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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잠자코 있다 대통령 발언 이후 '北 NLL 인정' 밝힌 軍

김관용 기자I 2018.10.15 17:17:36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지난 12일 오전 합동참모본부에 대한 국정감사 시작 전 청와대에서 박한기 신임 합참의장과 황인권 육군 제2작전사령관 보직신고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판문점선언에서부터 이번까지 쭉 일관되게 북한이 NLL(서해북방한계선)을 인정하면서 NLL을 중심으로 평화수역을 설정하고 공동어로구역을 만들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측이 지난 판문점선언과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의 9.19 군사분야 합의를 통해 서해 NLL 표현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이날 합동참모본부 국정감사 과정에서 북측의 NLL 인정 여부가 논란이 일자 합참 역시 입장문을 통해 ”(남북)양 정상간 NLL을 인정한 것“이라고 거듭 확인했다.

하지만 합참 국정감사 과정에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은 합참의 비공개 보고내용을 소개하면서 “(합참은) 7월부터 북한이 NLL을 인정하지 않고, 북한이 주장하는 서해 해상계선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욱 합참 작전본부장은 “통신상으로 그런 사항들에 대한 활동이 있었다”며 “NLL쪽에서의 단속 활동을 강화하고 상황관리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남북정상이 서해 NLL이 명기된 합의서에 서명했지만 실무적으로는 여전히 북한이 NLL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였다.

우리 해군 함정들이 서해상에서 북방한계선(NLL) 국지도발 대응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해군]
실제로 판문점 선언 이후 10년 6개월만에 열린 지난 6월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공동보도문에서 북측은 NLL를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국방부 고위관료와 협상을 주도한 현역 장성은 NLL 관련 기자들의 질문에 “(북측은) 판문점 공동선언에 있는 서해 북방한계선이라는 것을 그대로 말했다”며 “그 선(NLL)에 대체하는 다른 용어를 쓰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확인결과 우리 측 공동보도문에 ‘서해 NLL 일대’라고 표기된 것과는 다르게 북측은 ‘서해열점수역’이라는 표현을 썼다. 열점수역은 분쟁수역이라는 의미다. 그동안 북한은 백령도·대청도·소청도 등 우리측 최전방 도서지역이 북측에 포함되는 ‘서해해상군사분계선’과 ‘서해경비계선’ 등을 주장해왔다.

지난 9.19 군사분야합의문에도 서해 NLL 관련 표현이 단 한번 나오지만, 북측은 서해 열점수역으로 돼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국방부는 우리와 동일한 표현으로 돼 있다고 확인했지만 실제 합의서는 보여주지 않았다. 설령 북측 합의서에 서해 NLL이 표기돼 있다 하더라도 북측은 이를 서해열점수역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군 당국이 이번 군사합의를 논의하면서 서해 NLL 인정 여부를 북측에 물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진의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군 당국은 북한이 NLL을 인정했다고 발표했다. 9.19 합의를 맺은지 한 달여나 지난 지금 대통령 발언 이후 이를 확인하는 것은 군이 정치적 판단을 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물론 백승주 의원의 비공개 보고 내용 발표도 문제다. 군 당국은 군사안보상 비밀 내용은 비공개로 국회에 보고한다.

그러나 백 의원은 서해 NLL 관련 내용이 왜 비밀이냐며 이를 공개석상에서 발언했다. 꼭 이를 공개했어야 한다면 여야 국방위 간사단 합의와 위원장과 사전 협의를 거치는게 맞다. 절차적 정당성 결여 비판을 면키 어렵다.

남북간 상호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한반도에서 전쟁을 끝내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분명 이번 합의는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군 대비태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들이 포함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서해 NLL은 우리 장병들이 피로써 지켜온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이다. 군은 북측이 서해 NLL을 인정한 것이라는 평가를 하는게 아니라, NLL 대응태세에 의혹을 갖고 있는 국민들을 안심시키는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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