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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히 던진 '아시아나 파산' 발언‥HDC현산이 웃는 이유

이승현 기자I 2020.11.26 17:39:46

"정상화 가능기업"→"빅딜무산 시 파산 가능"
현산 '재실사' 요구 일축…계약금소송서 불리할 수도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아시아나의 연내 파산을 피할 수 없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최근 한 인터뷰에서 아시아나항공의 ‘파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아시아나를 한진그룹에 넘길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이었지만, ‘노딜’로 끝난 HDC현대산업개발과의 계약금반환소송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이 회장의 파산 발언이 산업은행에 부메랑이 돼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계약금소송 앞둔 현산은 표정관리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아시아나와 HDC현산은 2500억원 규모의 계약금반환소송을 벌일 예정이다. HDC현산은 지난해 12월 총 2조5000억원에 아시아나 인수 계약을 맺고 10%인 2500억원을 계약금으로 냈다. 아시아나가 제기한 계약금반환소송에 대해 HDC현산도 법적대응을 공식화했다.

지난 9월 11일 HDC현산의 ‘노딜’ 확정 때까지 양측이 대립한 부분은 재실사 문제였다. HDC현산은 지난해 말 아시아나에 대해 7주간 실사를 했지만 추가로 12주간의 전면 재실사를 요구했다. 지난해 말 인수계약 후 아시아나 부채가 2조8000억원 늘고 1조7000억원의 추가차입이 진행되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HDC현산은 당시 “혹시 모를 동반부실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12주 재실사가 필요하다고”고 주장했다. 하지만 산은 등 채권단은 시간끌기라며 일축했고 결국 계약은 깨졌다.

당시 산은은 ‘아시아나의 정상화는 가능하다’는 주장을 폈다. 지난 9월 노딜이 확정되자 2조4000억원의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투입 의결을 시작으로 채권단 관리체제를 통해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동걸 회장이 불과 두달여가 지난 시점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파산 가능성’을 언급하며 아시아나가 대한항공에 인수되지 않으면 회사 존립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말을 바꿨다.

최근 아시아나 경영실적은 최악의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 항공화물 분야 수익과 인건비 절감 등으로 지난 2분기 1151억원 영업이익을 냈고, 3분기에도 58억원 흑자를 냈다. 이 회장이 말한 ‘파산’ 발언이 아시아나의 잠재적 부실을 말한 건지는 불투명하다.

이 회장의 발언은 전면 재실사를 요구했던 HDC현산 측에 힘이 실릴 수 있는 논리를 제공한다. 파산을 언급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는 점을 산은이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면, HDC현산이 아시아나의 재무상태를 다시 확인하겠다는 당시 주장이 설득력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파산 발언이 어떤 (법적)의미가 있는지 판단하긴 어렵다”면서도 “HDC현산과 계약금반환소송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산은에 유리한 발언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이 지난 10월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개최된 전국은행연합회 정기이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조 기안기금 투입하고도 파산?

문제는 또 있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의 지원 문제다.

현재 아시아나 신용등급은 ‘BBB-’다. 한 단계만 떨어지면 투기등급이 된다. 자산유동화증권(ABS) 조기상환 트리거가 발동되는 등 심각한 재무상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채권단은 우려한다. 이를 대비하기 위한 게 산은의 기안기금 지원이다. 총 지원금 2조4000억원에서 지난달 24일 2400억원이 먼저 아시아나에 지원됐다. 아직도 2조1600억원 상당이 남았다.

특히 기안기금 대부분이 신용등급 하락으로 상환의무가 발생하는 금융채무(ABS·금융리스 등)에 대비한 이른바 ‘시장안정화 필요자금’이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노딜 직후 아시아나 대규모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해 “기안기금이 지원돼 현재로선 급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회장의 ‘파산’ 발언은 기안기금 2조여원을 넣고도 경영위기가 불가피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만큼 아시아나가 심각하다는 뜻이거나 또는 처음부터 투입규모를 잘못 산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시아나 노동조합과 항공조종사 노조는 전날 성명을 통해 “아시아나를 대한항공에 팔아넘기는 짓은 정부의 항공산업 정책실패를 덮어보려는 꼼수에서 시작됐다는 게 드러나고 있다”며 “매각이 불발되면 이제는 기업안정자금을 중단시켜 파산을 시키겠다고 공개적으로 협박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 회장의 ‘파산’ 발언과 관련해 “이번 인수작업이 무산되면 아시아나에 긴급자금이 투입되지 못할 수 있고, 이후 나타날 수 있는 후폭풍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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