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부분 전문가 ‘백신 효과’ 경제성장률에 직접 반영
26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레피니티브(Refinitiv)를 통해 분석한 결과, 화이자의 백신 개발 소식 이후 미국의 내년 경제성장률(국내총생산(GDP) 변동률) 전망치가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반기 경제성장률 전망치에서, 지난 10월 중순과 11월 중순에 나온 결과의 격차가 큰 것으로 집계됐다.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이 90%의 예방효능이 있다는 발표가 나온 시점이 지난 9일이므로, 백신 보급 기대감이란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러 기관들이 분석한 내년 미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전분기 대비) 중 가장 많이 나온 값(최빈값)이 지난 10월엔 3%였다. 그러나 11월엔 4%로 전망한 기관들이 가장 많아, 약 1%포인트가 상승했다. 같은 기간 내년 4분기 전망 역시 2.5%에서 3.2%로 0.7%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이는 내년 2분기 전망치가 3%에서 3.1%로 0.1%포인트 상승한 것에 비해 큰 폭의 변화인 셈이다. 대량생산에는 개발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등의 비관론에도 최소한 내년 하반기부터는 백신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거란 전망이 많은 것이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관별 전망치의 최빈값이니 각 업체의 세세한 전망치 인상 사유를 다 알 수는 없지만, 10월 대비 11월 미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변화한 건 화이자의 백신 개발 소식 때문”이라며 “내년 상반기를 사람들이 백신을 맞는 접종 기간으로 보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경기 회복 가능성을 높이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 글로벌 투자은행(IB)인 씨티은행은 백신 효과가 내년부터 뚜렷이 나타날 걸로 전망했다. 지난 24일(현시시간) 씨티리서치는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 대학, 모더나, 세 곳에서 나오는 백신은 다음 달부터 내년 1월 사이 긴급 승인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선진국의 경우 내년 2~3분기 백신 대량 배포가 이뤄지고 4분기 집단면역이 형성돼 백신이 미치는 세계 경제성장률 상승효과가 올해는 0.7%포인트인 반면 내년엔 3.0%포인트까지 커진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 “백신 요인, 성장률 전망 상향에 깔려 있어”
한국 또한 백신 기대감이 실제 경제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업종별로는 호텔과 대형마트 등 코로나19 피해주들의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올해보다 내년이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1%, 3.0%로 전망했다. 지난 8월 전망인 올해 -1.3%, 내년 2.8%보다 각각 0.2%포인트씩 상향 조정된 것이다.
이날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한 달 전 대비 크게 상향 조정된 기업은 SK네트웍스(001740)(73.8%), 대우조선해양(042660)(38.03%), 효성티앤씨(298020)(37.17%) 등인 반면 내년 3분기는 호텔신라(008770)(36.9%), 신세계(004170)(29.7%), 삼성전기(009150)(16.5%)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코로나19 최대 피해주로 여겨지는 여행업에 속하는 호텔과 면세, 백화점 업체에 대한 내년 평가가 백신 소식 이후 좋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백신 효과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먼저 나타날 거란 점이 국내 경제와 증시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씨티 그룹은 미국과 영국, 일본, 캐나다, 호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들이 코로나19 백신의 전체 상호 사전주문으로 이들 국가의 인구를 웃도는 85%를 일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선진국만 비약적인 경기 회복이 진행될 경우 외국인 자금 유출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단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서방 국가들을 중심으로 백신 보급과 효과가 선제적으로 나타날 텐데, 이는 최근 대거 유입됐던 신흥국 시장에서의 자금이 다시 빠져나갈 수 있는 위험 요인”이라고 전했다. 강현주 연구위원은 “GDP의 70%가 민간 소비인 미국에서 경기 회복 시 급반등할 업종은 내수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서비스”라며 “이같은 미국 내수 서비스의 회복이 수출 중심의 국내 경제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