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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에 파업한다는 한국지엠 노조..회사는 '철수설' 휘말려

송승현 기자I 2020.09.24 16:58:39

24일, 중노위 조정 중지 결정…파업 시나리오 열려
노조 "회사 협상 뒤 결정할 것"…추석 뒤 판가름
한국지엠, 6년간 4조 당기순손실…경영정상화 절실
현대차 사례 참고해야…"고통 분담 뒤 재논의 필요"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한국지엠 노조가 합법적인 파업을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하면서 일촉즉발 상황에 놓였다. 당초 올해 신차인 트레일블레이저를 출시하며 손익분기점을 넘기려고 했으나 코로나19에 이어 노사문제까지 겹치며 설상가상 상황에 놓였다.

2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이날 오전 10시 노동부 청사에서 열린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 신청 노동쟁의조정 2차 회의에서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코로나로 순이익 기대 사라져…신차, 갈등 씨앗 되기도

올해 초 경영정상화의 기대감을 품었던 한국지엠 내부는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노사 갈등이 여전하자 ‘철수설’마저 고개를 드는 등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지엠은 수년간 적자에 늪에 허덕이고 있다. 당기순손실을 연도별로 보면 △2014년 3534억원 △2015년 9866억원 △2016년 6314억 △2017년 1조1598억원 △2018년 8594억원 △2019년 3202억원 등으로 6년간 4조3000억원에 달한다. 해마다 ‘철수설’이 들리는 것도 좀처럼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는 신차 트레일블레이저가 국내에서 개발돼 수출까지 확정되면서 흑자 전환으로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곧바로 불어닥친 코로나19 확산으로 자동차 시장이 얼어붙었다. 한국지엠은 올해 상반기 총 2만5983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28.7% 감소했다. 신차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트레일블레이저가 노사 갈등의 ‘씨앗’이 됐다. 트레일블레이저가 부평1공장에 배정되자, 2공장에는 신차를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노조에서 불만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사측은 미국 공장마저 코로나로 셧다운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차 배정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노조 측은 신차 배정이 없는 한 부평2공장은 구조조정 수순에 들어갈 것이라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사 교섭 대표가 지난 8월 13일 울산공장 본관에서 올해 임금협상 상견례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차 잠정합의 참고해야…파업은 ‘이기주의’로 비쳐”

회사가 최악의 상황을 걷고 있는 상황에서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노조의 파업은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노사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매듭을 위해 집중교섭에 들어갔지만, 좀처럼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와 몇 차례 협의를 본 뒤 파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노사문제의 가장 큰 숙제는 ‘기본급 인상’을 놓고 벌어지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 통상임금의 400%에다 600만원을 합해 총 2000만원 가량을 조합원들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2년 연속 기본급이 동결된 만큼 올해는 물러날 수 없다는 강경한 기조다. 반면 사측은 코로나19로 업황이 안 좋은 상황이라는 이유로 기본급 동결로 맞서고 있다. 대신 내년 1월과 8월에 성과급 370만원을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다.

사측에서는 코로나19에도 해외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만큼 파업만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실제 7~8월 해외판매는 각각 2만7644대(전년동기 대비 10.1%), 2만1849대(20.7%)로 지난해 보다 판매가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노조가 파업을 단행할 경우 수출 호기를 놓친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위기인 상황에서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하면 누가 박수를 쳐주겠나”며 “노조가 먼저 한발 양보한 뒤 기본급 인상을 하는 방식으로 현명하게 대처한다면 사측도 성의를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자동차(005380)가 올해 임금협상에서 보여준 모습을 참고해야 한다는 평가다. 현대차 노사는 기본급을 동결하기로 잠정합의안을 맺었다. 이와 관련해 하언태 현대차 사장은 “기본급 동결은 최선의 선택이었다”며 “위기를 극복하고 난 뒤 재차 논의하자”고 담화문을 낸 바 있다. 노조 집행부 역시 내부 소식지를 통해 “전 세계적 재난 앞에 이보 전진을 위한 선택이라며 부족한 것은 내년 단체교섭을 통해 채워 내자”고 노조원들을 설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회사의 존망이 달린 상황에서 이뤄지는 파업은 ‘이기주의’로만 비칠 것”이라며 “회사가 있어야 노조도 있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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