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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힘들지만”…北 달래며 연초 기회 볼까(종합)

장영은 기자I 2018.12.19 18:27:18

러시아 6자수석 대표 이어 비건 美 특별대표 방한
3박4일 동안 관계부처 두루 만나고 북핵 협상·남북 교류 긴밀히 협의
비건 "대북 인도적 지원·北여행금지 재검토할 것”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미국측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스티브 비건 미 대북 특별대표의 방한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정례화에 합의한 한미 워킹그룹 회의를 위한 것이지만 북핵 비핵화 협상 교착이 장기화되려는 시점에서 한미가 ‘돌파구’ 마련에 머리를 맞대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건 특별대표는 19일 오후 인천공을 통해 입국하면서 준비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비건 특별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이 적절히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미국 국민의 북한 여행 금지조치에 대해서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오는 22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20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6자 수석협의를 시작으로 21일 한미 워킹그룹 회의 및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면담을 갖는다.

미국의 대북 실무협상을 이끄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北 경제개발 수요 높아…제재완화 유지하며 측면지원?

미국은 여전히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완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로버트 팔라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18일(현지시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이후에 제재 해제가 뒤따를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북한 비핵화가 빨리 이뤄지면 제재도 빨리 해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적인 트럼프 정부의 입장을 고려했을 때 이 원칙을 깨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국측은 그동안 제재를 유지하면서 남북교류를 위한 제재 면제 등 간접적인 제재 완화에 동참했다.

이번 인도적 지원과 북한 여행 금지 재검토 역시 비슷한 카드로 읽힌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등 자신들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면서 비핵화 협상에 복귀하지 않자 미국측으로서 내놓을 수 있는 ‘성의’를 보인 것이다. 비건 특별대표는 “이도훈 본부장과의 협의 이후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이는 북한과 외부세계와의 ‘접점’을 늘려 대화테이블로 이끌어 낼 수 있다는 포석도 있다. 북한 내부적으로도 경제개발에 대한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4월 노동당 전원회의를 열어 핵·경제건설 병진노선을 중단하고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을 채택하기도 했다. 지난 18일 한러 6자 수석간 협의에서도 북한의 이같은 내용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평화협정 체결을 먼저 요구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북한은 9월 이후 대북 제재 완화를 강력하게 주장했다”며 “북한이 정치적 목표인 평화협정에서 멀어지고 제재 완화에 집착하는 모습에서 북한경제의 외화 수급 상황이 나빠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비건 판문점 접촉 가능성도 제기…직접 회동은 어려울 듯

일각에서는 비건 특별대표가 이번 방한 기간에 대북 직접 접촉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전 비건 대표의 방한에 비해 이번 체류 기간이 길고, 내년 초 고위급 접촉이나 정상회담 조율을 위한 북미간 협의 재개가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비건 대표가 우리 정부 부처 인사를 만나는 일정 외에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가능성 수준 아니겠느냐’며 실제로 북미 직접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다.

팔라디노 부대변인은 비건 특별대표가 방한 기간에 판문점에서 북한 측과 만날 가능성을 묻자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발표할 것은 없다”며, 북한 비핵화를 위한 한·미 공조 강화를 위한 노력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비건 특별대표가 4차례 한국을 찾았을 때도 북측 협상 상대인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판문점에서 접촉할 가능성이 제기되곤 했으나 이뤄진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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