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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 등 카드 3사, 공동 QR페이 서비스 개시
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롯데·BC카드는 이날부터 카드사 공통 간편 결제 서비스인 QR페이 서비스를 개시한다. QR페이 서비스는 소비자가 신용카드 없이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으로 카드 가맹점의 QR코드(사각형 모양의 종이 또는 그림 안에 가격 정보 등을 담은 것)를 읽으면 결제가 이뤄지는 서비스다.
3개사의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현재 사용 중인 ‘롯데카드 라이프’, ‘페이북(paybooc)’, ‘신한 페이판(payFAN)’ 등 개별 카드사 애플리케이션으로 가맹점의 3개사 공통 QR코드를 스캔하면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카드사와 가맹점 간 정산 과정을 간소화한 것일 뿐 결제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어서 기존 할부 결제, 신용·체크카드 할인, 포인트 적립 등 혜택을 그대로 누릴 수 있다. 기존 카카오페이는 현금을 미리 충전해서 사용하고, 서울시가 운영 중인 제로페이는 소비자 은행 계좌에서 가맹점 은행 계좌로 돈을 이체하는 방식인 점이 다르다.
가맹점도 별도 단말기를 설치하지 않고 가맹점 전용 애플리케이션만 설치하면 카드사 공통 QR페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카드사가 카드 결제 시 승인·매입 업무를 대행하는 밴사(VAN·부가통신사업자)에 주는 수수료가 필요치 않은 만큼 가맹점이 카드사에 내는 수수료도 최대 0.14%포인트 낮아지는 장점이 있다.
3개 카드사는 거치대형·스티커형 QR 결제 코드, 출입문 및 결제 방법 스티커, 안내장 등으로 구성한 ‘QR페이 키트’를 가맹점에 배포하는 등 서비스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휴대전화와 QR코드 하나만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카드로 결제할 수 있어서 가맹점도 기존에 QR코드 여러 개를 비치해야 하는 불편함이 줄어들 것”이라며 “가맹점 모집을 확대해 QR페이 서비스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카드사 공동 QR페이 경쟁력…“글쎄”
가맹점 입장에서 카드사 QR페이가 카카오페이나 제로페이에 비해 이점이 없어 가맹점 확보조차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기존 카드 가맹점은 총 269만곳이다. 이들이 일차적인 공동 QR페이 모집 대상인 셈이다. 백지 상태에서 시작한 카카오페이는 현재 약 20만개 가맹점을, 제로페이는 약 4만개 가맹점을 확보한 상태다. 카드사들이 가맹점 확보에 자신감을 갖는 이유다. 여기에 단말기설치비용이 들지 않는 점을 내세워 푸드트럭이나 구둣방과 같이 기존 카드 가맹점에 포함돼 있지 않은 곳도 포섭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가맹점들의 입장은 다르다. 수수료율을 종전 대비 최대 0.14%포인트 낮춘다지만 요율이 ‘제로(0)’에 수렴하는 제로페이, 카카오페이와 견주면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다.
또 앱투앱 방식으로 정산과정을 간소화했음에도 가맹점이 거래대금을 입금받는 주기는 기존과 동일한 ‘전표매입일+1영업일’이라는 것도 한계로 꼽힌다. 직불로 거래가 이뤄져 사용자의 결제와 동시에 현금이 점주 계좌로 꽂히는 카카오페이나 제로페이보다 못하기 때문이다.
가맹점 관리 채널을 직접 동원할 상황도 아니다. 일반적으로 영세 중소가맹점은 밴(VAN) 대리점이 위탁받아 관리한다. 문제는 공동 QR페이가 밴사나 밴 대리점을 배제하는 식으로 정산과정을 줄였다는 데 있다. ‘밴 수수료+α’만큼을 점주에게 덜 걷겠다는 건 역으로 보자면 밴 대리점에 그만큼 덜 주겠다는 얘기다. 밴 대리점이 제 목에 방울을 채우는 일에 순순히 협조할 리 만무하다.
카드회원이 실물카드 대신 공동 QR페이를 이용할 유인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이에 비씨카드는 다음 달 말까지 공동 QR페이로 결제하는 모든 고객에게 매일 건당 500원씩(최대 1500원까지) 청구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신한카드와 롯데카드도 대동소이한 마케팅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같은 일회성 이벤트는 일부 체리피커의 표적만 될 뿐 실제 이용자 저변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또한 금융당국이 자제를 요청한 기타 마케팅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