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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 '혐한(嫌韓)' 日후생성 간부…안에서도 샜던 바가지

정다슬 기자I 2019.03.27 18:19:12

사건 2주 전 자민당과의 회의에서 돌발 발언 내뱉어
15년간 통계부정 사태…조직문화와 무관치 않아
日 공직기강 해이 상징 후생성 대수술해야 목소리 커져

△지난 19일 김포공항에서 항공사 직원을 폭행하고 폭언을 퍼부은 혐의로 입건된 다케다 고스케 전 일본 후생노동성 임금과장이 난동을 부리는 모습.[사진=KBS 방송 캡처]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김포공항에서 항공사 직원을 폭행해 결국 입건된 일본 후생노동성 전 과장 다케다 고스케(武田康祐) 씨가 물의를 빚기 약 2주 전 직장인 후생성에서도 대형사고를 친 것으로 나타났다.

집권당인 자민당과의 회의에서 최저임금을 전국적으로 통일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화해 설정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통일시키기 위해서는 주요 도시보다 최저임금이 낮은 지방의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야 하는데 이는 곧 지방 자영업자들의 반발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특히 올해는 12년에 한 번 통일지방선거와 참의원 선거가 겹치는 해로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시기이다. 이런 중대한 결정사항을 담당 과장이 상의도 없이 불쑥 던진 것이다. 논란이 일자 후생성은 서둘러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7일 다케다 전 과장의 일탈을 소개하며 후생의 공직 기강 붕괴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보도했다. 후생성은 일본의 노동과 복지제도를 다루는 중앙정부부처로 우리나라로 따지면 노동부와 복지부를 합해놓은 것이다.

거대한 부처인 만큼 일년 예산도 국가 전체 예산의 3분의 1인 30조엔(300조원)에 달한다. 고령화·저출산에 시름하고 있는 일본사회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아베 신조 정권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노동시장 개혁, 이른바 ‘일하는 방식 혁명’을 추진하는 주무부처이기도 하다.

다케다 씨가 통솔하고 있던 임금과는 그 핵심이 있는 부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담당 과장이 집권당과의 정책 조율을 하는 중요한 자리에서 설익은 구상을 내놓고 동료가 즉시 철회하는 조령모개(朝令暮改)의 모습을 보여주고 질타했다. 게다가 그 대처 역시 “노사가 결정할 사안”이라는 등 무책임했다고 꼬집었다.

일본의 대표적인 경제지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고노다 전 과장 사례를 들어가며 후생성을 질타한 것은 후생성이 일본 공직사회의 기강해이를 상징하는 조직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어서다.

후생성은 최근 매달 조사해 발표하는 근로통계를 무려 15년간 날림으로 수집해 발표한 사실이 드러나 일본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본래 500명 이상 기업 등에 대한 조사는 전수 조사를 하도록 법령으로 돼 있는데 실제로는 3분의 1 정도만 표본조사를 한 것이다. 근로통계는 실업급여와 산재급여, 유족연금을 정할 때 주요 지표로 활용되고 최저임금을 논의하는 회의에도 자료도 제공된다. 또 각종 경제 정책을 정하는 주요한 근거자료일 뿐만 아니라 국제경제협력기구(OCED) 등 국제기구에도 정기적으로 보고하는 수치다.

15년간 부실통계로 연금 등을 제대로 받지 못한 일본 국민만 2000만명에 육박한다. 금액으로는 5300억원에 달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를 정정하기 위한 사무비용만 200억엔이 추가로 든다. 모두 혈세다. 게다가 후생성은 이같은 사실을 일찍부터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방치하다 지난해 비밀리에 이를 수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고노다 씨는 결국 20일 관방부로 이동했다. 사실상의 경질이다.

그러나 사태가 가라앉기도 전에 일본연금기구의 가사이 유키히사(葛西幸久) 세타가야 연금사무소 소장이 트위터에서 한국인에 대해 “속국 근성의 비겁한 민족”, “재일(재일 한국인) 한꺼번에 쓸어버려 신규 입국거부” 등의 글을 반복해서 썼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가사이 소장 역시 경질되고 후생성 장관이 “유감”이라고 사과하면서 사태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지만, 간부들의 이같은 일탈행위는 후생성 내부의 조직문화와도 관련이 깊다는 지적도 나온다.

닛케이는 통계부정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의원의 질문에 약 30명의 후생성 간부가 ‘핑퐁게임’을 한 장면을 소개했다. “누가 담당”이냐는 질문에 노동 쪽 간부는 “통계 현장이 한 일”, 후생 쪽 간부는 “노동쪽이 한 일”이라며 책임 미루기에 바빴다는 것이다. 후생성의 잇따른 내우외환에 일본 정부 내에서는 ‘후생성 대수술론’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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