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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주도→포용적 성장'…간판 바꾼 J노믹스 정책도 바뀔까

이진철 기자I 2018.07.24 17:59:17

문 대통령, 포용적 성장은 신자유주의와 대비되는 개념
포용적 성장 달성위해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추진
포용적 성장 제시로 기업 포용하는 정책으로 옮겨갈 듯
학계, 포용적 성장과 소득주도 성장은 다른 개념.. 혼용해 쓰는 건 문제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이진철 김정남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핵심 경제정책으로 제시한 ‘소득 주도 성장’ 대신 ‘포용적 성장’을 강조하고 나섰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J노믹스’로 추진했던 소득 주도 성장의 실효성 논란이 불거진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특히 지난 1년여간 소득 주도 성장 정책에도 일자리 확대와 소득분배 지표 개선에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에 따라 문재인정부가 앞으로 혁신 성장 정책의 방향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규제 개혁 중심으로 전환하는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 文대통령 “포용적 성장은 소득주도성장 포함된 개념”

문 대통령은 24일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은 배제적 성장(exclusive growth)인 신자유주의와 대비되는 개념”이라며 “큰 개념인 포용적 성장을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 방식으로 소득 주도 성장·혁신 성장·공정 경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애초 소득 주도 성장은 국제노동기구(ILO)에서는 임금 주도 성장으로 명명했다”면서 “그러나 우리나라는 700만명에 이르는 자영업자가 있다. 임금 주도만으로는 다 포괄할 수 없어 홍장표 전 경제수석의 건의에 따라 소득 주도 성장으로 명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과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등을 통해 소득을 끌어올리고 소비를 늘리는 소득 주도 성장을 추진했다. 하지만 최근 고용·소비·투자 등 경제지표가 악화하면서 정부는 올해 3.0%로 예측했던 성장률을 2.9%로 낮췄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은 아르바이트생 등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이 약자가 약자와 다투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 대통령은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 공약을 사실상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의 뜻을 표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최저인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자영업 담당 비서관실을 신설해 소상공인들을 달래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결국 그동안 사용했던 소득 주도 성장이 최저임금 인상의 의미로 받아들여지면서 포용적 성장을 내세울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도 제기된다. 지난 26일 물러난 홍장표 전 경제수석 후임인 윤종원 경제수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로 있으면서 포용적 성장에 대한 이해도가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계에서는 문 대통령이 “현장에서 기업의 얘기를 들어보라”며 내각에 소통 강화를 주문하면서 기업을 포용하는 성장으로 정책 중심추가 이동하는 것이라는 기대감도 내비치고 있다.

◇ 학계, ‘소득주도 성장-포용적 성장’ 다른 개념 지적도

학계 일부 인사들은 소득 주도 성장과 포용적 성장이 엄연히 다른 개념인 데도 청와대가 이를 구별짓지 않고 함께 쓰고 있다고 꼬집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 주도 성장과 포용적 성장은 다른 개념인 만큼 후속 정책도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권 한 인사는 “두 이론의 가장 큰 차이는 시장을 바라보는 눈”이라며 “분배를 통해 성장이 가능한지에 대한 견해도 차이”라고 했다.

학계에서 소득 주도 성장론은 시장을 잘 믿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단(異端)으로 불린다. 정부가 시장 가격에 손을 대고, 또 정부 주도로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면 ‘장기적 성장’이 가능하다는 이론이다. 전후좌우 따지지 않고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고, 자영업 문제가 불거지자 임대료를 건드리는 문재인정부의 최근 행보와 닮아 있다. 이에 반해 포용적 성장론은 정통 경제학에 가깝다. 가장 중요한 건 시장을 신뢰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부작용이 발생한다면 정부가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식으로 보완하자는 게 핵심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분배를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두 이론은 비슷한 측면이 있지만 분배를 통해 성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면서 ”소득주도 성장이 실제 성장 구호인 건지, 아니면 정치적으로 이름을 붙인 건지 경제학적인 관점으로 보면 오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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