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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배분에 공정 잣대 들이댄 MZ세대"…발빠르게 진화나선 이해진·김범수

김현아 기자I 2021.02.25 19:13:44

직원 평균급여 삼성·SK보다 많지만
"보상기준 불투명" "인사평가 상처"
네이버·카카오 경영진 긴급 소통
"직원·회사 함께 성장하도록 노력"

[이데일리 김현아 노재웅 기자] 평균 연봉 8000만 원이 넘고 ‘님’으로 부르는 수평적인 기업 문화로 부러움을 사는 네이버와 카카오. 하지만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원들은 성과 배분에 대한 궁금증과 불만이 적지 않다. 지난해 네이버의 영업이익이 1조2153억원으로 전년대비 5.2% 증가했고 카카오 역시 4560억원으로 120.5% 증가한 가운데, 성과급 기준이 불투명하다거나 평가시스템이 개인에게 상처가 된다는 등의 이야기가 불거진 것이다. 그러자 당장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직원 간담회를 열고 진화에 나섰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25일 오후 2시부터 2시간여 동안 진행된 직원 간담회에서 이 GIO는 직원들이 글로벌 투자 전략을 궁금해하자 2주 뒤 간담회를 추가로 열기로 했고, 김 의장은 평가제도 개선에 질문이 몰리자 3월 2일 별도 간담회를 열겠다고 밝힐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1인당 평균 급여는 8182만5000원, 8200만원(2020년 9월 기준·전자공시시스템). 같은 시기 삼성전자(7200만원), SK하이닉스(6961만9000원), LG화학(6800만원), KT(6500만원), 현대차(6300만원)보다 높다. 직원 평균 급여가 네이버·카카오보다 높은 곳은 SK텔레콤(9700만원)정도다.

그럼에도 네이버의 젊은 직원들은 매출이나 영업익에 연동하지 않은 보상제도가 불만이다. 이 GIO와 함께 간담회에 참석한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인터넷 비즈니스의 특성상 단기 수익보다는 성장을 위한 움직임을 보여준 조직을 중심으로 보상한다”며 “직원들도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시총 규모가 매우 큰 상장사로서는 드문 ‘전 직원 스톡옵션’ 제도 도입하고 있다”고 보상 철학을 설명했다.

네이버는 2019년부터 매년 전 직원에게 1000만원 상당의 스톡옵션을 부여하기 시작해 27일부터 네이버 직원들은 재작년 받은 첫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당시 행사 가격이 12만 8900원이었으니 현재 네이버 주가(38만 3000원)가 3배가량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인당 차익이 1900만원에 달한다. 이해진 GIO는 “열심히 고생해준 직원들에게 정말 고마웠는데 직원들과 그 가치를 스톡옵션을 통해 나누게 돼 진심으로 기쁘다”고 말했다.

카카오 젊은 직원들은 상하 구분 없이 평가하는 인사평가시스템에 ‘(리뷰대상자와) 다시 함께 일하시겠습니까?’라고 묻는 등 지나치게 수평적인 문화가 ‘왕따 문화’를 만들어낸다고 비판하고 있다.

김범수 의장은 “그런 것에 민감하지 않은 리더나 동료가 있다면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 사내 문화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라고 사과하면서도 “카카오 공동체는 회복탄력성이 있는 건강한 조직이 됐으면 한다”고 평가 제도 개선 의지를 밝혔다. 직원 보상에 대해서도 “경쟁사보다 보상이 적다면 빨리 개선을 해야 할 것”이라며 “현재 균형을 못 맞출 수는 있으나 장기적인 관점으로 맞춰 나가겠다”고 언급해 추가 보상대책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해진 GIO와 김범수 의장의 적극적인 소통 행보에 대해 직원이 기업의 팬덤을 좌우하는 첫 번째 소비자이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포노 사피엔스(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의 저자인 최재붕 성대 공과대학 기계공학부 교수는 “IT 플랫폼 기업들은 소비자만 보고 가는데 성공하려면 팬덤이 필요하다”며 “팬덤의 출발점은 직원이기 때문에 창업자나 CEO와 직원들의 관계가 상명하복의 다른 기업들과 다르다”고 진단했다.

그는 “IT 기업들도 수평적 조직문화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있기 마련이지만 성장통을 극복하기 위해 창업자들이 자주 직원 간담회를 하고 지분을 나눠주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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