입니다. 위수사령부 소속 장병은 폭행을 저지르는 자나 폭력이 수반된 소요를 총기를 발포해 진압할 수 있습니다. 또 폭행 등의 현행범인을 영장 없이 체포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1971년 학생 교련 반대 시위, 1979년 부마항쟁 시위 진압에 위수령을 근거로 병력을 출동시킨 바 있습니다.

2016년 12월 31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제10차 주말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DB]
하지만 이같은 위수령은 병력 출동 규정 등이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기본권을 대통령령으로 제한하기 위해선 법률 상의 근거가 있어야 하지만 이 역시 불명확합니다. 특히 위수령 법령은 변화된 군의 ‘군령권’(軍令權)과 지방자치제도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군령권은 군의 작전을 지휘·통제하는 명령권한으로 병력동원의 경우 군령권을 통해 행사할 수 있습니다. 위수령이 처음 만들어진 1950년 당시에는 육군참모총장이 육군 부대에 대한 군령권을 갖고 있었지만 현재는 합참의장이 전 군의 군령권을 갖고 있습니다. 육군참모총장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권한은 군대의 편성과 조직을 관장하는 군정권(軍政權)이지 병력동원과 작전 명령권은 없습니다.

그러나 위수령에는 병력 출동 승인권자가 아직도 육군참모총장으로 돼 있습니다. 현실과 맞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이와 함께 병력 출동 요청권자가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도지사로 돼 있습니다. 조문대로 해석하면 같은 광역단체장임에도 불구하고 대구·대전·광주·인천·울산광역시장이나 세종특별자치시장은 병력출동 요청권이 없다는 의미가 됩니다. 변화된 행정구역과 지방자치제도 시행에 따른 기초단체장의 역할 등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탄핵 촛불집회 당시 국방부가 특정 지역에 병력을 출동시키는 위수령을 검토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 문제를 놓고 언론들끼리 갑론을박을 벌이면서 위수령 폐기 필요성이 또 다시 제기됐습니다.

이에 국방부는 한국국방연구원(KIDA) 등의 용역 결과 등을 고려해 위수령을 폐지하기로 최종 방침을 정했습니다. 위수령은 최근 30년간 시행 사례가 없는 등 실효성이 낮고, 상위 근거법률의 부재로 위헌 소지가 많다는 것입니다. 또 위수령의 제정 목적은 현행 타 법률에 의해 대체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치안질서 유지는 경찰력만으로도 가능하기 때문에 더이상 대통령령으로서의 존치사유가 없어졌다는 설명입니다. 위수령은 대통령령이기 때문에 국회의 별도 의결 없이 관계부처 회의와 국무회의 의결로 바로 폐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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