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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 원전·14조 보건의료..朴대통령, 체코서 '세일즈' 외교

이준기 기자I 2015.12.02 19:59:05

朴대통령, 제만 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18개 MOU 체결

[프라하(체코)=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체코가 추진 중인 100억달러(11조6000억원) 규모의 신규원전 2기 건설사업에 우리 기업이 참여할 가능성이 커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한·체코 정상회담 계기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자 다각도의 수주활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체코 원전을 수주하게 되면 우리 원전 기술이 유럽연합(EU)에 진출하는 첫 사례가 된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이 차질 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박 대통령은 이날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원전 관련 양해각서(MOU) 2건을 포함해 모두 18건의 경제관련 MOU를 체결했다.

◇“양국이 우선 고려해야 할 프로젝트는 ‘원전’”

체코는 내년 6월 테멜린(Temelin), 두코파니(Dukovany) 지역에 신규원전을 각각 1기씩 건설하겠다고 밝히면서 늦어도 오는 2019년에는 공개입찰 방식으로 공급자를 선정하겠다고 지난 5월 공식 발표했다. 규모는 한국전력이 2010년부터 건설 중인 UAE원전 4기가 166억달러에 수주한 점을 고려하면 약 100억달러(11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수주전에는 우리나라와 미국·일본·러시아·프랑스·중국 등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국 면면이 만만치 않은 만큼 아직 수주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날 한·체코 정상회담 계기에 한국전력과 체코의 국영전력공사(SP)는 박 대통령과 제만 대통령 임석하에 ‘원전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어 원전운영 및 유지보수, 신기술 교류 등의 포괄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원전 수주 가능성을 높이고자 지난해 6월 양사가 맺은 에너지협력 MOU를 업그레이드 한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도 SP사와 유럽형 한국원전모델(EU-APR)의 EU인증 취득을 위한 별도의 자문계약도 체결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체코 원전 수주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영국·슬로바키아·폴란드 등 EU 내 신규원전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체코 원전 수주가 EU시장 본격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 앞서 가진 체코 경제지 ‘호스포다르스케 노비니’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오랜 원전 건설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력, 경제성, 신뢰성을 모두 갖추고 있고, 최근 UAE에 원전을 수출하여 차질 없이 건설을 진행 중”이라며 “양국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할 만한 프로젝트로는 체코의 원전확대 정책과 관련한 양국 협력 강화를 꼽을 수 있다”고 우리 기업의 참여 확대를 촉구했다.

◇14조권 체코 보견의료 시장 진출에도 교두보 마련

박 대통령은 더 나아가 세계보건기구(WHO) 추산 약 14조원에 달하는 체코의 보건의료시장 진출 교두보 마련에도 공을 들였다. 양국 보건복지부 간 MOU를 통해 민간병원 설립이 활발하게 추진 중인 체코에 우리 보건의료 기술을 수출하기 위함이다. 또 정보통신기술(ICT) 협력 MOU를 통해 SW(소프트웨어)·사물인터넷·이동통신·빅데이터 등 매년 5%씩 성장하는 3조원 규모의 체코 ICT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는 길도 텄다. 자동차·전자 등 제조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양국의 무역, 투자협력을 고부가가치 분야로 넓히자는 의도가 담긴 셈이다.

두 정상은 노벨상 2명을 배출한 체코의 기초과학과 우리의 응용과학을 결합,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도 나섰다. 공동 연구개발(R&D)·연구인력 및 기술 교류 등을 본격 추진, 산업기술·과학기술 분야에서의 새 먹거리 시장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다. 기존 제조업 분야의 협력도 더 강화하기로 했다. 체코가 전통적 제조업 강국으로 자동차·버스·헬기·고등 훈련기·각종 공작기계 등을 자체생산하고 있는 만큼 기계 및 부품소재에 대한 수요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박 대통령은 체코의 대표적 일간지인 ‘프라보’ 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도 “체코는 지리적으로 유럽의 중심에 위치해 있고 자동차와 기계 등 탄탄한 산업 기반을 갖고 있으며 우수한 인력까지 보유하고 있어 한국 기업들이 투자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체코가 투자처로서 다양한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한국의 체코 투자는 더욱 확대될 걸로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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