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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국민을 바보 취급할 건가"…日 분노의 '폭풍트윗'

정다슬 기자I 2020.05.11 13:39:41

'#검찰청법 개정에 항의한다' 이틀째 수백만건 트윗
유명인들도 잇딴 참여…"나라 부수지 말아달라" 호소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검찰청법 개정안에 항의합니다’

아베 신조 일본 정부가 검찰 인사에 무리하게 개입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는 검찰청 법률 개정에 항의하는 트윗이 단시간에 수백만 건 넘게 리트윗 되는 등 일본 내에서 이슈가 되고 있다. 배우나 만화가, 연출가 등 유명인사들도 참가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문제가 된 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사의 정년을 단계적으로 만 65세로 끌어올리고 내각이 인정하면 정년을 최장 3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올해 초 아베 정부는 ‘친(親) 아베’ 성향 인물로 여겨지는 구로카와 히로무 도쿄고검 검사장의 정년을 이례적으로 2년 연장해 검찰총장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정년 연장이 없었다면 구로카와 검사장은 검사의 정년을 만 63세로 정한 일본 검찰청법에 따라 올해 2월 초 정년퇴직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아베 내각은 국가공무원법 연장규정을 적용했다고 답했지만, 실제 과거 정부 답변과 모순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자 “법 해석을 바꿨다”고 설명하고 여기에 법 개정안까지 제출했다.

야당 측은 심의를 요구하고 있으나 여당은 이에 응하지 않은 채 8일 위원회 심의를 열어 이를 강행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르면 13일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8일 밤 ‘검찰청법 개정안에 항의합니다’라는 도쿄도 내 한 여성 회사원의 트윗이 올라왔다. 해당 여성은 아사히와의 인터뷰에 아베 내각에 큰 불만을 가진 것은 아니었지만 코로나19 국면에서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기는 커녕, 정권의 입맛대로 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에 위기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검찰청법 개정안에 항의합니다라는 태그를 단 배우 이우라 아라타 씨의 트위터. ‘더 이상 보신을 위해 법률도, 정치도 왜곡시키지 말아달라, 이 나라를 망가뜨리지 말아달라’고 적혀있다. [사진=트위터 캡처]
이 트윗은 큰 호응을 얻어 10일 오후 리트윗을 포함해 500만건을 넘어선 상태이다. 일본 유명인들도 다수 참가해 가수 캬리 파뮤파뮤, 음악그룹 ‘이키모노가카리’의 미즈노 요시키, 배우 아사노 타다노부, 아키모토 사야카, 연예인인 오쿠보 카요코, 만화가 우미노 치카 등이 해시태그를 덧붙여 트윗을 올렸다.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어디까지 국민을 바보로 아는 것이냐”, “더 이상은 간과할 수 없다”, “지금 여기서 항의의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정말 나라가 끝날 것 같은 느낌이 든다”라는 내용이 덧붙여 있다.

일반인뿐만 아니다. 유이치 카이도 전 일본변호사협회 사무총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권력으로부터 독립한 검찰을 시민의 힘으로 지켜내자. 일본을 정치 부패를 재판할 수 없는 독재국가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라며 “코로나19 위기를 틈타 이런 법안을 통과시키는 시도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앞서 ‘법치의 위기를 우려하는 변호사회’는 지난달 22일 “정부가 항시적으로 검찰 인사에 개입할 수 있는 구조를 제도화하는 것은 도저히 간과할 수 없다”고 성명을 냈다. 10일 오후 6시까지 변호사 1600명이 이에 대한 찬성을 표명한 상태이다.

이례적인 현상에 저널리스트인 츠다 다이스케는 아사히에 “(아베 내각의) 코로나19로의 대응은 이처럼 방만한 데 딱히 급하지도 않은 법 개정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나서고 있다”며 “검사 정년 연장은 평소라면 그리 와 닿지도 않고 어려운 문제이지만, 정부의 행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은 이를 간과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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