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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코로나 사태에 사상 첫 감사보고서 시한 연장 `검토`

유현욱 기자I 2020.02.13 19:57:00

회계업계 `비상`…금융당국, 불가피한 경우 불이익 없게 방침 정해
한공회, 21일까지 39개 등록 감사인 상대 전수 조사
감사보고서 제출 시한 연장, 노 액션 레터 발부 만지작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 및 확산 후폭풍이 국내 회계업계를 덮쳤다. 회계법인들은 한국공인회계사회를 통해 감사보고서 제출 시한 연장 여부 등을 검토해달라고 금융당국에 건의했다. 금융당국 역시 코로나19로 말미암은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불이익이 없도록 한다고 방침을 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업무 마비로 중국 내 규모가 큰 자회사를 둔 모회사들은 국내 본사에 있는 정보만으로 작성한 반쪽짜리 별도재무제표를 제출하는 데 그칠 공산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은 연결재무제표를 주된 재무제표로 인정한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13일 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는 총 39개 등록 감사인(회계법인)에 공문을 보내 ‘오는 21일까지 외부 감사를 맡은 회사 가운데 중국 현지 사정으로 충분한 감사에 어려움이 있는지를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11일에는 서울 서대문구 한공회관에서 회계법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장시간 대책을 강구했다.

한공회 관계자는 “이미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삼일·삼정·한영·안진 등 빅4 회계법인으로부터 한 차례 현황을 확인했고, 대상을 넓혀 등록 감사인 전체로부터 서면 실태조사를 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 회계법인 대표는 “글로벌 네트워크 간 유기적인 전산시스템을 구비한 대형 회계법인과 달리 중견·중소형 회계법인에 `발등의 불`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감사 전 재무제표를 내야 하는 상장회사들은 마음이 더 급하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도 자체적으로 회원사 동향을 살피고 있다. 실제로 중국 천진과 남경에 현지법인을 둔 한 코스닥 업체는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을 보면 회사는 정기 주주총회 개최 6주 전에 별도재무제표를, 4주 전에 연결재무제표를 증권선물위원회와 감사인에 제출해야 한다. 감사인은 정기 주총 1주 전에 적정·한정·부적정·의견거절 등 감사의견과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 여부를 담은 감사보고서를 내야 한다.

회사는 이를 첨부한 사업보고서를 직전 회계연도 경과 90일 이내에 제출할 의무를 진다. 올해의 경우 3월 30일이 마감일이 된다. 다만 사유를 밝히면 5일간 추가기간을 부여받을 수 있다. 신종 코로나 여파로 사실상 출입이 통제된 중국 현지여건을 고려할 때 5일은 턱없이 부족하다.

회계업계에 따르면 국내 회계법인들은 주로 해외 자회사를 감사할 때 현지 회계법인을 통해 업무 협조를 구한다. 필요한 경우 국내 회계법인 소속 담당 회계사가 현지로 가 네트워크를 맺고 있는 회계법인 담당자와 면담을 하거나 감사 현장에서 직접 실사를 참관한다. 현지 소식통은 코로나19 창궐로 이런 직간접인 감사를 할 여력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회계감사기준서는 감사 과정에 나타난 `유의적 사항`들을 파악한 후 이를 평가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코로나19라는 천재지변에 가까운 재난 사태에도 회계감사기준을 준용해야 하는 감사인들 처지에서는 감사범위 제한을 이유로 의견거절을 표명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급박히 돌아가자 한공회, 상장협, 코스닥협이 부랴부랴 파악에 나섰다. 이 중 한공회가 관련 자료를 취합해 법리검토를 거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공식 제안할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로서는 감사보고서 및 사업보고서 제출 시한 연기, `노 액션 레터`(No-action letter·제재를 하는 않는다는 비조치의견서) 발부 등 모든 선택지를 고려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부 내용을 구두로 전달받은 바 있다”며 “정식으로 접수되면 유관부서 및 관계기관과 협의해 가능한 한 기업이 피해를 보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감지된다. 로컬 회계법인들이 본격적으로 코로나19가 촉발한 영향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파트너십을 체결한 글로벌 회계법인들이 먼저 의견을 물어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해외 금융당국 대처는 국내보다 발 빠른 편이다. 회계업계에 따르면 아시아 금융 중심지인 싱가포르는 사업보고서 제출 시한을 두 달가량 연장하는 방안을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회계 중심지인 미국과 영국에서도 금융당국이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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