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들에게 기업 주주총회 안건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자문해주는 의결권 자문사의 실상이다. 수년 전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최근의 책임투자 열풍 등을 동력 삼아 국내에서도 자문사 존재감이 나날이 커지고 있지만 이들의 역량에 대한 물음표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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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경제연구소는 지난해 647개사 4328개 안건을 처리했고, 같은 시기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362개사의 2438건, 서스틴베스트는 213개사의 1450건을 들여다봤다. 매년 주총 시즌마다 이들 3사가 다루는 기업의 수는 지난 2019년 943곳에서 2021년 1222곳으로 2년 새 1.3배로 늘었다.
단순한 규모뿐 아니라 자문사가 내놓는 개별 보고서의 파급력도 커지는 추세다. 최근 2~3년간 LG화학(051910), SK이노베이션(096770), 포스코(005490) 등 주요 대기업의 물적분할에서 국내외 자문사가 내놓은 의안분석 보고서는 주요 주주로 올라 있는 기관들의 표심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됐다. 자문사의 영향력이 기관투자자를 넘어 개인투자자에게까지 미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외를 불문하고 특정 시기에 한정된 인력이 대량의 보고서를 쏟아내는 자문사의 구조상 양질의 보고서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구심도 계속된다. 국내 자문사는 업력이 짧고 전문성과 공정성을 검증할 장치가 없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해외 자문사는 국내 시장과 기업의 특성을 고려하기 어렵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이들은 주총 시즌에는 의결권을 전담하지 않는 임시 인력을 끌어와 보고서를 만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 자문사에게 한국은 비중이 작고 활발하지 않은 시장이라 인력을 많이 두지 않고 국내 자문사도 아직은 영세한 편이라 한계가 있다”며 “하지만 연기금과 운용사가 투자기업을 다 볼 수가 없는 만큼 자문사 중요성은 커질 것이므로 자문사 업계의 발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