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SEC, 주주 제안 기준 10배 이상 강화…주주 경영간섭 어려워져

방성훈 기자I 2020.09.24 16:35:36

주주 제안 주식 보유기준 2000달러→1년간 2만5000달러
"ESG 관심 집중 막으려는 시도…기업 민주주의 후퇴" 반발도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연례 주주총회에서 주주 제안을 할 수 있는 자격 요건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주주 제안을 하기 위해 들고 있는 주식 가치를 현재보다 10배 이상 높이겠다는 것이다. 회사 경영에 목소리를 내는 투자자들의 입김을 크게 제한하는 방안이어서 기업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SEC는 현재 2000달러인 주주 제안 주식 보유 기준을 ‘1년 간 2만 5000달러’로 대폭 높이는 내용의 규정 개정안을 찬성 3표, 반대 2표로 가결했다. 다만 주식 보유 기간이 2년일 때는 1만 5000달러, 3년일 때엔 2000달러로 낮아진다. 단타 매매 주주들에겐 불이익을, 장기 주식 보유자에겐 유리하게 하겠다는 취지다.

SEC는 또 주주들이 같은 제안을 다시 제출하기 위해 필요한 투표 비율도 상향했으며, 소액 투자자들이 모여 주주 제안서를 제출하지 못하도록 장벽도 마련했다.

이번 규정 변경은 제이 클레이튼 SEC 위원장이 최우선 순위에 두고 추진해오던 과제 중 하나다. 클레이튼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017년 임명했으며, 취임 당시 소액 주주들이 기업 경영에 관여하는 것을 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와 공화당 소속 2명의 SEC 위원은 이번 규정 강화에 대해서도 “기업들이 개인적인 신념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소위 멍청한 투자자들이 압력을 가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EC 이코노미스트들이 외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새로운 규정으로 인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에서 개인 투자자의 최대 4분의 3가량이 주주 제안을 할 수 없게 된다. 기관투자자협의회의 한 관계자 역시 이번 규정을 적용하면 올해 최소 9건의 주주 제안이 제기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선 기업의 지배구조(ESG)에 관심이 집중되기 위한 것을 방해하기 위한 트럼흐 행정부의 노력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기업들은 최근 환경, 사회, ESG 등과 관련한 의사결정에 주주들이 영향을 끼치려는 시도에 반대해 왔다.

WSJ은 “기업의 민주적 경영에 찬물을 끼얹는 조치”라며 “기후변화를 비롯한 다양한 의제들과 관련해 회사 정책에 영향을 끼치려던 주주들과 경영진 간 싸움에서 경영진이 승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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