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더럽다” 욕하더니…84만명 모여 男 나체사진 돌려본 ‘여성판 N번방’

이로원 기자I 2024.05.16 07:57:57

국내 최대 여성 커뮤니티서 성희롱 논란
외국 남성 나체사진·정보 등 담긴 후기글 공유
성인 페스티벌 KXF 개최는 반대…‘이중잣대’ 비판도

[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지난 2020년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던 이른바 ‘N번방 성착취물’ 사건은 텔레그램에 개설된 단체 채팅방을 통해 불법 음란물을 생성하고 거래·유포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말한다. 당시 가해자는 남성이었고, 피해자는 여성이었다. 당시 지대한 관심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뒤 ‘N번방 방지법’이 통과돼 성착취물 등 온라인 성범죄에 대한 처벌 범위가 대폭 확대되고 처벌 수위가 상향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회원수 84만4000명을 보유한 국내 최대 여성 전용 커뮤니티가 ‘여성판 N번방’ 사태 논란에 휩싸인 것. 15일 매일경제는 이같은 내용을 보도하며 커뮤니티 회원들이 카페 내에서 외국 남성과 매칭되는 데이트 앱에서 만났다는 남성들의 상세한 정보, 이른 바 ‘후기글’을 올리면서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23년 개최된 성인 페스티벌 ‘KXF The Fashion’. (사진=한국성인콘텐츠협회 제공)
그 중에는 미성년자도 있었다. 그들은 여러 외국 남성들의 실물 사진을 올리며 “이런 ○ 꼭 ○○야지” “○○보이네요” “이 ○ ○○보신 분” 등 상대의 외모와 성기 등을 외설적으로 언급하며 정보를 교환했다.

이들이 카페 내에서 공유한 일명 ‘미군남 빅데이터 전차수 총망라’ 라는 리스트에는 약 3페이지 분량의 미군 신상 등이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한 회원은 “(해당 리스트를) 백과사전처럼 만들겠다”고 했다. 커뮤니티 회원들끼리 공유하고 있는 ‘데이트 앱 사용 외국 남성 리스트’도 있었다.

이 같은 내용이 보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1년에도 여초 커뮤니티에서 수많은 한국 남성들을 불법 촬영하여 성적으로 비하했다는 내용이 극소수의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더욱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는 여성 커뮤니티 회원들이 이중잣대를 들이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최근 성인 페스티벌 KXF(2024 KXF The Fashion)의 개최를 반대하며 “여성을 성상품화 하는 행사”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KXF를 ‘성매매 엑스포’라 칭하며 KXF가 열릴 예정이었던 지방자치단체에 행사 중단 요청을 하는 청원에 동참하기도 했다.

커뮤니티 회원들은 “아예 한국에서 하지 말라는 뜻이잖아. 좀 알아들어라” “꾸역꾸역 다른 지역 찾는 거 징그럽다” “지긋지긋하네” “왜 저렇게까지 못해서 안달인 걸까 수상해” “더러운 것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본 성인비디오(AV) 배우들이 출연하는 KXF는 지자체들과 여성단체들의 반대로 ‘줄퇴짜’를 맞은 끝에 결국 개최가 취소됐다. 이번 성인 페스티벌에서는 일본 AV 배우들의 팬 사인회, 란제리 패션쇼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이렇듯 대외적으로는 여성의 상품화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자신들은 한국, 외국 남성들의 외모와 신체적 특징을 세세하게 논평하며 정보를 교환하는 행위를 지속한 것이다.

이와 관련 김승환 법률사무소GB 변호사는 “이들 행위는 명예훼손 행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고,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공개하는 것은 스토킹처벌법에 따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행해질 경우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히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거짓 사실로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스토킹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소위 ‘N번방’이라고 하면 남성이 가해자가 되고 여성이 피해자가 된다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여성도 얼마든지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며 “이는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농락을 넘어 범죄 행위이기 때문에 성을 매개 삼아 개인정보유출·명예훼손 등을 한다면 비난과 처벌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성이든 여성이든 스스로 이러한 성범죄에 가담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