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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노조, 내부 갈등 심화..금속노조 가입 여부 촉각

성문재 기자I 2016.12.07 16:13:27

일부 현장조직서 노조 집행부 비판 유인물 배포
금속노조 가입 이후 예산, 지원 등 문제 제기
노사 임단협 교섭은 제자리..사측 "노사 힘 모아야"

지난달 10일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 본사에서 파업 집회에 참가한 노조원들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현대중공업(009540) 노사간 임금·단체협상이 좀처럼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노동조합이 추진중인 금속노조 가입을 두고 노조 내에서도 내부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현대중공업 노조 내 한 현장조직은 ‘조합원은 바보가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배포하고 백형록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등 집행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가입과 관련해 이미 많은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노출됐음에도 불구하고 조합원에게 구체적인 설명이나 해명 없이 ‘문제없다’는 식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현장조직은 금속노조 가입과 관련한 노조 집행부의 설명에 오류를 지적하면서 산별노조 전환 이후의 대비는 돼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꼬집었다.

한 예로 금속노조 가입 이후 예산 문제를 들었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올해 1년간 쟁의예산 21억원 포함 약 52억원의 예산을 사용했다.

금속노조 가입시 실제 현대중공업 노조가 온전히 사용할 수 있는 돈은 20억원으로 줄어든다. 매년 20억원(조합원 1만5000명 기준)을 금속노조에 내줘야 하고 조합비 일부(18%)는 투쟁기금으로 별도 적립되기 때문이다. 연간 30억원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5~6년 후면 173억원의 적립금이 바닥날 수 있다는 우려다.

노조 측은 금속노조 가입시 기업별노조보다 몇배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낙관하고 있지만 앞서 지난해 금속노조에 가입했던 현대중공업 일반직지회는 여전히 단체협약을 종결짓지 못한 채 결렬 상태다. 금속노조 소속이던 한진중공업(097230) 노조도 지난 2010년 사측의 대규모 정리해고에 맞서 총파업을 벌였지만 결국은 정리해고를 막아내지 못했다.

게다가 금속노조는 자동차 완성차 4사를 비롯해 자동차 관련 노조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어 중공업 노조가 큰 힘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 금속노조 조합원 10명 중 8명은 자동차 관련 조합원이며 61.7%가 현대차그룹 소속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오는 20~22일 총회를 열고 금속노조 재가입 여부 총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노조 규약상 조직형태 변경을 위해서는 전체 조합원 절반 이상이 투표에 참여하고 투표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가결될 경우 현대중공업 노조는 2004년 이후 12년만에 민주노총에 복귀하게 된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관계자는 “회사는 과장급 이상 일반직과 여사원 구조조정을 시작으로 물류, 보전 등 생산지원부문 분사를 거쳐 비조선 부문 사업부 분리를 밀어부치고 있다”며 “우리만의 고립된 투쟁이 아니라 금속노조 가입으로 민주노총과 함께 하는 싸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5일까지 61차례 임단협 교섭을 벌였지만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지난달 23일 제58차 교섭에서 △기본급 동결 △월평균 급여 3만9000원 인상 △노사화합 격려금 100%+150만원 △종업원 자녀 신규채용 우대 폐지 △우수조합원 해외연수 경영정상화까지 유보 △정년퇴직자 자녀 우선 채용 조항 삭제 등을 노조측에 제안했지만 노조는 회사의 인력 구조조정 중단이나 철회 없이는 협상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노조의 금속노조 가입은 노조가 자율적으로 판단할 문제기 때문에 회사가 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다만 지금과 같은 업황 불황에는 위기 극복을 위해 노사가 힘을 모아 노력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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