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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0일만 지지율 '74→39%'…사퇴설 휩싸인 日스가

김보겸 기자I 2021.01.04 18:45:48

올해 3월 사퇴 가능성 나와
지지율 74%에서 39%로 ↓
유력한 '포스트 스가'는 아직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해 25일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정치적 궁지에 몰린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결국 오는 3월 자리에서 내려올 것이란 비관적 전망까지 나왔다. 지난해 9월 ‘밑바닥 정서’에 밝다는 기대를 받으며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로 선출된 지 불과 7개월 만이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지병을 이유로 사임을 발표한 뒤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아 대세론을 만들며 화려하게 일인자로 올라섰지만 코로나19 사태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대세를 이루면서다.

스가 정권은 지난 9월 지지율 74%로 스타트를 끊었다. 정권 출범 당시를 기준으로 역대 정부 중 3번째다. 특히 청년·여성층 지지가 높았다. 1020 지지율은 87%에 달했다. 남성 지지율이 높았던 아베 내각과 달리 여성 지지율이 앞서기도 했다. 그러나 취임 100여 일 만에 국민적 지지율은 추락했다. 지난 12월 요미우리신문 여론조사에선 9월 지지율 조사 때보다 35% 떨어졌다.

지난 4일 긴급사태 선언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스가 총리 (사진=AFP)
일본 시사 주간지인 ‘슈칸 아사히’는 15일자 신년호에서 스가 총리 퇴진 가능성에 주목했다. 슈칸 아사히는 “총리실 주변에선 벌써 다음 총리를 누가 맡을지에 관한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유력 정치평론가인 고바야시 기치야는 현 39%까지 떨어진 지지율이 30%를 밑돌 경우 정권 유지에 적신호가 들어올 것이라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르면 오는 3월 말 2021 회계연도 예산안의 국회 통과를 전제로 스가 총리가 퇴진을 표명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슈칸 아사히는 ‘3월 위기’가 끝이 아닐 것이라 전망했다. 오는 4월25일 취임 후 첫 국정 선거인 중의원 2곳 보선과 6~7월로 예정된 도쿄도 의회 선거라는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 선거에서 자민당이 참패할 경우 ‘스가 내치기’가 본격 시작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포스트 스가’는 안갯속이다. 한때 아베 전 총리가 후계자로 밀어 온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지난 9월 차기 자민당 총재 자리를 둘러싸고 스가 총리,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과 3파전을 치렀지만 고배를 마신 그다. 다만 아베 전 총리의 신임과는 별개로 정치력이 약해 선거를 이끌 ‘얼굴’은 아니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노다 세이코 자민당 간사장 대행(왼쪽)이 아베 신조 전 총리와 함께 내각 회의에 참석한 모습(사진=AFP)
이외에도 ‘킹메이커’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이 첫 여성 총리로 노다 세이코 간사장 대행을 밀 가능성도 나온다. 노다 대행은 아베 전 총리의 측근이면서도 그가 지지자들에게 향응을 베풀었다는 의혹인 이른바 ‘벚꽃 스캔들’에 대해 “아베 전 총리가 직접 설명을 해야 한다”며 강도 높게 추궁한 바 있다.

유력한 후보가 뚜렷하게 부상하지 않고 있다는 게 슈칸 아사히의 평가다. 이외에도 코로나19 방역대책의 일환인 재택근무를 가로막았다는 비판을 받은 일본의 ‘도장 문화’ 폐지를 추진해 인기를 얻은 고노 다로 행정개혁상과 코로나19 대책 주무장관인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재생담당상 등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스가 총리는 아베 전 총리가 지병으로 사퇴한 지난 2007년 이후에도 10년 가까이 그의 곁을 지켰다(사진=AFP)
스가 총리는 일본 벽촌인 아키타현 딸기 농가 출신으로, 국회의원 비서관에서 시작해 정계에 입문했다. 아베 전 총리와 대북 강경 노선을 함께하며 정치적 동반자로 거듭났다. 지난 2007년 아베 전 총리가 지병으로 집권 1년 만에 사퇴한 이후에도 10년 가까이 그의 곁을 지켰다. 두 번째 아베 내각에서는 2인자인 관방장관으로 재직하며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등 존재감을 키웠다.

인내하는 리더십 이면의 평범한 면모로도 주목받았다. 아버지의 지역구를 물려받은 아베 전 총리와 같이 세습 정치인이 넘쳐나는 일본 정가에서 지연과 혈연 없이 정계에 진출했다. 스가 총리는 “나 같은 보통 사람도 노력하면 총리에 오를 수 있는 것이 일본의 민주주의”라며 밑바닥 출신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스가 총리의 임기는 올해 9월 말까지다. 총리 연임을 위해서는 자민당 총재 선거라는 관문을 넘어야 한다. 또 사실상 총리를 결정하는 중의원(하원 격) 임기가 올 10월 21일까지라 그전에 예산 등을 통한 총선을 치러야 한다. 앞으로 이 두 가지 정치 이벤트를 모두 성공적으로 넘어야 스가 총리의 연임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전망은 암울하다는 것이 대체적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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