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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댄스는 되고, 헬스장은 왜 안되나”…탁상행정에 뿔난 업주들

이소현 기자I 2021.01.04 19:10:57

'학원' 업종이라면 실내 체육도 영업 가능
4일부터 수도권 폴댄스·댄스스포츠 학원 재개장
'체육도장업'인 태권도·합기도 등 7종도 운영
헬스장 등 집합금지 업종 '항의성' 오픈 강행

[이데일리 이소현·이용성 기자]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4일부터 17일까지 2주간 연장된 가운데 특히 실내 체육시설의 업종별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정부는 겨울방학을 맞아 학부모들의 돌봄 부담 완화를 이유로 태권도와 합기도 등 ‘체육도장업’에 대한 빗장은 풀었지만, 헬스장과 요가 등 다른 ‘실내 체육시설’의 집합금지는 유지했다. 학원과 교습소에 대한 운영도 동시간대 교습인원 9인 이하 등 조건부로 허용하면서 실내 체육인 발레, 폴댄스, 댄스스포츠, 리듬체조 등 종목도 ‘학원’ 업종으로 등록되어 있으면 운영할 수 있어 형평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실내 체육시설’ 업종 따라 오락가락…‘학원’ 분류된 폴댄스 가능

4일 방문한 서울의 한 폴댄스(폴스포츠) 학원은 수강생을 받고 영업을 재개했다. 폴댄스는 봉에 매달려 체조 같기도하고 춤 같기도한 기술을 선보이는 운동이다. 그동안 다중이용시설 분류체계에서 일반관리시설로 집합금지대상이었지만, 정부가 핀셋 방역 형태로 ‘학원’ 운영을 일부분 허용하면서 이날부터 운영이 재개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폴댄스가 업종 구분상 학원으로 등록돼 있으면 운영할 수 있다”며 “폴댄스 외에도 발레, 댄스스포츠, 리듬체조 등도 학원법에 의한 학원으로 등록된 곳이라면 방역 수칙을 준수해 운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학원법 규제를 받지 않는 ‘자유업’으로 사업 신고를 하고 실내에서 체육을 하는 영리 업체라면 집합금지 대상이다. 요가, 필라테스, 주짓수, 격투기, 줌바, 스피닝 같은 실내 체육활동 등이 대표적이다.

집합제한이 풀린 업종은 환영하면서도 정부의 방역 시스템 기준에 의문을 제기했다. 폴댄스를 배운지 1년가량 된 A(27)씨는 “지난 12월부터 코로나 확산세 때문에 폴 안탄지는 한 달 좀 넘었다”며 “폴댄스는 오늘부터 풀린다기에 오랜만에 갈 생각에 좋긴하지만, 어디는 집합금지 풀리고 어디는 안 풀려서 기준이 모호해 이렇게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날부터 ‘체육도장업’에 대한 집합제한 조치도 이뤄졌다. 체육도장업은 국민체육진흥법 제33조에 따른 통합체육회 가맹 경기단체에서 행하는 운동으로서 권투, 레슬링, 태권도, 유도, 검도, 우슈, 합기도 등 총 7개 업종이 해당된다.

이날 방문한 서울 성동구의 한 태권도장은 창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 소독약을 뿌리고 청소하는 등 오랜만의 영업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이지훈(가명·30대) 관장은 “한 달 운영을 멈추면 임대료를 포함해 월 1500만원씩 손해가 난다”며 “방역 수칙을 잘 지키는 체육시설만 건드려 억울하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약 없이 거리두기만 연장해서 그게 제일 힘들었는데 부분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돼 다행이다”면서도 “한 타임에 20명씩 운영해야하는데 9명으로 제한해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수도권 2.5단계 수준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주간 연장된 첫날인 4일 서울 한 헬스장이 항의성 운영을 하고 있다.(사진=이용성 기자)


헬스장 ‘항의성’ 오픈 강행…“과태료 부담 각오”

여전히 집합금지로 지정된 업종에서는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길어지는 집합금지 조치에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되는 사망까지 발생하는 가운데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 업주들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이날 서울과 경기 부산 1000여곳 헬스장은 단체행동에 나섰다. 700곳은 ‘개장한 채 영업은 하지 않는 시위’와 300곳은 ‘영업까지 하는 시위’에 돌입했다. 거리두기 장기화에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정부 지침에 협조해왔던 분위기는 집합금지에 대한 형평선 논란에 역풍을 탄 모양새다.

헬스관장모임(헬관모) 카페지기인 김성우 용산구 스카이피트니스 대표는 “언제까지 체육시설업만 집합금지 계속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집합금지 조치가 2월 말까지 간다면 저희들은 90% 폐업할 수밖에 업는 상황이라 강력하게 항의차원에서 오픈을 강행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러한 실내체육시설의 ‘변칙’ 개업·영업은 방역 수칙 위반이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방역 수칙 위반 시 지방자치단체가 행정처분 및 고발할 수 있다. 업주에겐 과태료 300만원, 이용자에겐 10만원이 부과된다. 실제 이날 각 구청에서 일부 헬스장에 방문해 영업을 재개하면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경고조치가 이뤄졌다. 업주들은 과태료도 부담할 각오라는 입장이다.

고경호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 실장은 “정부에서 격한 운동을 하지 말라고 제한을 둔 건데 어떻게 보면 폴댄스나 태권도 등도 격한 운동이지 않나. 헬스장은 혐오 시설로 낙인이 찍힌 듯하다”며 “과태료에 연연하지 않을정도로 절박한 심정으로 회원들에게 부과된 과태료(10만원)도 헬스장 측에서 지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혜를 원하는 게 아니다. 오후 9시까지만 영업하고, 방역 수칙 잘 지켜 운영할 수 있는데 저희 목소리를 들어주는 소통 창구가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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