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승분 모두 반납한 美 빅테크…서학개미 "나 떨고 있니"

권소현 기자I 2021.02.23 17:57:24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이달 초 해외 주식에 발을 들인 고 모(45)씨는 첫 주식으로 테슬라를 골랐다. 탄소제로 시대로 갈수록 전기차의 성장이 가속화될 것 같았고 무엇보다 테슬라를 이끌고 있는 일론 머스크의 혁신에 믿음이 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새 아침에 눈을 뜨면 주가 확인하기가 무섭다. 850달러 전후에 산 테슬라 주식이 지난주 800달러 밑으로 떨어지기에 추가 매수에 나서 평균 매수단가를 800달러선으로 낮췄는데 이제 700달러대 초반까지 밀려 한숨만 난다. 손절매를 해야 할지, 묻어놓고 기다려야 할지 고민이다.

최근 테슬라를 비롯해 애플 등 미국 빅테크 주식이 급락하면서 이들 주식을 바구니에 적극 담았던 서학개미들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말 고점 대비 주가가 10% 이상 하락하면서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22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담은 종목은 단연 테슬라다. 이 기간 테슬라 주식을 38억8081만달러어치 사들였다. 한화로 4조3000억원 가량을 쏟아부은 셈이다. 매도금액을 뺀 순매수 금액 기준으로도 테슬라는 10억5060억달러로 2위인 애플(6억8124만달러)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문제는 올 들어 급등하던 테슬라 주가가 꺾이면서 올해 상승분을 다 토해냈다는 점이다. 간밤 테슬라 주가는 8% 넘게 급락하면서 714.5달러로 주저앉았다. 올해 첫 거래일 729.5달러로 마감한 후 꾸준히 올라 지난달 26일 883.09달러까지 치솟았지만 700달러선도 위태해진 상황이다. 만일 올해 고점에 테슬라를 샀다면 19.1% 손실을 본 셈이다.

서학개미가 두 번째로 많이 담은 애플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 고점 대비 12% 하락했고, 작년 말 종가 대비로도 5% 낮은 수준이다. 순매수 3위인 대만 TSMC 주식예탁증서(ADR)는 올 들어 4.6% 하락했고 4위인 혁신 성장주 투자 상장지수펀드(ETF) ARK INNVTION ETF도 8.2% 미끄러졌다.

그나마 테슬라나 애플은 나은 편이다. 공매도 세력에 맞서 미국 개인투자자인 로빈후더들이 세력을 결집해 매수에 나섰던 게임스톱을 고점에 샀다면 손실률은 80%에 달한다. 올 들어 서학개미는 게임스톱을 15억달러어치 매수해 매수상위 3위에 올려놨다. 물론 같은 기간 매도금액이 17억달러 이상이어서 2억달러 가량 순매도를 기록 중이지만 최근 한 달간 롤러코스터를 탄 주가 때문에 마음고생한 투자자들이 상당하다. 올 초 18달러 전후였던 게임스톱 주가는 지난달 말 347달러까지 치솟았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와 의회 청문회 등으로 최근 40달러대로 주저앉았다.

미국 기술주가 일제히 급락하자 한 켠에서는 저가매수 기회라는 시각도 나온다. 특히 서학개미들 사이에서도 팬덤이 형성돼 있어 ‘테슬람’(테슬라+이슬람)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온 테슬라가 뜨겁다. 해외 주식투자 카페에는 “일론 머스크 믿고 테슬라 매수에 들어간다” “60일선 아래로 내려가길래 거의 6개월만에 추가매수했다” “올해 테슬라 주가가 1500달러 이상 올라갈 듯 한데 더 살 계획이다” 등의 글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코로나19로 디지털, 친환경 경제로의 변화에 가속도가 붙은 만큼 실적이 뒷받침되는 종목을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채울 것을 조언한다.

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백신 보급 가속화 등으로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 기대 인플레이션과 금리상승 압력이 가속화될 수 있다”며 “FAAMG(페이스북·아마존·애플·마이크로소프트·구글)은 실적 전망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에서 경기사이클에 대한 민감도가 약해 이같은 대형 기술주의 비중은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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