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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여왕 "보유 주식 공개 싫어"..법안 로비 벌여 성공

최정희 기자I 2021.02.08 21:50:06

1973년 `기업 투명성 법안` 수정
여왕 보유 주식 감추는데 국영 유령법인 조성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과거 자신의 사유 재산을 대중에 공개하지 않으려고 관련 법안 초안을 수정하기 위해 로비를 벌여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엘리자베스2세 여왕(사진= AFP)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7일(현지시간) 국립기록물보관소에서 정부가 작성한 서류를 입수했다고 이 같이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 서류에는 1973년 영국 왕실의 개인 변호사가 여왕이 보유한 주식 등 사유 재산을 공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기업 투명성 법안’을 바꾸기 위해 여러 장관을 압박한 내용이 포함됐다.

기업 투명성 법안은 투자자가 차명이나 유령회사를 통해 상장 법인에 투자할 수 있도록 이사회가 지분의 실소유주 공개를 요구하면 해당 실소유주의 신원을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영국 내각이 이런 법안을 추진하자 자신의 투자처와 규모가 공개될 것을 우려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개인 변호사 매슈 파러를 주무 부처인 통상산업부에 보내 자신의 주식 보유가 이사회와 국민에 공개되는 것이 매우 우려스럽다는 뜻을 전했다.

이후 법안에는 ‘국가 지도부, 국영은행, 정부가 이용하는 법인에 대해서는 정부가 재산 공개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추가했다. 매체는 이에 대해 “1970년대 이뤄진 이런 법안 수정으로 여왕은 자신이 소유한 기업 지분, 투자를 가리는데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국영 유령법인 1곳을 조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국 언론인 앤드루 모턴이 1989년 낸 책을 보면 이 법안이 의회에서 가결되자 1977년 여왕 소유로 추정되는 주식이 유령 법인으로 이전됐다. 영국 여왕 재산은 현재까지 정확한 규모가 공개된 적이 없다.

매체는 “영국 여왕이 법률 제정 과정에서 동의권을 통해 비밀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법안이 의회에 회부되기 전 법안의 내용이 왕실의 특권이나 사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면 정부의 관계 장관은 여왕에 이를 사전 보고한다”고 말했다.

다만 영국 왕실 대변인은 BBC를 통해 “여왕의 동의권은 ‘군주가 가지는 순수한 공식 입법 절차’”라며 “여왕이 입법을 막았다는 모든 주장은 그야말로 부정확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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