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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대우조선 매각 건이 (산업은행 회장 임기 중) 마지막 미션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직을 내놓겠다는 각오로 하고 있습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26일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우조선해양 매각건은) 이번 기회를 놓치면 대우조선해양은 산은에 또다시 20년 더 있어야 한다”며 작심한듯 이렇게 말했다.
◇“대우조선, 흑자 경영 돌아서지 않았다”
이 회장의 언급은 대우조선해양(042660)과 현대중공업(009540) 노조가 매각에 반대하는 강경 투쟁 노선을 걷는데 일침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이날 오후 1시~5시 4시간동안 이번 인수에 반발하는 ‘경고 파업’에 돌입했다.
이 회장은 “이번 매각을 해야 하는 이유는 조선업은 산업 합리화가 되기 전까지는 참 힘들다는 것”이라며 “대우조선해양의 침체기가 끝났다는 얘기가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지금도 가까스로 손익분기점 수준이고 약간의 변동 요인만 있으면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우조선해양은 절대 흑자 경영으로 돌아서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 회장은 “올해와 내년 이후에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며 “그래서 지금 이 시점이 그나마 시장 상황이 좋으니 구조조정 적기라고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노조의 반대를 향해서는 “세상은 4차 산업혁명 시대로 가는데 우리만 석기시대에서 살 수는 없지 않냐”며 “투쟁과 파업으로 일자리가 지켜지고 기업 경쟁력이 제고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지금 시간이 별로 없다”고 했다.
그는 아울러 “노조에서 총고용을 주장하면 우리에게는 무엇을 줄 수 있냐”며 “수동적인 입장에서 알아서 기업을 살리라고 하면 아무 것도 안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협상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상경 투쟁에서 산은 본점에 계란을 던지는 등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과격 시위를 두고서는 “산은 어린이집에 계란을 던져서 문제가 해결될 것 같으면 백 번이라도 해결됐을 것”이라며 “왜 꼭 2000명을 몰고 와서 위협적으로 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 회장은 “금호타이어 때도, 한국GM 때도 노조에 항상 열려 있었다”며 “과격한 행동은 자제해 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기회가 되면 거제에 내려가 지역 단체와 협력사, 지방자치단체장 등을 다 만나 설득할 것”이라고도 했다.
◇“후임 사장, 미래지향적인 사고 했으면”
그는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남은 과제에 대해서는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영구채는 협상 중인 것으로 안다”며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의) 통과 확률은 50% 이상”이라며 다소 낙관적으로 봤다.
이 회장은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과 유창근 현대상선(011200) 사장이 사의를 표명한데 대해 “‘팽 당했다’는 말을 하는데, 그분들의 역할은 이제 끝난 것”이라며 “임시관리자였다”고 했다.
이 회장은 후임 사장 인선 문제에 대해서는 “바람이 있다면 미래지향적인 사고를 가진 분이면 좋겠다”며 “세계 최대 해운선사인 머스크의 사장이 IT 출신이라고 하더라. 현대상선도 그렇게 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조조정을 전담하는 산은 자회사(KDB AMC) 설립을 두고서는 “늦어도 늦여름 혹은 초가을쯤 발족할 것”이라며 “출자관리회사가 이관되면 산은은 미래지향적인 업무, 글로벌 업무에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