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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구속에 '당혹스러운 삼성' 3년 만에 다시 비상경영체제 돌입

배진솔 기자I 2021.01.18 17:13:53

18일 이재용 부회장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공판
이재용 2년6개월 실형…삼성 3년만에 계열사별 비상경영체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되면서 삼성은 다시 총수 부재에 따른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게 됐다. 지난 2017년 이재용 부회장이 처음 구속됐을 당시로부터 3년 만이다.

서울고법 형사 1부(재판장 정준영)는 이날 오후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이 부회장은 이날 영장이 발부돼 법정에서 구속됐다.

이에 따라 삼성은 지난 2017년 2월 이 부회장이 처음 구속된 후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2018년 2월까지 약 1년간 유지했던 계열사별 비상경영체제로 위기에 대응할 계획이다. 다시 한번 ‘뉴삼성’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던 중 총수 부재라는 초유의 위기 상황에 봉착했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을 중심으로 김현석 사장, 노태문 사장 등 3인의 최고경영자(CEO) 체제가 한동안 유지될 전망이다. 다른 계열사들도 현재 CEO를 중심으로 회사가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의 핵심 측근인 정현호 삼성전자 사장이 이끄는 사업지원TF가 총수 구속으로 어수선한 그룹 전반을 조율하는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사업지원TF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재계에서는 구심점이 없이 각 계열사별로 해당 부문만 운영되는 삼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해야할 투자들은 계속해나가겠지만 필요한 투자를 하는 것만으로는 적극적인 대응이 안 된다”며 “1등으로 치고 나가야하는 시장에서 수동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으로는 영원히 1등은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상적인 경영은 CEO선에서 가능하지만 대규모 투자 결정 등 굵직한 의사 결정은 결국 총수의 영역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이 부회장이 2017년 2월 구속되기 전까지 매주 열리던 그룹 사장단 회의는 구속 후 중단됐다. 이 부회장이 처음 구속되기 3개월 전에 자동차 전장업체 미국 하만을 인수한 이후 현재까지 삼성은 굵직한 인수·합병(M&A)이 실종된 상태다.

이를 관련해 지난해 7월 김현석 생활가전(CE)부문장도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김현석 부문장은 “전문경영인은 큰 변화를 만들 수 없고 빅 트렌드를 못 본다”며 “전문경영인들로는 불확실한 시대에 필요한 투자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때문에 트렌드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며 “큰 숲을 보고 방향을 제시해주는 리더 역할은 총수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이건희 회장이 별세하고 이 부회장이 명실상부한 총수로서 홀로서기, 미래 신사업 확대 등 뉴삼성으로 변화에 주력하던 중 구속되며 그룹 전체의 동력 저하는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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