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12.4조` 러브콜에 110% 오른 코스닥…어디까지 가나

권효중 기자I 2020.09.16 18:22:03

2018년 4월 이후 첫 900선 진입 앞두고 공방
거세진 개인 매수에 코스피보다 가파른 회복세 보여
시총 순위도 급변…개인 따라 변하는 주도株
"리스크 존재하지만 상승 여력은 남아있어"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코스닥 지수가 약 2년 5개월여만의 ‘900선 돌파’를 노리며 890선에서 횡보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나서 코스닥 활성화 정책을 이끌었던 지난 2018년과 달리 이번에는 개인이 나서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는 모습이다.

개인은 올해 들어 코스닥시장에서만 약 12조4000억원을 순매수해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세 속 실질적인 ‘주도 세력’으로 자리잡으며 시총 순위에도 변동을 일으켰다.
16일 코스닥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0.35%(3.18)포인트 내린 896.28을 기록했다. 이날 상승 출발했던 지수는 장 초반 900선을 넘겼지만 결국 하락으로 마감했다. (사진=연합뉴스)
개미가 이끈 코스닥…‘900선 진입’ 앞두고 공방

16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35%(3.18포인트) 내린 896.28에 마감했다. 지난 10일부터 이어진 오름세는 끊겼지만 지난 14일 890선으로 올라온 이후 900선을 앞두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습이다. 전날 899.46을 기록하며 900선을 코앞에 뒀던 지수는 이날 장 출발과 동시에 900선을 돌파했으나, 결국 이를 끝까지 지켜내지는 못한 채 하락세로 전환하며 장을 닫았다.

이는 오는 15~16일(현지시간) 양일간 개최되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관망세 속 차익 실현 매물 등이 나오며 조정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그간 정부 정책과 개인들의 수급으로 지수가 올라왔지만, 기대감만으로 올랐다는 불안감과 더불어 FOMC 결과를 확인하고자 차익 실현 매물의 영향으로 보인다“며 “미국 대선, 대형 IT 기업들의 청문회 등 변수도 여전하다”고 짚었다.

다만 저점 이후 현재까지 꾸준히 올라온 코스닥 지수의 강세에는 ‘동학 개미’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들은 코스닥 지수가 400대까지 하락했던 지난 3월에만 2986억원 어치를 사들였으며, 이후에도 매달 1조원이 넘게 코스닥 시장에서 주식을 꾸준히 사들였다. 지수 역시 지난 3월 19일 기록한 연중 저점(428.35)와 현재를 비교하면 약 109% 넘게 올라 같은 날 기록했던 코스피 지수의 저점(1457.46) 대비 상승률인 약 67%의 2배에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중이다.

이에 거래대금 역시 올해 들어 꾸준히 증가세를 보여줬다. 올해 1월 5조4346억원을 기록했던 일평균 거래대금은 코스닥 지수의 저점이었던 3월에는 오히려 8조원대로 늘어났으며, 5월에는 10조원대까지 늘어나 코스피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9억9574억원)을 추월하기도 했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달 14조원대까지 올라온 이후 이달 또 늘어나 현재(1~16일 기준)까지 평균 15조171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8년의 900선이 정부가 코스닥 벤처펀드 등을 포함한 ‘코스닥 활성화 종합대책’ 등을 내놓으며 세운 기록이라면, 올해는 개인이 나서 기록 경신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도 개인은 186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으며 이달로 기준을 넓혀도 홀로 1조5850억원 어치의 순매수를 보이고 있다.

개인들 ‘러브콜’에 코스닥도 ‘BBIG’

개인들은 코스닥 시장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성장주’가 될 만할 종목들에 집중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벌어진 진단키트와 치료제 등에 관련된 종목, 기술수출 등을 통해 성장의 가능성을 보여준 바이오 종목, ‘언택트’ 시대 엔터테인먼트를 주도할 게임·콘텐츠 종목들이 강세를 보이면서 시가총액 순위 역시 함께 요동쳤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 1~10위를 구성하던 종목과 16일 1~10위를 차지한 종목을 비교하면 4개(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 에이치엘비(028300), CJ ENM(035760), 케이엠더블유(032500))만이 일치한다. 줄곧 1위를 지키고 있는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를 제외하면, 이들은 모두 순위가 하향조정되며 새로운 종목들에 자리를 내줬다.

연초 시가총액이 약 8112억원, 순위로는 41위에 불과했던 씨젠(096530)은 현재 시가총액이 약 6조8445억원으로 8배 넘게 불어나 2위를 꿰찼다.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꾸준히 올라오며 ‘진단키트 대장주’로 시장에 자리잡았다. 셀트리온제약(068760) 역시 19위에서 현재 6위까지 올라온 상태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계획을 밝힌 셀트리온(068270)과 묶여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알테오젠(196170) 역시 보유하고 있는 원천기술인 ‘하이브로자임(피하주사 제형 변형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잇따라 대규모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시가총액 순위가 27위에서 3위로 급등했다.

이와 더불어 이달 10일에는 공모주 청약 과정에서 신기록을 남겼던 카카오게임즈(293490)가 상장, 현재 시가총액 순위 5위를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개인들은 상장일인 지난 10일 이후 현재까지 3658억원이 넘는 카카오게임즈의 주식을 홀로 사들이고 있다.

이러한 장세는 미세한 조정은 있겠지만, 추가적인 상승 여력이 유효하다는 예상이 나온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은 세계와 비교하면 여전히 코로나19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국가”라며 “개인 투자자들의 대기 자금이 많고, 부동산이나 해외 주식 등이 마땅한 투자처가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부 조정은 있겠지만 상승 여력 역시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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